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틱톡커뿐만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올릴 콘텐츠를 만드는 MZ세대 크리에이터들은 촬영 공간을 어디서 구할까? 바로 이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 예약 플랫폼 ‘빌리오’에서다.
지난 20일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된 ‘스파크랩 17기 데모데이’에서 안준혁 빌리오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행사에선 빌리오를 포함한 다양한 스타트업들의 IR(기업설명회) 발표가 진행됐다.
빌리오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간 예약 플랫폼이다. 현재 시드 단계 투자까지 끝난 상태다. 모바일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주로 다루는 공간은 댄스 연습실, 음악 연습실, 요리 스튜디오, 일반 촬영 스튜디오, 호리존 스튜디오 등이다. 이를 위주로 전국에 3300개 정도의 공간이 빌리오와 제휴를 맺고 있다. 플랫폼에 담을 수 있는 이러한 외부 공간이 전국에 1만7000개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빌리오는 플랫폼과 결이 맞는 공간들을 엄선해서 담고 있다.
안 대표는 “가끔씩 보다는 주로 쓰는 공간에 집중했다”면서 “그래서 이용자들이 더 정기적으로 결제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를 하다 한국에 와 석사까지 마치고 매일경제 기획실에서 일했다. 그는 “원래 사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이템에 대해 고민했다”면서 “그런데 언론사에서 있으면서 콘텐츠나 독자들의 이동 같은 것들을 많이 분석하다 보니 자연스레 MZ세대가 어느 플랫폼을 많이 쓰고 어디서 뭘 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다 오프라인 음악 연습실을 운영하는 친구들의 경험에서 힌트를 얻었다. 안 대표는 “2019년이었는데 입시생들 수가 줄어드는데 어떻게 연습실 공실이 없냐 물어보니, 크리에이터들이나 라이브커머스를 하는 이들이 많이 쓴다고 했다”면서 “같은 공간인데도 시대에 따라 수요층이 바뀌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실제로 공간을 운영해보고 기존 공간 예약 플랫폼 서비스도 이용해보고 하면서 시장에 대해 이해한 후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좀 더 젊은층, MZ세대 크리에이터들이 쓸 수 있는 타깃층이 확실한 공간 예약 플랫폼을 만들어보자 해서 나온 게 빌리오다. 앱도 3개월만에 만들어서 지난해 3월 법인설립 후 지금까지 이어왔다.
현재 팀은 안 대표를 포함해 공동창업자인 운영이사 1명과 개발자 3명, 디자이너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자체 역량으로 앱을 다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빌로오 외 ‘빌리오 파트너스’가 있다. 공간을 빌려주는 호스트들이 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별도 앱이다.
사실 처음부터 잘 되진 않았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 형태는 아니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써줄 거라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작년 5월 월 거래 건수가 27건이었다. 그래서 고객 피드백을 받으며, 마켓핏(market fit)을 계속 찾아가면서 앱을 리뉴얼했다. 현재는 월 1000~1500건 정도를 유지 중이다. 코로나19에도 월 거래 건수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건, 제대로 된 핏을 찾았다는 것이라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안 대표는 “숏폼 플랫폼을 찍는 친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서 공간을 많이 예약하고 있다”면서 “저희가 이용자 테스트를 많이 하는데 자발적으로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써보고 입소문을 내주고 예약 증가로 이어지는 것, 즉 실제 이용자가 정말 이 서비스가 괜찮다고 입소문을 내주는 것이 최고더라”고 덧붙였다.
공간을 빌려주는 호스트들 입장에서도 공실을 줄여주니 좋을 수밖에 없다. 이들로부터 빌리오는 수익모델을 찾았다. 호스트들을 대상으로 월 19900원으로 받는데, 이 금액으로 호스트들은 자신의 공간을 앱에 노출할 수 있다. 물론 비용을 내지 않아도 공간 노출은 가능하다. 다만 채팅, 연결, 간편결제 등 예약을 하기 위한 기능은 막혀 있다. 공간 외 별도의 장비나 편집·인력·영상·음향 등의 인력에 대한 니즈도 있는데, 이에 조만간 관련 마켓 플레이스도 열 예정이다.
빌리오의 목표는 3년 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상징적인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란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창작 활동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이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자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은 자체 펀드를 조성하며 크리에이터 지원 경쟁에 나서고 있다. 각자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서 크리에이터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고, 이용자들을 끌어 오길 바라는 것이다.
안 대표는 “활성 이용자 수가 몇 백만명인 소셜미디어들이 TV광고까지 한다는 건 경쟁이 붙었다는 것”이라며 “그런 생태계에서 크리에이터들도 콘텐츠의 다양성과 차별화를 내고 싶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콘텐츠가 다양해지는 만큼 아이러니하게도 더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더 정밀하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고, 나아가 크리에이터들의 꿈을 이루게 하는 기회를 줄 수 있는 빌리오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