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누리호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우주 산업이 큰 관심을 받고 있죠. 국내 우주 산업의 모든 것을 이제부터 다시 기록해 봅니다.

최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찾았다.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개발 시대, 뉴 스페이스의 발족을 보기 위해서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서울 ADEX 2021)’의 하이라이트는 민간 우주 산업체가 가져갔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진입이 실감 난 대목이다. 서울 ADEX 2021은 23일까지 진행됐다.

서울 ADEX의 핵심은 단연 방산·항공 기술이다. 대다수 전시장엔 차세대 무기 체계·군용 무인기 등이 전면에 배치됐다. 그러나 사람들의 발길을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래 붙잡아 둔 곳은 누리호 심장(엔진)이 설치된 한화의 ‘스페이스 허브’ 전시장이었다. 또 뉴 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다채로운 인공위성 기술을 뽐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이)도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해외 기업 중에선 에어버스가 차세대 군집 위성 ‘플레아데스 네오(Pléiades Neo)’ 기술을 비중 있게 소개하며 주목받았다.

▲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3일까지 열린 ‘서울 ADEX 2021’ 전시장 입구.(사진=정두용 기자)
▲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3일까지 열린 ‘서울 ADEX 2021’ 전시장 입구.(사진=정두용 기자)

서울 ADEX는 1996년 ‘서울 에어쇼’로 출발해 2009년부터 지상 방산 분야까지 통합·운영되고 있다. 매 홀수년 10월에 열려 국내 항공우주와 방위산업 생산제품의 수출 기회 확대와 선진 해외 업체와의 기술교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행사에는 28개국 440개 업체가 참가,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국내 항공·우주·방산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는 방증이다.

이번 행사는 19∼22일까지 산·학·연·군 등 관련 분야 종사자만 참관할 수 있었고, 일반인엔 23일 공개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났거나 유전자증폭(PCR) 음성 확인서를 지참한 사람만 출입이 가능했다.

아쉬운 ‘46초’…미완의 누리호와 뉴 스페이스
지난 21일 오후 5시 우주로 떠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아쉽게도 미완으로 남았다. 700km 상공에 도달하는 약 16분의 비행은 문제없이 수행했지만, 위성모사체를 태양동기궤도에 안착시키는 당초 목표엔 도달하지 못했다. 3단에 장착된 7t급 액체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이 궤도에 오르려면 중력을 이겨내는 속도(7.5km/s)가 필요한데, 마지막 엔진이 목표보다 46초 일찍 가동을 멈추면서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했다.
▲ 누리호가 지난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가 지난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부는 이번 누리호 1차 발사 성패와는 별개로 뉴 스페이스 시대 진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자체 우주 운송 수단 확보 시점은 뒤로 밀리게 됐지만, 비행 완수란 소기 성과를 거둔 누리호의 핵심 기술을 민간에 전달해 국내 시장 활성화를 이끌 계획이다. 우주강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속히 구축하겠단 청사진을 그렸다.

용홍택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누리호는 약 300개 국내 기업 참여해 독자적으로 전 부품을 개발했다”며 “그간 항우연을 중심으로 발사체를 개발해왔는데, 추가 발사를 통해 이 기술을 완전히 민간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리호는 2022년 5월 2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2027년까지 총 6차례 우주로 향한다. 이를 통해 한국형 발사체의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자체 우주 운송 수단’ 확보를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한미 미사일지침이 개정되면서 고체연료 기반 우주 발사체 개발도 가능한 상태라 기술 고도화 영역을 폭넓게 가져갈 수 있다.

▲ 누리호 1단 산화제 탱크 내부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 1단 산화제 탱크 내부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극한 환경 견딘 엔진…한반도 상공 거닐 인공위성
누리호가 우리나라의 뉴 스페이스 시대 진입을 알렸다면, 서울 ADEX 2021은 국내 민간 우주 산업의 기술력 수준을 보여준 행사였다. 미국·러시아 등 우주강국과 비교하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패스트 팔로워(새로운 제품·기술을 쫓아가는 기업)’로 핵심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뉴 스페이스 시대의 첨병으론 한화와 카이가 꼽힌다. 두 기업은 누리호 프로젝트에서도 핵심적인 역할도 수행했다.

▲ 한화 방산계열사가 ‘서울 ADEX 2021’에 마련한 통합 전시관 ‘스페이스 허브’에 관람객이 몰려있다.(사진=정두용 기자)
▲ 한화 방산계열사가 ‘서울 ADEX 2021’에 마련한 통합 전시관 ‘스페이스 허브’에 관람객이 몰려있다.(사진=정두용 기자)

한화그룹은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 등의 방산계열사를 통해 국내 우주 산업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누리호 프로젝트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 총조립 △터보펌프 △추진기관 공급계 △배관조합체 △구동장치시스템 △시험 설비 구축 등을 맡았다. 한화도 △가속·역추진 모터 △페어링 △파이로 분리 △임무 제어 시스템 등의 연구를 수행했다.

한화 방산계열사는 서울 ADEX 2021에서 1100㎡ 규모의 통합 전시관 ‘스페이스 허브’를 통해 누리호의 핵심 기술을 일반에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누리호 1단·2단에 탑재된 75t급 엔진을 선보이며 행사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다.

