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키파운드리가 경영난으로 나뉘어진지 17년 만에 다시 한 식구가 됐다. 그간 키파운드리가 계속되는 대주주 교체로 사업 안정성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만큼, SK하이닉스의 인수가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9일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57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거래 상대방은 매그너스 반도체 유한회사다. SK하이닉스는 주요 국가 규제 승인을 받아 인수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하는 파운드리 회사다. 1979년 엘지 반도체에서 시작된 키파운드리는 4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다만 계속되는 대주주 교체로 안정적인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첫 대주주 교체는 1999년이다. 엘지 반도체는 현대전자와 합병했고, 현대전자는 2001년 하이닉스 반도체로 사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폭락 등에 따른 영업 부진이 이어졌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2001년 2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하이닉스 반도체 기존 주주였던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등은 채권금융기관에 대주주 자리를 넘겼다. 채권단은 이후 마이크론 등 해외 기업과 매각 협상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매각 반대 운동 등 크고 작은 잡음이 쏟아졌다.

▲ 키파운드리 주요 연혁. (자료=키파운드리 홈페이지)
▲ 키파운드리 주요 연혁. (자료=키파운드리 홈페이지)

마이크론과 진행한 매각 협상은 무산됐다. 채권단은 부분 매각이라도 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하이닉스 반도체는 비메모리 사업 부문만 씨티그룹 벤처 캐피탈(CVC)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 가격은 9543억원이다.

하이닉스 반도체에는 메모리 사업 부문만 남게 됐다. SK그룹은 2012년 메모리 사업 부문만 남은 하이닉스 반도체를 인수했고, 현재의 SK하이닉스가 됐다.

씨티그룹이 가져간 비메모리 사업 부문은 CVC 에퀴티 파트너스 L.P.와 CVC 아시아태평양, CVC, 프란시스코 파트너스 등이 투자한 `매그나칩 반도체'로 새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매그나칩 반도체는 6년 동안 흑자를 내지 못하는 등 부진한 실적에 시름했다. 2009년에는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기도 했다.

결국 매그나칩 반도체는 지난해 비메모리 사업 중 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관심을 보인 게 SK하이닉스다. 매그나칩 반도체는 국내 사모펀드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 크레디언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에 파운드리를 매각했는데, SK하이닉스는 이 회사에 49.8%를 출자(LP)했다. 매각된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9월 ‘키파운드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당시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적정 시점에 키파운드리를 인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발언도 사실상 키파운드리 인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 키파운드리는 하이닉스 청주 공장과 붙어 있다. (자료=키파운드리 홈페이지)
▲ 키파운드리는 하이닉스 청주 공장과 붙어 있다. (자료=키파운드리 홈페이지)

키파운드리는 SK하이닉스 파운드리 부문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맞먹는 생산능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월 10만여장 수준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올해 말까지 중국 우시로 완전히 이전할 계획이다. 이전 후 생기는 국내 사업장 공백을 키파운드리가 메워줄 수 있다는 점도 인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키파운드리는 SK하이닉스 청주 공장과 붙어 있어 통합도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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