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상 SKT 사장(왼쪽)과 박정호 SK스퀘어 최고경영자.(사진=SKT)
▲ 유영상 SKT 사장(왼쪽)과 박정호 SK스퀘어 최고경영자.(사진=SKT)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통해 2.0시대를 열었다. 회사가 설립된 1984년 이후 37년 만에 이뤄지는 기업구조 개편이다. SKT는 이번 변화의 목적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내세웠지만, 이를 달성하기까지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SK스퀘어가 1일 출발했다. SKT는 이로써 존속회사(SK텔레콤)와 분할신설회사(SK스퀘어)로 나뉘게 됐다. 존속회사의 변경상장과 신설법인의 재상장은 오는 29일 이뤄진다.

SKT는 SK스퀘어 출범과 동시에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반도체·ICT 투자전문 회사로 출범하는 SK스퀘어의 최고경영자(CEO)는 박정호 현 SKT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박 대표의 자리는 유영상 현 SKT 무선통신(MNO)사업대표가 물려받는다. 존속회사의 기반이 이동통신에 있는 만큼 해당 사업에 정통한 인물을 수장으로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2.0시대 개막…‘성장성 부족’ 과제로
SKT는 이번 기업개편을 ‘2.0시대’로 명명했다. ICT와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단 청사진을 그렸다.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시장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SKT의 포부와 달리 존속회사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양상이다. 분할 후 편제되는 회사 구성의 중요도가 다소 SK스퀘어에 몰려있어 존속회사의 성장성이 부족할 수 있단 견해다.

SK스퀘어엔 반도체·미디어·보안·커머스·모빌리티 등 시장 주목도가 높은 산업군의 16개 회사가 편제된다. 구체적으로 시가총액 2위의 SK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ADT캡스(보안) △11번가(e커머스) △티맵모빌리티(모빌리티 플랫폼) △원스토어(앱 마켓) △콘텐츠웨이브(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IDQ(양자보안) △SK텔레콤 CST1(e스포츠) △SK텔레콤 TMT 인베스트먼트(미국 투자) △테크메이커(도이치텔레콤 기술합작사) 등이 자리한다.

▲ SK스퀘어 지배구조.(자료=SK텔레콤 투자설명서)
▲ SK스퀘어 지배구조.(자료=SK텔레콤 투자설명서)

SK스퀘어가 투자전문회사의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박 CEO의 경영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CEO는 그간 SK그룹 내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 박 CEO는 SK그룹이 신세기통신·하이닉스반도체 등의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 주도적 역할을 했다. 또 통합 SK 출범도 이끌면서 ‘M&A 승부사’란 별명도 얻었다.

존속회사엔 MNO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K브로드밴드(IPTV) △SK텔링크(알뜰폰·MVNO) 등이 편제된다. SK스퀘어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존속회사의 핵심 사업인 MNO는 이미 성장성이 꺾인 분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SKT의 가입자별 평균 매출(ARPU)은 지속해서 하락했다. SKT의 ARPU는 5G 도입 이후에도 하락세를 보였다. 2019년 4분기 3만1215원에서 3만777원(2020년 1분기)→3만158원(2020년 2분기)→3만51원(2020년 3분기)으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이후 반짝 상승세를 보이며 올 2분기 3만446원까지 올랐지만, 상승 비율은 1% 안팎에 그쳤다. ARPU는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핵심지표 중 하나로, 사업 성장의 척도를 나타낸다.

‘반전’ 노리는 SKT 존속법인…구독·메타버스 핵심 사업으로
SKT 역시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유 사장도 존속법인 수장으로 오른 첫날 회사 전체 구성원 앞에 나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유 사장은 통신사업 정체에서 벗어나 SKT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고객∙기술∙서비스 중심의 ‘인공지능(AI)&디지털 인프라(Digital Infra) 서비스 컴퍼니’로 거듭나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겠단 포부다.

유 사장은 “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안정적인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1등 서비스 컴퍼니로서의 전제 조건”이라며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T는 △유무선 통신 △AI 서비스 △디지털 인프라 서비스를 3대 핵심 사업 영역으로 꼽았다. 3대 핵심 사업을 기반으로 2025년 매출 목표 22조원을 달성하겠단 목표도 내걸었다.

▲ 유영상 SKT 사장이 구독 브랜드 'T우주'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SKT)
▲ 유영상 SKT 사장이 구독 브랜드 'T우주'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SKT)

SKT는 이 같은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최근 구독·메타버스 영역에서 2개의 신규 사업을 선보였다. 지난 9월 공개한 구독 서비스 ‘T우주’는 △고객 니즈에 맞춘 상품을 지속 추가 △구독 상품에 특화된 유통망 확대 △글로벌 스토어 상품 및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서비스 매력을 높일 계획이다.

또 지난 7월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게임·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업계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의 즐길 거리도 확대된다.

디지털 인프라 영역에선 지속해서 증가하는 데이터 센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데이터 센터 구축을 확대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데이터 센터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 존속법인 SKT의 지배구조.(자료=SK텔레콤 투자설명서)
▲ 존속법인 SKT의 지배구조.(자료=SK텔레콤 투자설명서)

글로벌 빅 플레이어와의 초협력…“사내부터 혁신”
SKT는 또 다양한 글로벌 빅 플레이어(Big Player)들과의 초(超)협력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SKT는 이미 삼성·카카오 등 국내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통신∙AI∙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메타버스∙미디어∙커머스∙클라우드∙데이터센터 등 미래 사업 영역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아마존∙메타(페이스북)∙도이치텔레콤 등 세계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유 사장은 이 같은 다양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선 사내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통과 협업을 바탕으로 회사와 구성원이 더불어 성장하고 이것이 구성원 행복의 근간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SKT 전체 구성원과의 격의 없는 소통의 장을 지속 마련해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구성원과 함께 만들어나갈 계획”이라며 “소통과 협업을 SKT 내부에 그치지 않고 SK브로드밴드 및 SK스퀘어를 포함한 SK ICT패밀리 전체로 확대해 통합 시너지를 창출하는 원팀(One Team)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 유영상 SKT 사장이 1일 구성원 대상 첫 타운홀 미팅을 열고 ‘AI&디지털인프라 서비스 컴퍼니’ 비전과 함께 SKT 2.0 시대의 개막을 공식 선언하고 있는 모습.(사진=SKT)
▲ 유영상 SKT 사장이 1일 구성원 대상 첫 타운홀 미팅을 열고 ‘AI&디지털인프라 서비스 컴퍼니’ 비전과 함께 SKT 2.0 시대의 개막을 공식 선언하고 있는 모습.(사진=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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