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내 마련된 누리호 홍보관에 부착된 응원 문구. 어린아이 글씨로 ‘누리호가 안 고장 나게해주세요’란 문구가 인상적이다. (사진=정두용 기자)
▲ 서울역 내 마련된 누리호 홍보관에 부착된 응원 문구. 어린아이 글씨로 ‘누리호가 안 고장 나게해주세요’란 문구가 인상적이다. (사진=정두용 기자)

자체개발 발사체의 첫 시도 성공 확률 30%.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마냥 실패로 기록하기엔 누리호 1차 발사가 남긴 성과가 적지 않다.

누리호는 21일 오후 5시 우주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누리호는 16분7초 만에 700km 상공에 도달하기까지 당초 ‘난제’로 꼽힌 주요 비행 과정들을 문제없이 수행했다. 그러나 마지막 단추가 어긋나며 1.5t 위성모사체를 700km 태양동기궤도에 안착시키는 당초 목표엔 이르지 못했다. 성공 기록을 써내지 못한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이날 오후 7시 누리호가 발사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결과 브리핑을 열고 ‘위성모사체가 목표 속도(7.5km/s)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목표 상공엔 올랐으나 충분치 못한 속도가 성공의 발목을 잡았다. 인공위성이 궤도에 오르려면 중력을 이겨내는 속도가 필요한데, 누리호는 마지막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키며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엔진 조기 연소 종료가 원인이다.

▲ 누리호가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가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3단형으로 제작된 누리호는 목표 상공에 오르기까지 각 단을 분리하며 비행한다. 이 과정에서 숱한 난관을 극복해야한다. 과정을 간략하게 기술해도 인공위성이 궤도에 안착하기까진 8단계(1단 엔진 점화→이륙→1단 엔진 연소 및 1단 분리→페어링 분리→2단 엔진 점화 및 연소→2단 분리→3단 엔진 점화 및 연소→위성모사체 분리)를 거쳐야한다. 우주란 극한 환경에서 약 37만개 부품이 한 치 오차도 없이 이 복잡한 과정을 수행해야 성공으로 기록될 수 있다.

기술적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체 개발 발사체가 첫 시도에 임무를 완수할 확률이 30% 수준에 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리호는 8단계 중 7번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3단에 장착된 7t급 액체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 위성모사체 분리(8단계)도 성공했지만 앞선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다만 이번 발사를 “(성공까지) 한 걸음 남았다”고 평가했다. 누리호가 3단 엔진 연소 조기 종료가 나타나기 전까지 숱한 기술적 난제들을 헤쳐 갔단 점을 짚었다. 학계에서도 누리호 이번 발사 성과가 다음을 기대하기 충분한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1일 오후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발사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1일 오후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발사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정통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진과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위원회(조사위)’를 즉시 구성,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방침이다. 누리호 연구진은 이번 발사의 문제점을 보완해 2차 발사에 만전을 기하겠단 각오를 보였다. 누리호의 다음 발사는 2022년 5월에 예정돼 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원하는 바를 100% 달성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부분에 대해 성과를 이뤘다”며 “성공 쪽으로 무게를 싣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연소 시간 짧았던 부분을 분석해야겠지만, 빠른 시간 안에 원인을 찾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정환 항우연 본부장은 “1차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 조치를 분명히 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먼저”라며 “2차는 성능 검증 위성을 탑재해서 동일 궤도로 진행하는데, 이 부분은 조사위 결과나 과기정통부 협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누리호 발사가 미완으로 남게 되면서 자체 우주 운송 수단 확보 시점은 뒤로 밀리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개막을 여전히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우주강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속히 구축하겠단 포부다.

용홍택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누리호는 300개 기업 참여해 독자적으로 전 부품을 개발했다”며 “그간 항우연을 중심으로 발사체 개발을 해왔는데, 추가 발사를 통해 이 기술을 완전히 민간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개발 사업을 제시하고 기업이 따라오던 기존 방식인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벗어나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국가 우주 산업 역량을 끌어올리겠단 우리나라의 청사진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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