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생태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들의 고민과 전략을 들여다봅니다.
▲ (왼쪽부터) 김종원 부대표, 임미진 대표. (사진=블로터)
▲ (왼쪽부터) 김종원 부대표, 임미진 대표. (사진=블로터)

“첫 번째 미션이 감각의 시대, 점핑 스테이지에 있는 직장인들의 기획력을 키우기 위한 콘텐츠를 전하는 것이고 두 번째가 서비스적으로 이용자들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루에 하나의 노트(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독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마지막 미션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임미진 타임앤코 대표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지식 콘텐츠 구독 서비스 '롱블랙'의 3가지 미션을 이렇게 제시했다. 이날 인터뷰엔 김종원 부대표도 함께 했다. 

3가지 미션엔 두 사람의 경험과 고민이 녹아 들어 있다. 임 대표는 2003년 중앙일보에 기자로 입사해, 2018년부턴 중앙일보 신사업인 콘텐츠 구독 서비스 ‘폴인’을 이끌어 왔다. 김 부대표는 2000년대 중반 방송국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 운영을 시작으로 IT 기획자로 일하다 동아일보 계열사 DBR·HBR 등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커리어를 이어갔다. 이후 리디북스와 폴인을 거쳤다. 두 사람은 모두 올해 초 폴인에서 퇴사한 후, 지난 3월 타임앤코를 설립해 롱블랙 서비스를 지난 9월 론칭했다.

김 부대표는 “공급자 입장에서 서비스 내고 마케팅하고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고 했는데, 나 조차도 실제 소비자 입장이 되면 그 많은 서비스들을 이용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구독 서비스 업계에 10년 넘게 있어 오면서 ‘콘텐츠를 싸게 많이 공급하는 게 정답인가’ 늘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두 사람이 독립적으로 나와 실험에 나선 것이다.

이들이 찾은 해결책은 월 4900원에 하루에 하나의 노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두 번째 미션이다. 이용자들은 하루에 하나씩 공개되는 노트를 그날 봐야 한다. 지난 노트는 볼 수 없다. 다만 이미 봤던 노트는 다시 볼 수 있다.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루에 하나의 콘텐츠는 꼭 보도록 습관을 형성하는 전략이다. 김 부대표는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습관”이라며 “넛지(nudge)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주안점을 둔 부분이 세 번째 미션인 ‘가독성’이다. 4명의 가상 캐릭터도 만들었다. 이들은 롱블랙 노트라는 세계관 안에서 생활하며 이용자들이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읽기 전 친절하게 호기심을 자극해주고, 콘텐츠가 끝난 후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사라진다. 역시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다. 무거운 글일 수 있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게 돕는 장치다. 임 대표는 “이 콘텐츠를 만나게 도와주는, 친근감과 감정적 유대를 형성해줄 수 있는 사람이 중간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가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는 첫 번째 미션처럼 롱블랙의 목표가 점핑 스테이지에 있는 직장인들에게 케이스 스터디를 위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도 조직 리더도 아닌 그 중간 단계에서 리더로 올라가려 하는 이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기술보다 기획력·실행력 등이라 판단한 거다. 임 대표는 “특히 업무적으로 트렌드 센싱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기획 전략, 마케팅 등의 분야에 있는 분들”이라며 “전반적으로 그런 분들의 지식 콘텐츠 이용이 많은 편이고, 롱블랙 독자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콘텐츠 카테고리는 패션과 뷰티에 힘을 주고 있다. 기존 콘텐츠 시장서 틈새라고 생각해서다. 패션이나 뷰티를 보그나 지큐 등의 잡지에서 스타일적 관점에서 많이 다루고 있지만, 산업적 관점에서 다룬 콘텐츠는 적다.

이와 함께 커머스, 공간, F&B 등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관련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시대가 기술보다 감각이 앞서야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일굴 수 있는 ‘감각의 시대’라는 판단에서다. 임 대표는 “패션과 뷰티에서 스몰 비즈니스가 많이 나오면서 공부해야 할 케이스들이 갑자기 늘었다”면서 “본 적 없는 브랜드가 갑자기 나와 트렌드를 주도하는 걸 보면서 누가 왜 만들었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다”고 했다.

▲ 롱블랙 서비스 화면. (사진=롱블랙)
▲ 롱블랙 서비스 화면. (사진=롱블랙)

콘텐츠를 제작하는 건 외부 ‘스피커’다. 내부에선 고객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기획하고 전략을 세우는 등 큰 그림을 그린다. 이에 따라 그에 적합한 스피커를 물색해 협업을 진행한다. 현재까지 참여한 스피커 가운데는 홍민영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 교수, 구스노키 켄 일본 히토쓰바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이 있다.

스피커들은 롱블랙 이용자들이 모여 있는 슬랙(slack, 협업툴) 커뮤니티에 참여하기도 한다. 롱블랙은 슬랙을 통해 콘텐츠 업데이트 알림이나 공지 등을 보내고 이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있다. 이용자들끼리 콘텐츠를 읽은 후 느낀 점을 공유하기도 한다. 김 부대표는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나가지 않고 정부를 공유하는 창구가 있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특히 콘텐츠 서비스로부터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공간 경험’과 ‘인터랙션(interaction)’에서 온다는 것이 임 대표는 생각이다. 임 대표는 “오프라인이라면 강연장 분위기, 소리, 음악, F&B 등 모든 것이 공간 경험이 되고 온라인에선 UI·UX다”면서 “인터랙션은 특히 지식 콘텐츠의 경우 스피커들과 멤버들, 그리고 멤버들끼리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의 제공”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운영 초기이지만 이용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느끼는 중이다. 임 대표는 “CS(고객서비스)에 ‘어제 한 번 놓쳤는데 다시 보는 방법이 없냐’, ‘지난 노트 이용권 팔아 달라’ 이런 얘기가 올라온다”면서 “콘텐츠가 귀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시대고 콘텐츠는 도처에 널려 있고 언제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무거운 콘텐츠를 놓치면 아쉬워하고 매일 봐야만 한다는 경험을 만들어낸 것 같아 신기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콘텐츠 길이가 길게는 1만5000자임에도 완독률도 높다고 한다. 김 부대표는 “하루 24시간 중 틈새 시간이 있을 텐데, 푸시를 보내지 않아도 하루에 한 번씩 들어가야 한다고 인식하는지 다들 특정 시간대에 들어오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못 들어오거나 이용이 불편한 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서비스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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