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웍스' 이용 예시.(사진=네이버클라우드)
▲ '네이버웍스' 이용 예시.(사진=네이버클라우드)

팔도 도시락은 국내에선 많은 컵라면 브랜드 중 하나이지만 러시아에선 '국민 라면'으로 불린다. 네이버클라우드의 메신저 기반 업무용 협업도구 브랜드인 '네이버웍스'가 이와 비슷한 처지다. 일본에서는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분투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웍스 전체 글로벌 고객수는 올 3분기 25만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근무 방식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2분기 10만, 올 1분기 20만에 이어 1년여간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웍스의 성장세를 추동한 시장은 일본이다. 일본 업무용 협업도구 시장에서 1인자 자리를 굳히고 있다. 네이버가 개발한 메신저 '라인(LINE)'이 현지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덕분이다. 라인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해 일본인에게 쉬운 사용성과 라인과의 호환성을 제공했다. 일본에서만 '라인웍스'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중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후지 키메라 종합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라인웍스는 일본 비즈니스 채팅 시장에서 매출 및 수량(ID) 기준 모두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매출 점유율은 전년 대비 3%p 증가한 33.6%로, 2위 업체와의 매출 격차는 4% 수준으로 더 벌어졌다. ID 점유율 기준으로는 4%p 증가한 43.1%를 기록하며 안정적 1위 위치에 안착했다. 연구소 측은 라인웍스 가입 유료 ID수가 연내 약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지의 IT 전문 매거진 닛케이 컴퓨터가 지난달 발표한 '고객 만족도 조사 2021-2022'에서도 라인웍스는 일본 그룹웨어·비즈니스 채팅 부문 1위에 선정됐다. 성능·기능, 운용성, 비용 등 부문에서 전체 평균보다 높은 평가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경우 영업 직군이 많은 금융업종에서 라인을 사용하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내근·외근직 간의 빠른 정보 공유와 소통을 위해 라인웍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최대 규모의 손해보험회사이자 업계 1위인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은 외근 업무 시간의 증가로 인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네이버웍스를 선택했다.

네이버클라우드 'SaaS' 확장 힘들게 하는 가비아 '하이웍스'
네이버웍스는 이와 달리 한국 그룹웨어 시장에서는 가비아에, 기업 메신저 시장에서는 카카오에 치이는 형국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웍스의 한국시장 점유율을 따로 밝히지 않고 글로벌 기준으로 공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더리서치컴퍼니가 국내 50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네이버웍스는 올해 국내 그룹웨어 시장에서 12.0%, 기업 메신저 시장에서 6.3%의 점유율을 차지해 각각 2, 5위를 기록했다. 양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가비아의 '하이웍스'다. 25.8%, 28.0%의 점유율을 거뒀다.

특히 기업 메신저 시장에서 네이버웍스는 2위를 차지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카카오워크(12.2%)의 절반가량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카카오워크는 2016년 출범한 네이버웍스보다 늦은 지난해 출시됐음에도 국내 B2C(기업 대 소비자)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점한 카카오톡의 위상을 넘겨받아 단숨에 카카오워크를 제쳤다. 국내에서 라인은 카카오톡에 비해 점유율 열위에 있어 네이버웍스가 덕을 보기 힘들다.

가비아의 하이웍스가 공격적인 가격공세를 펴고 있는 점이 네이버클라우드의 가장 큰 난관이다. 하이웍스 그룹웨어 상품 중 베이직형(이메일 포함)은 100인 기준 19만원, 즉 1인당 1900원의 이용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네이버웍스는 유료 상품의 1인당 최저 가격이 3000원부터 시작한다.

네이버웍스의 특장점 중 하나인 화상회의 기능도 하이웍스에서 이용이 가능해졌다. 현재 신규 고객에게 첫해 이용료를 40% 할인해주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가비아는 국내 대기업 고객사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마케팅에도 적극 나섰다. 신한은행·IBK저축은행·흥국증권 등 금융사부터 관세청·에스원까지 하이웍스를 도입했다. 반면 네이버웍스는 일본 대기업 고객사들에 주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하나은행이 시범 도입했지만 최종 도입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클라우드 사업을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네이버로선 네이버웍스의 반등이 절실하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인 네이버웍스는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NCP), 클로바와 함께 네이버의 클라우드 매출을 이루는 한 사업군이다. 서비스형 인프라(IaaS) 위주의 사업을 서비스형 플랫폼(PaaS), SaaS까지 확장해야 장기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이에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에 적용된 기술과 노하우를 하나로 통합해 산업별로 특화된 '버티컬 솔루션'으로 네이버웍스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버티컬 솔루션 중 하나로 업무용 협업 도구와 기업정보시스템, 파일 공유 시스템을 하나로 묶은 토탈 솔루션 '네이버클라우드 포 스마트워크'를 올 초 출시했다. 한 플랫폼에서 하나의 ID만 있으면 메일·화상회의·메신저·파일공유·근태관리 등 업무에 필요한 모든 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다. 각각 기능을 따로 이용해 발생하는 업무 복잡도를 해소하고, 더욱 저렴하며,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AI 솔루션인 '클로바'를 활용한 서비스도 확장한다. 네이버웍스에 적용된 클로바 OCR(광학문자판독) 기능은 고객·거래처의 연락처를 간편하게 명함 스캔만으로 자동 추가할 수 있다.

네이버웍스의 가격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최근 클라우드 딜리버리 플랫폼 기업 베스핀글로벌과 함께 출시한 '일잘러들을 위한 단독 패키지'는 네이버웍스 신규가입자에게 6개월 무료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1년 계약 신규 고객이라면 총 50%의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베스핀글로벌은 자체 전산망을 구축한 기업이 수월하게 클라우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총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매출액이 2019년 848억원에서 2020년 1599억원으로 88.4% 증가했다. 이렇게 성장하는 베스핀글로벌과 협력해 네이버클라우드는 사업 전반에서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IaaS에서 PaaS와 SaaS쪽으로 비중을 넓히는 게 목표"라며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세분화하고, 특히 클로바에 들어가 있는 AI 기능을 업무 협업툴에 접목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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