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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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반도체 칩을 설계해왔지만, 여전히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자급자족 하기엔 갈 길이 멀다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씨엔비씨(CNBC)>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올해 들어 중국 주요 기술 기업들의 중국산 반도체 칩 관련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월 바이두는 2세대 인공지능 칩인 '쿤룬2(Kunlun 2)'를 출시했다. 또 최근 알리바바가 서버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해 설계된 칩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도 자사 단말기에 사용할 고급 프로세서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매체는 이 회사들이 자체 칩을 설계하고 있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선 외국 기술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 관계자는 CNBC에 이메일을 통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높아지곤 있지만 구체적으로 IP(지적재산), 제조, 장비 및 재료의 많은 부분들이 여전히 국제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새로운 칩 '이티안 710(Yitian 710)'이 영국 반도체회사 암(Arm)의 아키텍쳐(Architecture)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사례다. 여기에 바이두의 쿤룬2 칩은 7나노미터 공정에 기반을 두고 있고, 오포는 3나노미터 칩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또한 중국에게 과제다. 이러한 첨단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회사가 없어서다.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SMIC는 제조 기술 면에서 아직 미국의 인텔,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 등에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반도체 생태계가 크고 복잡해 이처럼 광범위한 기술과 역량을 넘어 자급자족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선 투자 비용뿐 아니라 기술 전문성과 축적된 경험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의존도는 화웨이의 경우 처럼 중국 기업들의 지정학적 긴장 또한 높인다고 CNBC는 지적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기린(Kirin)이라는 자체 주력 칩을 개발했지만, 미국이 2019년 화웨이를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화웨이용 반도체 제조가 어려워진 바 있다. 

한편 CNBC는 전 세계 정부들이 반도체를 매우 전략적이고 중요한 기술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부터 냉장고, 자동차 등 모든 것에 반도체가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는 데다 반도체가 국가 안보의 핵심이자 기술력의 표시로 여겨져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제조와 연구에 500억달러(약 58조5000억원) 투자를 요청했고, 미국에 투자할 반도체 제조사를 물색해 왔다. 지난 3월 인텔은 미국에 2개의 새로운 칩 공장을 짓기 위해 200억 달러(약 23조4000억원)를 쓸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나 라이몬드(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투자는 중국을 앞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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