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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의 인기가 높다보니 현지 유저들도 모바일 버전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올 여름 시즌을 겨냥해 중국에서 출시할 계획이며 한국 서비스는 시기를 검토중이다" - 2020년 5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내년(2022년) 1분기 내 한국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개발사인 네오플은 던파 모바일 중국 출시를 위해 현지 퍼블리싱을 맡은 텐센트와 긴밀히 협업하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 서비스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새로운 정보는 없는 상황" - 2021년 11월

중국 시장 선출시를 계획했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 모바일)이 한국 서비스 계획을 구체화했다. 1년 6개월 전만해도 중국 서비스에 우선 순위를 뒀던 던파 모바일이 한국 출시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규제로 불투명한 중국 시장?…속내는
지난해 8월 12일, 예정대로라면 던파 모바일은 중국에서 한창 서비스중이어야 했다. 그러나 중국 출시를 하루 앞둔 지난해 8월 11일 넥슨은 돌연 관련 서비스 잠정중단 소식을 전했다. 넥슨 측은 "중국 정부의 규제에 따라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해당 작업이 끝나는 대로 출시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넥슨이 중국 출시 일정을 조율한다고 밝힐 때만 해도 업계는 연내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밝힌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은 중국 정부가 2019년부터 시행한 '미성년자 게임 과몰입 방지법'의 일환으로 18세 이하 청소년의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한편 유료 아이템 구매 등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관련 시스템의 경우 이용 등급을 조정하거나 연령별 구매 제한 정책을 추가하는 정도로 알려져,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늦어도 연말에는 던파 모바일의 현지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현지 퍼블리셔가 중국 최대 IT기업인 텐센트인 만큼, 던파 모바일의 원활한 서비스가 예상됐다. 중국에서 원작 던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던파 모바일 현지 사전예약자만 6000만명을 훌쩍 넘겼기 때문에 가능한 기대치였다. 실제로 텐센트가 넥슨에 지급하는 로열티만 1조원에 달할 만큼 중국 시장에서 던파의 존재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서비스 이미지. (사진=넥슨)
▲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서비스 이미지. (사진=넥슨)
그러나 출시 연기를 발표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넥슨은 중국 서비스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개발사 네오플과 현지 퍼블리셔 텐센트가 긴밀하게 협업중이지만, 정작 중국 서비스 일정에 대해서는 '새로운 것이 없다'고 밝힌 것이 결정적인 증거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외국 기업에게 내어주는 현지 서비스 허가권리)를 조금씩 풀기 시작한 것과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대한 외자판호를 발급한 이후, 올 들어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에 대한 판호를 허가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본격화되는 듯 보이지만, 제한적으로 극소수의 게임만 허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에서 대형 퍼블리셔로 자리매김한 텐센트에 대해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연일 빅테크 기업에 대해 높은 규제 강도를 적용하고 있다. 올 들어 중국 베이징 경찰은 텐센트의 메신저 플랫폼 '위챗'이 청소년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텐센트의 대표 게임인 '왕자영요'에 대해 '정신적 아편'이라며 과격하게 표현하는 등 연일 '텐센트 때리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 때 주가가 10% 이상 폭락해 600억달러(약 70조원)가 증발했던 텐센트로서는 어떻게든 규제당국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 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청소년 보호법 취지에 맞는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 구축도 규제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텐센트의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텐센트는 자국의 규제를 피해 해외 시장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해외 유망 게임사들에 대한 지분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한국 등 주요 시장에 자사 게임을 출시하는 등 외부 영향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빅테크 규제 정책에 숨은 속뜻이 여기에 있다.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를 통해 해외 기업의 중국 내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한편 '규모의 경제'를 발판삼아 외화를 더 벌어들이기 위한 '명분'을 만들어준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수익성 낮은 중국, 이대로 포기?
넥슨 입장에서도 던파 모바일의 중국 서비스는 '계륵'이 됐다. 

지난해 게임업계에서는 중국 던파 모바일 서비스 진행 시 넥슨의 연매출이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6000만명 이상의 사전예약자 규모와 원작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수익성도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그러나 기약없는 기다림이 계속됨에 따라 중국 지역 매출 기대치도 대폭 하향됐다.  

실제로 지난해 넥슨은 중국에서 812억4000만엔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약 1649억8000만엔) 대비 절반 수준이다. 2019년만 해도 넥슨 연매출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중국은 1년여만에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 (사진=넥슨 IR북 갈무리)
▲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 (사진=넥슨 IR북 갈무리)
이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바람의나라: 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V4' 등 모바일 게임이 강세를 보인 것도 주효했지만, 중국 내 유저 실명제와 봇 제재가 강화되면서 PC판 던파의 유료 사용자 수요가 줄어든 데다 던파 모바일 출시까지 잠정 연기된 부분도 영향을 끼쳤다.

넥슨 입장에서는 언제 열릴 지 모르는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보다 모바일·온라인 게임에서 매년 고른 성장세를 보이는 한국이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던파 수요층이 견고하며 관련 IP에 대한 모바일 게임 서비스 노하우도 경험한 만큼 내년 라인업 공개 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넥슨은 지난 8월 '넥슨 뉴 프로젝트: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신작 7종과 서브 브랜드 '프로젝트 얼리스테이지', 콘텐츠 메이킹 플랫폼 '프로젝트 MOD', 멀티플랫폼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영상 등을 공개했다. 넥슨코리아의 경우 '마비노기 모바일'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만드는 '데브캣'과 '니트로 스튜디오'에 각각 400억원과 250억원의 자금 대여를 결정하는 등 신작 개발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일본에 선 출시했던 서브컬쳐 장르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국내 사전예약도 진행하는 등 한국 시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새 이미지. (사진=넥슨)
▲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새 이미지. (사진=넥슨)
그렇다면 넥슨은 이대로 중국 시장에서 던파 모바일 서비스를 포기할까. 앞서 넥슨이 밝혔듯 네오플과 텐센트의 '긴밀한 협업 관계'가 지속될 경우 중국 서비스를 개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수요층이 형성돼 있으며, 매출 규모로도 넥슨이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변수가 많은 중국 시장보다 한국 서비스에 대한 계획부터 구체화해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던파 모바일에 대한 현지 기대감이 높았던 이유 중 하나가 PC 던파에 대한 규제 때문이었다"며 "한국 출시 시기를 구체화한 것을 보면 중국 정부의 규제가 던파 모바일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넥슨은 던파 모바일의 안정성 점검을 위해 지난달 12~18일까지 약 일주일간 전직원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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