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혁진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이혁진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국내 기술이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3일 해당 연구개발을 진행한 낸 이혁진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를 과학기술인상 11월 수상자로 선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를 낸 개발자를 매월 한 명씩 선정해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여한다. 선정된 연구자는 장관상과 함께 상금 1000만원을 받는다.

이 교수는 다양한 감염병·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물질을 효과적으로 체내에 전달하는 지질나노입자(LNP)를 개발했다. 이 교수의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사이언스 자매지)’에도 게재됐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18일 약의 날을 맞아 유전자치료제·항암치료제 등 제약·바이오 핵심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해온 이 교수의 수상이 뜻깊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2015년부터 시작해 7년차가 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그동안 여러 대학원 학생들이 노력해 온 결실”이라며 “또 지속적인 물질 발굴과 장기간 진행된 동물 실험 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얻어진 값진 결과”라고 수상의 소감을 전했다.

▲ 이혁진 교수 연구팀은 이온화 지질을 활용한 RNA 약물 전달체(지질나노입자)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사진은 해당 연구 결과의 설명 자료.(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이혁진 교수 연구팀은 이온화 지질을 활용한 RNA 약물 전달체(지질나노입자)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사진은 해당 연구 결과의 설명 자료.(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mRNA는 DNA의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리보솜에 전달하는 전령(messenger) 역할을 한다. RNA는 DNA가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고분자 화합물을 말한다. mRNA의 특성을 활용한 약물은 세포 배양을 통한 생산 과정이 없어 개발 기간이 짧다. 또 약물 치료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어 2010년대부터 암과 유전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제시돼 왔다.

RNA 치료제는 최근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다. 특히 코로나19 mRNA 백신인 모더나·화이자가 널리 사용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RNA 치료제는 대부분의 유전자를 제어(발현·억제) 할 수 있다. 해당 치료제 앞에 ‘혁신적 치료 방법’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이 교수는 “성공적인 RNA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약물 기능을 하는 RNA 물질에 대한 기초 연구와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약물 전달체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mRNA 약물은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한계점 역시 뚜렷하다. 주변 온도·수소농도이온지수(pH) 등 환경에 취약하고, 체내 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돼 활용이 어렵다. 바이오 신약 개발을 위해선 이 때문에 mRNA 약물을 체내까지 안전하게 운반할 LNP 원천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LNP 연구는 현재 세계적으로 치열한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다.

이 교수는 mRNA 약물을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주변 pH 환경에 따라 이온화 상태가 변화하는 이온화 지질을 개발했다. mRNA 약물을 안전하게 포장해 세포 내로 전달하는 LNP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연구실에서 개발한 지질나노입자는 기존의 간세포(hepatocytes)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약물전달체의 한계를 넘었단 평가를 받는다. 다른 표적 세포에 RNA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교수는 “약물 전달이 가능하단 점이 이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개발된 지질나노입자로 포장한 mRNA를 동물 모델에 주입한 결과 한 번의 투여만으로도 80% 이상의 표적 세포에 mRNA 약물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안전성과 효율성을 확보한 약물전달체 원천기술임을 입증한 셈이다.

▲ 이혁진 교수 연구팀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물질을 효과적으로 체내에 전달하는 지질나노입자(LNP)를 개발했다. 이는 조직 표적을 넘어 세포 표적 치료의 길을 연 성과로 평가받는다.(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이혁진 교수 연구팀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물질을 효과적으로 체내에 전달하는 지질나노입자(LNP)를 개발했다. 이는 조직 표적을 넘어 세포 표적 치료의 길을 연 성과로 평가받는다.(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 교수의 연구는 차세대 RNA 치료제인 mRNA를 체내 표적 세포로 전달하는 전달체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국내 자체개발 및 특허 등록이 완료된 첫 지질나노입자(LNP)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의공학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생명과학 분야를 공부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진 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2012년 3월 이화여대 약학대학 부교수에 취임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저널오브콘트롤드릴리즈 편집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약물전달 시스템 △유전자·세포 치료제 △핵산 나노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구글 학술검색 통계에 따르면 이 교수의 논문은 국내 RNA 치료제 및 전달체 분야에서 가장 많은 피인용 수(올해 기준 7016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평상심’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관심이 있는 과학 현상에 대해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는 적극성을 키웠으면 한다”며 “과학이라는 학문은 궁금증에서 출발하는데, 내가 관심을 갖는 현상에 대해 흥미를 유지하고 꾸준함을 기반으로 조금씩 연구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연구에 대한 큰 부담감이나 책임감은 종종 올바르지 못한 결과를 낳기 때문에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이혁진 교수(왼쪽 3번째)와 연구실 소속 구성원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이혁진 교수(왼쪽 3번째)와 연구실 소속 구성원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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