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는 기업' 오명 벗어날까…삼성전자 스마트폰, 이젠 '퍼스트 무버'?

발행일 2021-10-23 14:00:02
'펜, 초음파 지문인식, 풀스크린, 폴더블, 사용자 정의 색상…'

지난 몇 년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업계에서 최초로 시도했거나 대중화를 이끈 기술이다. 또 이제는 그 자체로 애플 아이폰과 구분되는 '삼성 갤럭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10년 전만 해도 애플 카피캣(Copycat, 흉내쟁이)이란 오명과 싸우던 삼성전자다. 하지만 근래 삼성전자는 오히려 변화를 주도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 개척자)에 가깝다는 평가다.
삼성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20일 공개한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은 사용자가 직접 커버와 프레임 색상을 조합한 뒤 주문제작 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로 이목을 끌었다. 색상은 개발 시점부터 제조사가 정하고 소비자는 구매할 뿐이란 일방향적 관념을 타파한 시도다. 이는 동시에 삼성전자 고유의 강점들이 조합돼 탄생한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다.

제조사가 대량 생산이 어려운 주문제작형 스마트폰을 옵션으로 활용하려면 충분한 제조력, 수요를 보장해줄 인기 모델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력은 연간 약 3억대 수준으로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 가운데 가장 앞선다. 이번 비스포크 에디션이 적용된 갤럭시Z 플립3는 오리지널 제품도디자인 호평을 받으며 역대 폴더블폰 중 가장 높은 수요를 자랑 중인 모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가전의 상징처럼 자리매김한 비스포크(Bespoke, 맞춤형) 시스템이 스마트폰에도 접목됨으로써 삼성전자는 올해 차세대 폼팩터인 갤럭시Z 폴더블폰 시리즈의 흥행, 이를 뒷받침할 고유의 정체성 확립에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이는 카메라, 대화면 중심으로 고착화된 최근 스마트폰 시장 경쟁 체제 내 차별성 확보 측면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뚜렷한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2010년대 초반 애플의 아이폰이 새로운 스마트폰 표준으로 떠오를 무렵 삼성전자는 '갤럭시S'로 응수했지만 '아이폰과 너무 닮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실제로도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 디자인이나 앱 인터페이스, 제품 홍보 이미지 등을 표절했다며 2010년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하기도 했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스티브잡스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들을 카피캣이라며 평가절하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삼성의 표절 논란이 있었던 아이폰3GS와 갤럭시S 광고 이미지 (사진=각사)

이후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정체성 확립을 위한 시도에 나섰다. 그중 가장 성공한 것이 바로 전용 스타일러스(S펜)를 탑재한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5.3인치, 2012) 시리즈다. 생전에 잡스는 '스마트폰이 3.5인치를 넘을 필요도, 펜을 쓰느니 손가락을 쓰는 게 낫다'는 지론을 고수했으나 그가 죽은 후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삼성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급부상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주로 하드웨어 측면에서 경쟁사들과 간극을 벌여왔다. 대화면이 인기를 끌고 베젤리스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베젤을 최소화하기 위해 플렉서블 기술을 응용한 엣지 디스플레이 탑재 모델들을 출시(2015)하기 시작했고, 보안을 강화한 홍채인식 기능(2016), 디스플레이에 초음파 지문인식 센서를 스마트폰에 탑재(2019)해 양산한 첫 주자도 삼성전자다.
S펜이 탑재된 1세대 삼성 갤럭시 노트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2020년대 삼성전자는 경쟁사들과 디스플레이 기술 격차를 지속적으로 벌리는 한편 디자인 코드 구축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2021년 아이폰이 여전히 노치(소위 말하는 M자) 디스플레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풀스크린에 근접한 핀치홀 디스플레이를 2019년부터 탑재 중이며 올해 갤럭시Z 폴드3에는 아예 카메라를 화면 아래에 숨겨 풀스크린을 구현하는 'UDC' 탑재에도 성공했다.

이와 별도로 폴더블폰 시장은 현재 뚜렷한 경쟁자조차 없어 삼성전자가 독주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1년 삼성전자가 전세계 폴더블폰 시장에서 88%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갤럭시S21 시리즈부터는 '컨투어 컷 카메라'와 같은 고유의 디자인 코드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들이 모두 점유율로 환산되진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 전후에서 정체돼 있다. 오히려 시장 초기인 2013년 무렵엔 점유율이 30%에 육박하기도 했으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저가폰 중심의 중국 제조사들도 급부상하면서 이전과 같은 위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애플, 샤오미 등 2~3위권 제조사들과의 점유율 간극도 4~5%포인트 이내로 바짝 좁혀졌다.

삼성전자가 올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의 출고가를 낮춘 것도 가격 경쟁력 강화를 통해 판매량 확대를 노린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갤럭시 생태계 통합 및 연계, 브랜드 가치 제고 노력을 통한 충성팬 비중을 늘리는 것도 삼성전자에게 숙제다. 제조업 강자 삼성전자는 지금껏 하드웨어 경쟁력에선 앞섰지만 소프트웨어, 사용자경험 측면에선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쟁사 애플이 지난 몇 년간 '혁신이 없다'며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꾸준한 제품 판매량과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로 강력한 애플 생태계와 브랜드 파워가 꼽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도 올해 갤럭시 언팩 행사를 잇따라 개최하고 갤럭시 생태계 통합을 강조하는 등 브랜드 가치 제고 행보에 나선 모습들이 관측된다. 또 갤럭시S, Z 시리즈의 판매량이 전작 대비 높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28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3분기 세부 실적발표에서는 올해 스마트폰 사업 전반의 성과들을 평가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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