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알기 쉽게 풀어봅니다.
▲ (사진=토스뱅크)
▲ (사진=토스뱅크)

급속도로 성장하는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을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그냥 두고만 볼까요? 증권, 법인보험대리점(GA), 전자결제(PG)를 비롯해 은행업까지 금융·투자분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는 토스가 못 할 거 없어 보입니다. 토스는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의 핵심요건인 '실명계좌 발급'을 토스뱅크를 통해 직접 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스타트업이기도 합니다.

토스뱅크의 홍민택 대표는 이달 초 회사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와 연계한 실명계좌 발급 또는 제휴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의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현재 여신, 수신, 카드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는데 전사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아직까지'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가상자산 사업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토스뱅크는 은행업의 본질적인 주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전혀 성립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연 2% 이율의 파킹통장, 전월 실적 없이 300원 캐시백을 주는 체크카드는 그야말로 자선사업이라 할만 하죠. 파킹통장은 금방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라 은행 대출운용에 불리하고,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보다 가맹점 수수료가 더 낮거든요.

대출로 손실을 방어해야 하는데 대출을 지금 못 하고 있습니다. 연간 대출한도를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거절당했죠. 내년 1월 초 대출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올 4분기는 토스뱅크에 돈 나갈 일만 있는 셈입니다. 토스뱅크 관계자도 "(대출 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현재로서는 없다"고 했습니다.

핵심사업이 막힌 건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 고팍스나 후오비코리아, 지닥 등 거래소들은 은행 실명계좌 발급에 실패해 원화마켓을 닫을 수밖에 없었죠. 협상을 진행했던 지방은행들의 행장 선에서 최종 반려가 이뤄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자금세탁이 이뤄질 경우 그 리스크가 자신들에게 오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거래소들이 자금세탁방지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방어체계를 구축했음에도 '혹여나'라는 우려를 완전히 거두지 못하는 것입니다. 금융당국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명계좌를)받아주는 것"(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라며 은행이 책임지라는 입장이죠.

이들 중소 거래소는 이번에 전통 금융권의 최종 관문을 뚫지는 못했지만, 다시 실명계좌를 취득하겠다는 재도전 의지는 명백합니다. 홍 대표가 행장으로 있는 토스뱅크를 협상 대상으로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이해관계의 전제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토스가 실명계좌 발급이 절실한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협력해 공동 사업을 하느냐, 아니면 단독으로 거래소를 하느냐 두 가지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케이뱅크-업비트'의 성공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보다 안정적입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대출영업을 1년 반가량 중단하며 존폐 기로까지 언급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케이뱅크를 부활시켜준 존재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였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케이뱅크는 올 4월 한달간 신규 고객수가 146만명이나 늘어나기도 했죠. 올 상반기에 케이뱅크가 업비트를 통해 벌어들인 수수료는 170억원에 달합니다.

두 번째는 토스 단독사업으로 얻는 수수료 수입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소를 띄울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합니다. 1800만명의 고객 기반도 있고, 토스가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은 아니니까요. 가상자산 거래소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속한 카카오는 정치권에서도 도마에 오른 만큼 여의치 않을지 몰라도, 토스는 거래소 진출이 가능할 수 있다"며 "토스 쪽에서도 구미가 당기는 선택지일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이런 측면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토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토스뱅크까지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렵게 따낸 은행업 라이선스인 만큼 '잃을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죠. 몸조심을 해야 하면서도 녹록지 않은 은행업황은 중소 거래소와 토스뱅크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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