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삼성전기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수치다. 마이너스 순차입금은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번 마이너스 전환은 차입금 상환에 집중한 재무전략의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가 27일 공개한 IR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 총차입금은 1조3803억원으로 2분기(1조7975억원)보다 4173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1조6111억원에서 1조4457억원으로 1654억원 감소했다. 

현금성자산이 소폭 감소했음에도 총차입금이 큰 폭으로 줄면서 3분기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65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올해 2분기 순차입금은 각각 플러스(+) 5243억원, 1864억원이다. 이날 삼성전기 실적발표회를 진행한 김태영 상무는 “지속적인 차입금 감축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도적으로 순차입금을 관리했다는 의미다. 삼성전기 순차입금 추이를 보면 올해 1분기 2977억원에서 2분기 1864억원, 3분기 마이너스 전환으로 이어졌다. 현금흐름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 내 차입금 증감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새로 차입한 금액보다 상환한 금액이 많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신규 선임된 강봉용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성향이 반영된 재무 성과라고 평가한다. 강봉용 CFO 신규 선임 이후 삼성전기가 ‘재무건전성 개선’에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강봉용 CFO는 꾸준히 “순현금 확대, 잉여현금흐름(FCF) 건전성 확보”등을 언급해왔다.

▲ (자료=삼성전기)
▲ (자료=삼성전기)

다만 마이너스 순차입금 기조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기는 대규모 반도체 기판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는 차입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실적발표회에서도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FC-BGA의 경우 중장기적 대응 위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단계별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면 추후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4분기 매출은 3분기와 비교해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세트 업체들의 재고조정 영향으로 4분기 매출은 3분기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알아두면 좋은 지식

·FC-BGA: 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할 때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선을 활용한 본딩 방식이고요. 다른 하나는 볼 형태의 범프로 연결하는 플립칩 방식인데요. 플립칩 방식은 크게 FC-BGA와 FC-CSP로 나뉩니다. FC-BGA는 중간 연결 구조 없이 반도체를 패키지 기판에 그대로 붙이는데요. 패키지 소형화에 용이합니다. 이 때문에 FC-CSP보다는 FC-BGA가 고부가 제품으로 평가 받습니다.

삼성전기는 올해 3분기 매출 2조6887억원, 영업이익 45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1%, 49% 증가한 수치다. 호실적은 MLCC 중심의 컴포넌트 사업부가 이끌었다. 컴포넌트 사업부 3분기 매출은 1조320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1%에 달한다.

기판 사업부도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3분기 매출은 58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삼성전기 측은 향후 서버용 FC-BGA 시장 진출 가능성도 내비쳤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다수 거래선으로부터 서버용 FC-BGA 참여를 요청받았다. 내년 하반기에는 서버용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듈 사업부는 실적 둔화세가 이어졌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한 7874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 측은 중국 시장 스마트폰 수요 둔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4분기는 전통적 카메라 모듈 비수기다. 실적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4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에 따라 수요 약세로 3분기 대비 감소 예상되지만 2022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용 고사양 멀티 카메라 모듈 생산 등으로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