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발생한 KT발 유·무선 인터넷 먹통 사태의 원인은 주요 통신 장비인 라우터 교체 작업 중 프로그램 명령어 1개가 누락된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대한 KT의 방비책 미비로 문제는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조사 내용을 담은 'KT 네트워크 장애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25일 KT 인터넷 먹통은 라우터 장비 교체 중 잘못 입력된 명령어가 전국 통신망에도 업데이트되며 발생했다. (자료=과기정통부)
▲ 25일 KT 인터넷 먹통은 라우터 장비 교체 중 잘못 입력된 명령어가 전국 통신망에도 업데이트되며 발생했다. (자료=과기정통부)

라우터는 인터넷에 연결된 각종 장치(PC, 스마트폰, 인터넷 서비스) 간 통신을 중개해주는 신호 전달 장비다. 이때 라우터는 다른 라우터와 연결되려면 적절한 통신 규칙(protocol)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번 사고는 서로 다른 라우터 프로토콜을 분리하기 위한 명령어 'exit' 단 4글자가 누락되며 발생했다. 구체적으론 명령어가 누락돼 소규모 신호를 처리하는 프로토콜(IS-IS)에 대규모 정보를 처리하는 BGP(프로토콜 일종)의 정보가 입력되면서 라우팅 오류가 나타났다.

문제는 잘못된 코드가 부산 지역을 넘어 타지역 라우터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업데이트되며 심각해졌다. 이 과정에서 KT의 전국 네트워크가 잘못된 데이터 전달에 대응하는 시스템 없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3년 전 KT 아현국사 화재 사건 당시에는 일부 지역 네트워크만 끊긴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부산에서 시작된 문제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된 이유다.

▲ 인터넷 통신은 라우터와 지역 내 장비의 연결(1차), 라우터 간 연결(2차)을 통해 이뤄진다.(자료=과기정통부)
▲ 인터넷 통신은 라우터와 지역 내 장비의 연결(1차), 라우터 간 연결(2차)을 통해 이뤄진다.(자료=과기정통부)

장비 업데이트 이전 단계인 사전 코드 작성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이번에 문제를 야기한 코드는 작업 이전 협력 업체가 작성해 KT의 검토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KT는 이를 2번에 걸쳐 확인하고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조사반은 '코드를 사람이 직접 확인하는 체계'를 원인으로 짚었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밍 코드는 짧으면 몇 줄, 길면 수만 줄 이상의 '문자+숫자 명령어'의 나열로 구성된다. 이때 단 한 글자라도 규칙에 어긋난 코드가 있다면 해당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그럼에도 네트워크 작동과 관련된 중요 코드를 소프트웨어 도움 없이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는 점은 KT의 허술한 소프트웨어 관리 실태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직전 진행되는 사전 작동 테스트도 이번 사고 작업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작업 당시 현장에는 KT 관리자도 부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KT는 코드 검토, 현장 감독, 결과물 확인이라는 사고를 막기 위한 3번의 기회를 모두 놓친 셈이다.

과기정통부도 이번 사고의 배경으로 KT의 관리·기술적 문제점으로 꼽으며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 방안'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주요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작업체계, 기술적 오류확산 방지체계 등 네트워크 관리체계 점검 △주요통신사업자가 네트워크 작업으로 인한 오류여부를 사전에 진단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시스템 도입 △사전에 승인된 작업계획서의 내용 및 절차가 준수되는지 기술적 점검 체계 구축 △라우팅 작업 간에는 동시에 업데이트되는 규모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안 등이 검토될 예정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통신 장애로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용자 피해 현황 조사 및 피해 구제 방안도 마련 중이다. 아울러 유사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우면동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운영 중인 테스트베드를 전국 단위로 적용해 네트워크 작업 안정성 확인 수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라우터 오류 발생 시 해당 영향이 국지적으로 차단될 수 있도록 라우팅 오류 확산 방지 기능도 전체 망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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