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반도체 공급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올해 3분기(애플 회계기준 4분기) 매출은 834억달러(약 97조50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29%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뒀다. 아이폰 생산이 차질을 빚은 결과다.

28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예상보다 공급 제약이 컸지만 강력한 성과를 냈다”면서도 “잠재적 매출 손실은 60억달러(약 7조원)로 추산된다. 업계 전반의 반도체 부족에 코로나19 여파로 동남아시아 생산기지가 제조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애플의 매출이 시장 기대치 아래를 기록한 건 2017년 5월 이후 4년 만이다.

▲ △이전까지 애플 등 대형 제조사들은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공급 계약·수급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공급망 강자’로 불렸다.(사진=애플)
▲ △이전까지 애플 등 대형 제조사들은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공급 계약·수급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공급망 강자’로 불렸다.(사진=애플)

전세계적인 반도체 대란은 애플 주력제품인 아이폰 생산에도 타격을 입혔다. 특히 반도체 생산기지로 꼽히는 동남아 국가에서 델타변이가 확산되면서 공장들이 문을 닫은 영향이 컸다. 공급이 밀린 데 따라 3분기 아이폰 매출은 388억7000만달러(약 45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415억1000만달러를 예상했는데, 이를 크게 밑돈 것이다.

애플은 높은 ‘수요’를 강조했다. 특히 연말 쇼핑시즌을 맞아 아이폰13·아이패드 미니 등 애플 제품에 대한 주문이 기록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반도체 부족은 계속될 전망이어서 <맥루머스>는 “공급은 제한돼 있고 애플은 그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번 분기에는 공급망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애플의 서비스 부문은 이번 분기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면서 매출을 견인했다. 앱스토어 수수료, 애플뮤직, 애플TV플러스(+), 광고 등을 포함한 서비스 부문 매출은 지난해보다 25.6% 늘어난 182억8000만달러(약 21조4000억원)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애플에 따르면 앱스토어·애플뮤직 등 애플 유료구독 가입자는 전세계 총 7억45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억6000만명 증가했다. 5년 사이 5배가 뛰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 애플의 맥(PC·노트북)부문 판매 매출은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92억달러에 그쳤는데, 이는 이달 발표된 맥북 프로의 매출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아이패드는 83억달러, 애플워치·에어팟 등 기타 제품부문은 88억달러로 각각 21%, 11% 성장했다.

한편 애플은 지난해 순이익은 946억달러(약 110조8000억원)를 거두면서 지난 2018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 실적(585억달러·약 68조5000억원)을 갈아치웠다. 이는 작년 출시된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 아이폰12의 흥행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아이패드·노트북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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