‘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누리호는 성패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사건이다. 누리호의 개발 과정과 경제적 파급효과, 추후 과제 등을 추려 소개한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하늘의 조건만 남았다.

누리호가 오늘(21일) 우주로 향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누리호는 전일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마련된 제2 발사대와의 결합을 마쳤다. 이후 진행된 각종 점검도 끝냈다. ‘탯줄’이라 불리는 엄빌리칼(umbilical) 연결도 완료된 상태다. 누리호는 엄빌리칼을 통해 전원과 연료·산화제 등 추진제를 공급받는다.

정부는 누리호의 기술적 준비 상황과 최적의 발사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21일을 ‘발사 예정일’로 삼았다. 가능 시간은 오후 3시부터 7시 사이다. 이중 오후 4시가 유력한 발사 시간으로 검토되고 있다.

변수는 ‘기상 조건’이다. 날씨와 우주 물체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사 여부가 결정된다. 과기정통부는 발사가 결정되면 예정 시각 1시간30분 전에 이를 외부에 공개할 방침이다. 발사 시각이 확정되면 연료 주입이 시작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나로우주센터 주변 날씨는 대체로 맑을 것으로 전망됐다. 발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얇은 구름층 형성만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람은 평균 풍속 초속 3m 정도로 잔잔할 것으로 예보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자체적으로 고층풍 분석도 진행하고, 공군은 전투기를 투입해 누리호 항로의 기상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 누리호가 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 발사대에 결합을 완료하고 기립한 모습.(사진=한국한공우주연구원) 
▲ 누리호가 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 발사대에 결합을 완료하고 기립한 모습.(사진=한국한공우주연구원) 

발사 일정은 기상 상황·기술적 요소 등으로 인해 빈번하게 변경되곤 한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 화성탐사선 ‘아말’ △스페이스X 유인우주선 ‘리질리언스’가 기상 상황에 의해 예정일보다 각각 5일과 1일 연기된 바 있다. 또 러시아의 ‘소유즈’도 기술적 조치 사항이 발견돼 예정일보다 2일 늦은 올해 3월 22일 발사됐다.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발사 예비일을 22일부터 28일까지로 설정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저궤도(600~800km) 투입하기 위해 제작됐다. 길이 47.2m, 3단형 로켓이다. 약 37만개 부품은 독자 기술을 통해 개발됐고, 조립 역시 국내 기업이 수행했다. 약 12년 연구 기간 2조원 규모의 예산이 쓰였다.

누리호는 위성보단 발사체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이 때문에 이번 발사 때는 1.5t의 위성모사체가 실린다. 누리호가 탑재체들을 700km 태양동기궤도에 올려놓고, 위성모사체가 목표 궤도에 안착해야 발사 성공으로 기록될 수 있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자체 기술력으로 중대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국가 반열에 오르게 된다.

누리호는 발사 후 16분7초의 비행을 통해 임무를 수행한다. 우주까지 향하는 데 ‘고작 16분’ 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지만, 이 시간 동안 누리호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단 하나의 과정이라도 어긋나면 궤도 이탈·폭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첫 독자 개발 발사체의 첫 시도 성공 확률이 30%에 불과한 이유다.

누리호는 이륙 후 2분7초(127초) 만에 고도 59㎞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1단이 분리되는 동시에 2단이 가동된다. 고도 191㎞(발사 233초 후)에선 페어링(위성 등 발사체 탑재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덮개)이 분리된다. 2단 분리 및 3단 점화는 고도 258㎞(274초)에서 이뤄진다. 3단 엔진으로 고도 700㎞(967초)에 오르면 탑재체가 분리된다.

비행은 16분 안팎이지만, 성공 여부는 판단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위성모사체가 목표 궤도에 올랐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지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나로우주센터 육상 인근 3㎞ 반경도 발사시각 전후로 접근이 전면 통제된다. 다만 누리호 발사 응원은 비대면으로 가능하다. 과기정통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으로 네이버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발사 현장을 생방송 할 계획이다. 다수의 방송사도 발사 현장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누리호의 성패와는 상관없이 오는 2022년 5월 2차 발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2차 발사엔 1.3t 위성모사체와 성능검증위성(200kg)이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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