75t급 엔진은 누리호 1차 발사에서 문제없이 작동하며 한화의 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을 입증해냈다.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운용됐고, 영하 183도의 극저온 액체산소와 3000도 이상의 화염도 견뎌냈다.

▲ 한화가 ‘서울 ADEX 2021’에서 일반에 공개한 누리호 1단·2단에 탑재된 75t급 엔진.(사진=정두용 기자)
▲ 한화가 ‘서울 ADEX 2021’에서 일반에 공개한 누리호 1단·2단에 탑재된 75t급 엔진.(사진=정두용 기자)

▲ 누리호 하단부 모습. 누리호 1단 로켓은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300t급 힘을 낼 수 있다.(사진=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 하단부 모습. 누리호 1단 로켓은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300t급 힘을 낼 수 있다.(사진=항공우주연구원)

전시장에서 만난 송연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체사업부 과장은 “극한의 환경을 견디는 것은 물론 복잡한 부품들이 한 치 오차도 없이 작동해야 하는 연동 기술도 난제였다”며 “다양한 시도 끝에 엔진을 완성해 냈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또 “2단의 엔진의 경우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곳에서 점화되기 때문에 1단에 쓰인 엔진보다 배출구를 더 길게 만드는 등 다양한 기술적 요구가 있었다”며 “이에 부합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추후 누리호 추가 발사를 통해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뉴 스페이스를 이끄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이 밖에도 △나로호(KSLV-I) 2단 킥모터(kick motor·짧은 시간 연료를 점화시켜 위성의 최종 궤도 진입시키거나 추가 추력을 얻을 때 활용하는 장치) △위성추진계 △광학 위성 △초소형 SAR 위성 △저궤도 통신위성 플랫폼 등을 전시했다.

▲ 한화 방산계열사가 ‘서울 ADEX 2021’에서 공개한 우주 발사체 관련 부품.(사진=정두용 기자)
▲ 한화 방산계열사가 ‘서울 ADEX 2021’에서 공개한 우주 발사체 관련 부품.(사진=정두용 기자)

한화가 발사체 전시에 집중했다면 카이(KAI)는 인공위성에 초점을 맞췄다. 카이 역시 △누리호 체계 총조립 △누리호 탱크·동체 제작 등에 참여, 우주 발사체 기술을 대거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선 발사체보다 위성 사업에 힘을 실어준 모습을 보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카이 관계자는 “발사체 못지않게 우주에 올라 경제적·산업적 효과를 낼 인공위성 역시 사업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며 “전시장을 발사체가 아닌 인공위성 기술을 중심으로 꾸린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자체 우주 운송수단을 확보하게 된다면 인공위성을 통한 다양한 산업이 태동하게 된다. 지구관측·통신 등이 대표적 분야다. 실제로 정부는 누리호 개발에 따라 현재 운영 중인 8기 위성을 2027년엔 최소 100개까지 늘린단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카이는 이에 맞춰 전시장에 현재 개발 중인 다양한 인공위성을 선보이고, 뉴 스페이스 시대 맞춤형 사업 방향을 소개했다. 

▲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서울 ADEX 2021’에 마련한 뉴 스페이스 전시장. (사진=정두용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서울 ADEX 2021’에 마련한 뉴 스페이스 전시장. (사진=정두용 기자)

카이는 특히 국내 최초로 민간 주도로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중형위성 2호’를 전시장 전면에 내세웠다. 차세대 중형위성 2호는 카이가 설계·본체 개발·제작·조립·시험 및 발사까지 직접 총괄해 개발하고 있다. 함께 전시된 차세대 중형위성 3호·4호·5호기는 누리호를 통해 우주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카이는 다양한 정부 부처의 목표 사업에 맞춰 인공위성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주한 3호기는 우주핵심기술 검증과 우주 과학 연구가 목적이다. 2023년 누리호 발사를 통해 궤도에 안착할 첫 국내 인공위성이 될 전망이다. 4호기는 농촌진흥청과 산림청이 농업수자원·산림자원 관측 등을 목적으로, 5호기는 환경부가 수자원 조사·하천관리·해양환경 감시·재해 대응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다.

카이 관계자는 “한국형 발사체가 확보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중형위성’ 계획처럼 민간 업체도 필요에 맞게 인공위성 제작을 의뢰해 발사할 수 있다”며 “카이는 이에 맞춰 다양한 모듈을 접목할 수 있는 소형위성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서울 ADEX 2021’ 전시장에 설치한 차세대 중형위성 2호 모형.(사진=정두용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서울 ADEX 2021’ 전시장에 설치한 차세대 중형위성 2호 모형.(사진=정두용 기자)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지난해 3500억 달러(약 415조원)에서 오는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29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민간 우주 산업 개발 진흥을 위해 기술 이전·사업 조달 등을 추진 중이다. 이미 누리호 전체 사업비의 80% 정도인 약 1조5000억원을 참여 기업에 투입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스페이스X·버진갤럭틱·블루오리진 등과 같이 뉴 스페이스 시대를 이끄는 세계적 기업의 탄생을 지원할 방침이다.

▲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서울 ADEX 2021’ 전시장에 설치한 차세대 중형위성 3호·4호·5호기 모형.(사진=정두용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서울 ADEX 2021’ 전시장에 설치한 차세대 중형위성 3호·4호·5호기 모형.(사진=정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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