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매년 2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각형의 비중이 가장 높고, 원통형 배터리와 파우치형 배터리가 나란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부피당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이 높은 점이 장점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잇단 화재사고로 인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다.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의 성장세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마케팅 담당임원(전무)는 2일 오후 열린 컨퍼런스콜(실적발표회)에서 "원통형 배터리가 매년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무는 "올해 전기차용 원통형 전지의 규모는 75GWh인데 2026년에는 170GWh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1GWh 규모의 배터리로 전기차 1만5000대에 탑재할 수 있다. 75GWh는 전기차 112만5000대에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할 수 있는 분량이다. 삼성SDI는 2026년 원통형 배터리의 시장 규모가 170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약 255만대의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출처=SK이노베이션)
▲ (출처=SK이노베이션)

시장조사기관 EV볼륨스는 2025년 전기차(EV)용 배터리 시장은 1000GWh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시장이 30%씩 성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2026년에는 1300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원통형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원통형 배터리의 점유율(사용량 기준)이 23%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체 탑재량 144GWh 중 원통형 배터리가 33.2GWh에 달해 23%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27.8%(40GWh), 각형 배터리는 49.2%(70GWh)로 집계됐다.

파우치형 배터리의 점유율이 전년보다 11.8% 포인트 늘어나면서 각형 배터리와 원통형 배터리의 점유율은 4.1% 포인트, 7.6% 포인트 감소했다.

원통형 배터리의 최대 고객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 테슬라(Tesla)이다. 테슬라가 잘 팔리는 덕에 원통형 배터리의 제조사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전지회사는 파나소닉이며, 삼성SDI가 2위이다.

손 전무는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판매량은 2170 모델을 중심으로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내년에도 원통형 배터리 비중이 물량 증가와 신규 프로젝트 등으로 20%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통형 배터리의 점유율은 하락세가 예상된다. EV볼륨스는 파우치형 배터리 시장이 2025년 450GWh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우치형 배터리의 시장 규모가 원통형 배터리의 두 배 이상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배터리 소재를 층층히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에너지 밀도가 우수하며, 공간 활용이 효율적이다. 공정이 복잡하고 대량 생산에 불리한 게 단점이다. 커팅 공정에서 분리막 밀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양극과 음극이 접합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각형 배터리는 대량 생산에는 용이하고 충격에 강하지만, 공간 효율이 낮은 게 단점이다.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장단점이 뚜렷하다.

삼성SDI의 전망이 맞는다면 원통형 배터리의 점유율은 10%대로 떨어져 사실상 파우치형과 각형이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공격적으로 증설해 생산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삼성SDI는 증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자료=각사 IR북)
▲ (자료=각사 IR북)

삼성SDI는 경쟁사들이 리콜 이슈와 연구개발비 등 비용 증가로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홀로 '하이 싱글 디짓'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3분기 20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영업이익률은 7.4%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7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9.3%를 기록했다. GM 볼트EV 리콜로 인한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은 2510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률은 6.2%이다. 

SK온은 98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영업이익률은 -12%를 기록했다. 국내 전지3사 중 삼성SDI의 실적이 가장 우수했다.

삼성SDI는 올해 3분기 매출 3조4398억원, 영업이익 3735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전지사업은 매출 2조7409억원, 영업이익은 2018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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