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른쪽 신학철 부회장(사진=LG화학)
▲ 오른쪽 신학철 부회장(사진=LG화학)

LG화학이 일본의 화학 회사인 도레이(Toray)와 손잡고 유럽에 분리막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유럽 공장에서 생산되는 분리막은 전량 전기차용 이차전지에 탑재된다.

그동안 LG전자와 도레이는 중국 상해은첩 등이 생산한 베어(Bare) 필름에 코팅을 더해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했다. LG와 도레이와 협력은 합작사까지 발전했다. 

LG화학은 27일 도레이와 합작법인인 'LG Toray Hungary Battery Separator Kft'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작 법인 체결식은 화상으로 이뤄졌고, 신학철 부회장과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이 참석했다.

합작법인은 50:50 지분으로 설립된다. 30개월 이후 LG화학이 도레이의 지분 20%를 추가로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이날 공시를 통해 합작법인에 6427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LG화학의 초기 출자금을 포함해 총 1조원 이상을 단계적으로 투자한다. 

공장은 헝가리 북서부 코마롬-에스테르곰(komárom-esztergom)주 뉠게주우이팔루(Nyergesújfalu)시에 위치한 기존 도레이관계회사(TorayIndustries Hungary Kft) 공장 부지에 설립된다. 총 면적은 42만㎡로 축구장 60개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헝가리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배터리 회사들이 위치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기지는 폴란드에 위치해 있지만, 육로로 8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다.

합작법인은 2028년까지 연간 8억㎡ 이상 생산할 계획이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은 중국 상해은첩과 한국 SK아이이테크놀로지, 일본 아사히 카세이(Asahi Kasei) 등이 주도하고 있다. 상해은첩의 캐파는 28억300만㎡이다. 합작법인이 분리막을 직접 생산해도 1위 업체의 28.5% 수준에 그친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상해은첩 물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해은첩이 분리막 시장의 1위로 발돋움한 데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과의 법적 갈등의 영향이 컸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과 법적 갈등이 벌어진 후 분리막 업체를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서 상해은첩으로 바꿨다. 그런데 한일 합작사에서 직접 생산할 경우 상해은첩 물량의 상당수는 합작법인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LG화학이 분리막 사업을 내재화하는 건 '공급사슬 관리(SCM)' 때문이다. 배터리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분리막은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소재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체 분리막 시장 수요 전망은 지난해 41억 m²에서 2025년 158억8000만 m²로 4배 가까이 급증한다. 2023년부터는 수요가 공급을 초월하는 공급 부족 현상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에는 중국에서 베어 필름을 사온 후 LG전자가 세라믹 코팅하는 방식으로 분리막을 확보했다. 코팅 사업은 지난 7월 LG화학으로 이관됐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지 3달 만에 분리막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LG화학은 분리막 핵심 소재인 원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합작사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레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내 공급사를 활용해 현지 영업망을 확보하고, LG화학은 분리막 원단 기술력을 얻을 수 있어 양사가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세라믹 코팅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원단 기술력까지 확보할 경우 상공정과 하공정 기술을 모두 갖게 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분리막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분리막 내재화가 LG에너지솔루션의 원가 절감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할지는 의문이다. 현재 분리막 업체는 전지업체의 가격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세라믹 코팅을 하지 않은 분리막의 경우 제곱미터 당 1달러 이하의 가격을 요구받았다. 현재 세라믹 코팅을 입힌 분리막도 제곱미터 당 1달러 이하로 가격이 낮아졌다.

이미 LG화학은 LG전자에서 분리막 세라믹 코팅 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5250억원을 썼고, 이번에 6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현재까지 분리막 사업에 투자한 비용만 1조원이 넘는다.

▲ 이차전지용 분리막 제조기술 및 시장전망(자료=유펙스캠)
▲ 이차전지용 분리막 제조기술 및 시장전망(자료=유펙스캠)

분리막의 마진이 낮아진 상황에서 내재화하는 게 전략적으로 맞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LG화학과 도레이의 합작공장은 습식 분리막을 생산하게 된다. 습식 분리막의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이 건식 분리막보다 많이 들어간다.

습식 분리막은 고분자 PE를 기본 원재료로 압출과 화학처리를 한 뒤 필름의 양면에 기공(pore)을 형성시키는 단층필름 형태로 만든다. 고분자 소재와 저분자량의 왁스를 혼합해 고온에서 필름을 압출한 뒤, 용매(솔벤트)를 사용해서 왁스를 추출해 미세다공 구조를 형상한다.

하지만 내열에는 건식 분리막에 비교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의 경우 150도의 높은 온도에서도 분리막이 열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물리적, 전기적으로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의 온도가 높아져 분리막에 단락이 생길 경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분리막은 전기차가 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재다.   

신학철 부회장은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분리막 사업을 적극 육성해 세계 1위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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