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NFT는 게임, 예술, 문화, 투자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융합 사례로 주목받았다.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수십배 이상 급성장했고 NFT 사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과 소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어느덧 기술을 넘어 트렌드가 된 NFT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콘텐츠에 희소가치를 부여하는 NFT(Non-Fungible Token) 기술이 최근 다양한 산업군에서 부가가치 창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NFT를 통해 불분명했던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으며 소유권 이전이 용이해지면서 관련 거래 시장 또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NFT(Non-Fungible Token) 전문 분석사이트 논펀지블닷컴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전세계 NFT 거래 대금은 75억438만달러(약 8조815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5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약 1.5배 증가한 수치이며 그야말로 '폭풍성장'이란 말이 어울리는 모습이다.

NFT를 번역하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다. 여기서 토큰은 '디지털 증표'와 유사하게 해석되며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특정 사물의 정보가 기록된 증표로서 사본이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현재 NFT는 주로 사물의 소유권을 기록·증명하는 데 쓰이며, 복제 가능한 상품도 NFT를 연동하면 진품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NFT가 신뢰 기반 네트워크인 블록체인을 통해 만들어지는 디지털 증표인 덕분이다. 블록체인은 서버(노드) 역할을 담당하는 다수의 컴퓨터가 널리 분산돼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며, 데이터 기록은 모든 노드의 검증을 통과한 데이터에 한해 이뤄진다. 이런 구조로 인해 블록체인은 해킹이 어렵고, 한번 저장된 데이터는 위·변조도 불가능해 신뢰도가 높다.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NFT가 태생부터 소유권 증명이나 정품 인증처럼 보안, 신뢰가 중요한 영역에서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이유다.

NFT는 비슷한 역할의 기존 전자문서들보다 발행과 관리도 쉽다. 지난해 해외를 중심으로 NFT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본격화되면서 비전문가도 웹에서 NFT를 제작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대거 생겨났기 때문이다.

▲ 약 2220만개의 NFT 콘텐츠가 유통 중인 오픈씨 마켓 (사진=오픈씨 갈무리)
▲ 약 2220만개의 NFT 콘텐츠가 유통 중인 오픈씨 마켓 (사진=오픈씨 갈무리)

현재 글로벌 무대에선 '오픈씨(OpenSea)'가 가장 대중적인 NFT 마켓으로 통하며, 국내에선 그라운드X가 개발한 NFT 제작도구 '크래프터 스페이스(KrafterSpace)'를 활용하면 NFT를 수분 내에 생성해 오픈씨에 유통할 수 있다. 타인이 발행한 NFT를 구입하거나 재판매하는 것도 자유롭다. 또 모든 NFT에는 최초 발행 시점과 거래 시각, 거래 대금, 역대 소유자 정보도 각인되므로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속이기 어렵다.

▲ NFT 작품 'Avidlines #2687566046'의 소유권 거래 기록 (사진=오픈씨 갈무리)
▲ NFT 작품 'Avidlines #2687566046'의 소유권 거래 기록 (사진=오픈씨 갈무리)

이처럼 NFT는 손쉬운 발행과 유통이 가능하면서 높은 신뢰성이 보장되고 거래를 통한 수익화까지 가능하단 점에서 다양한 잠재력을 인정받는다. 적용 분야, 적용처도 무궁무진하다.

NFT가 처음 알려진 분야는 게임이다. 2017년 '크립토키티'란 블록체인+NFT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다. 단순한 고양이 카드게임처럼 보이지만 각 카드는 모두 NFT로 생성돼 대체 불가능한 희소 치가 부여되며, 카드를 결합해 더 희귀한 고양이 카드를 만들어내면 거래 가치도 그만큼 오르는 구조였다. 이 개념이 인기를 끌면서 이후 게임 업계에선 'NFT 아이템' 접목을 통해 사용자에게 게임의 재미와 더불어 수익화란 부수적 가치를 함께 제공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아예 가상의 메타버스 세상에서 부동산을 비롯한 모든 요소가 NFT화된 '더샌드박스' 같은 게임도 있다.

게임에 이어 NFT 시장의 '꽃'을 틔운 분야는 디지털 예술이다. 그간 디지털 예술품은 복제가 쉽다는 한계로 인해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지만 NFT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달라졌다. 수백, 수천장의 복제품이 인터넷에 만연하더라도 그중 진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거래할 수 있는 자는 연동된 NFT를 소유자 한 명(혹은 여럿, NFT 소유권은 n개로 분할 가능함)으로 좁혀질 수 있게 된 까닭이다.

▲ 비플의 작품들을 콜라주한 NFT 예술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 자료=크리스티)
▲ 비플의 작품들을 콜라주한 NFT 예술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 자료=크리스티)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3월 해외 미술품 경매업체 '크리스티'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NFT 디지털 사진 작품이 무려 6934만달러(약 784억원)에 낙찰된 일이다. 비슷한 시기 유명 싱어송라이터인 그라임스의 동영상 작품 10점도 600만달러(약 67억원)에 낙찰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모든 NFT 작품이 고가에 거래되는 건 아니다. 넌펀지블닷컴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NFT 작품은 1000달러 미만 소액에 거래된다. 하지만 비플과 그라임스의 사례는 그 자체로 디지털 작품이 실물과 같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이처럼 게임, 예술에서 NFT의 잠재력이 확인되자 NFT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이제 경계를 불문하고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예컨대 꼭 예술품이 아니라도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 디지털 기록에 NFT가 부여돼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가 하면, 다소 기상천외한 콘텐츠도 NFT란 이름 아래 거래되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 CEO의 첫 트윗이 한화 32억원에 낙찰된 사례가 유명하며, 1년치 방귀 소리를 녹음한 NFT 오디오가 약 50만원에 팔린 사례도 있다.

이후 NFT는 더 가볍게, 더 대중적으로 디지털 세상에 파고드는 모습이다. MBC는 '무한도전' '뉴스테스크' 등 자사의 유명 프로그램 클립 일부를 NFT화해 판매했고, 세타 블록체인이란 해외기업은 나사(NASA)의 화성 우주선 착륙을 기념해 해당 생중계를 시청한 사용자들에게 한정판 특별 NFT를 지급했다. 심지어 지난 7월 실물 국보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소유한 간송미술관은 지난 7월 해례본을 한정판 NFT로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 훈민정음 해례본 NFT 안내문 (자료=간송미술관)
▲ 훈민정음 해례본 NFT 안내문 (자료=간송미술관)

대신 이 같은 NFT는 실제 상품, 콘텐츠 소유권과 관계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상징성을 소유하는 차원에서, 혹은 자신의 '팬심'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NFT를 구입한다. NFT의 영역이 일종의 '디지털 굿즈'까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넌펀지블닷컴에 따르면 현재 NFT 거래 시장의 66%를 차지하는 항목도 바로 이와 같은 수집물(Collectible)이다.

한편 한창 개화 중인 NFT 시장에도 기술, 법 차원에서 해결이 필요한 숙제들이 있다. 가상자산으로 거래한 NFT의 현금 환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현재 불법 자금세탁, 사행성 측면에서 각국 정부기관들이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이유로 중국과 일본 정부는 최근 자국 내 NFT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NFT 게임들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를 거절당하는 일들이 속출했다.

또 NFT를 누구나 쉽게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도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덕분의 NFT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무분별한 NFT 발행이 타인의 지적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도용된 NFT에는 원본과 다른 데이터가 기록되므로 구분이 가능하지만 소비자가 이를 일일이 검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NFT의 재산권 인정 기준, 범위 등을 담은 법 제정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