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2021년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다. 2025년까지 수백조원 규모의 시장 성장이 예견될 만큼 기대치도 높다. 일각에서는 '반짝인기'란 말이 나오지만 몇몇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ICT 역사의 흐름, 기술의 발전, 세대 전환의 관점에서 메타버스는 더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3일 온라인으로 열린 'SK ICT 테크서밋 2021' 메타버스 키노트에는 전진수 SK텔레콤 메타버스 CO장, 김인숙 유니티 코리아 대표, 정지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겸직교수가 연사로 나서 메타버스의 인기 요인, 미래 변화에 대해 예측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열린 SK ICT 테크서밋 2021', 주요 연사들도 아바타 형태로 행사에 참석했다 (자료=행사 갈무리)
▲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열린 SK ICT 테크서밋 2021', 주요 연사들도 아바타 형태로 행사에 참석했다 (자료=행사 갈무리)

기존 사이클 파괴한 메타버스, ICT 산업의 새 변곡점 마련
정지훈 교수는 ICT 역사에 변곡점이 발생하는 간극을 20년으로 보고 메타버스를 통해 세 번째 진화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앞서 첫 번째는 1980년~2000년대 초반의 PC·인터넷 혁신, 두 번째는 2000년~2020년을 주름잡은 모바일 혁신이었다.

정 교수는 그동안 각각의 ICT 혁신이 일정한 진화 패턴 아래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초기 하드웨어(기기) 등장을 시작으로 이를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서비스)의 발전, 이어 네트워크 및 인프라가 고도화되고 사람들이 이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면서 사용자가 늘어나는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현재 PC와 모바일도 이런 과정을 거쳐 일상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술로 자리매김해 있다.

반면 메타버스는 조금 다르다. 정 교수는 "코로나19란 예상 밖 변수로 인해 메타버스는 기존 사이클을 파괴하고 빠른 속도로 변화가 강요된 케이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론 사용자들이 어떤 기술, 기기의 사용성을 깨닫고 필요를 체감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데,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환경이 이를 가속했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이 필요를 먼저 느끼고, 메타버스를 빠르게 도입하면서 효용성을 깨닫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사례다. 정 교수는 "여기에 앞으로 메타버스를 구동할 하드웨어, 서비스, 플랫폼이 조금만 발전해도 수용성이 지금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구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이어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을 가속할 7가지 코어 요소(아래 자료 이미지 참조)를 소개하며 "메타버스 사이클 또한 20년 간 이어질 거라 생각하면 앞으로 2040년까진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메타버스의 7가지 코어 요소 중 무엇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 메타버스를 이루는 코어 기술 7가지 (자료=정지훈 교수 발표 갈무리)
▲ 메타버스를 이루는 코어 기술 7가지 (자료=정지훈 교수 발표 갈무리)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메타버스는 '일상'
전진수 CO장은 사람들이 이미 메타버스의 효용을 깨닫고 있다고 봤다. 전 CO장도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들며 "영상통화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당시 사람들은 대면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비대면이 강제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영상으로 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며 (비대면 소통 공간인) 메타버스도 일상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요즘 어린아이들은 숫자 11을 보고 유튜브의 '퍼즈(||, 일시정지)'를 먼저 떠올린다"며 "디지털을 자연스레 몸에 익힌 아이들에게 메타버스는 기성세대들이 느끼는 것처럼 공부가 아닌 일상처럼 익숙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전 CO은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기업이 집중해야 할 영역으로 '다양한 고객 경험의 가상화'를 들었다. 현실에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메타버스란 가상공간에서도 가능하다는 점, 할 만하다는 점을 깨닫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또 그 안에서 아바타를 통해 '상상의 현실화'를 가능케 하고 그들이 일방적인 소비자에서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경험하게 하는 크리에이터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 메타버스에서 구현된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소개 중인 전진수 CO장 (사진=발표 갈무리)
▲ 메타버스에서 구현된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소개 중인 전진수 CO장 (사진=발표 갈무리)

SKT는 이 같은 개념을 올해 7월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에서 실현하고자 한다. 이프랜드는 가상공간, 자료 공유, 아바타 간 소통 기능을 통해 입학설명회, 영화상영제, 팬미팅, 예능 프로그램, 웹드라마까지 주로 현실에서 이뤄지던 모임, 콘텐츠 제작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할 수 있다. SKT에 따르면 서비스 오픈 100일차에 접어든 시점 이프랜드에 제휴를 요청한 기업, 기관은 1000곳을 돌파했다.

향후 SKT는 볼륨메트릭 캡처 기술(360도 캡처 이미지로 현실과 같은 3D 공간 생성)을 활용해 사람과 똑닮은 아바타를 이프랜드 안에 구현하고 3D 아바타와 실제 사용자 모습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전 CO장은 "2024년 정도만 돼도 더 많은 2D 인터넷 경험이 3D 기반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며 "메타버스는 이미 가까이에 있다. 일상에서 다양한 메타버스를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인공지능과의 융합으로 한층 정교해질 메타버스
김인숙 유니티 코리아 대표도 기술적 관점에서 메타버스가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스마트판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핵심 요소는 SKT와 마찬가지로 볼륨메트릭 기술 기반의 디지털 휴먼 등장을 꼽았다. 다만 지금의 디지털 휴먼은 실시간성이 결여돼 생동감이 떨어지는 만큼, 디지털 휴먼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사람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범용화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실과 유사한 메타버스 공간은 향후 AI 모델 훈련 공간으로도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 대표도 대중이 일상에서 메타버스를 더 친숙하게 접해보기를 권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는 포토매트릭 기술을 통해 사라지는 가게나 건물을 3D로 기록하는 취미가 확산되고 있다"며 "현실 공간을 가상화하는 메타버스 기술에 익숙해질수록, 이를 가족이나 친구 모임 등에 적극 활용해볼수록 새로운 콘텐츠가 개발될 수 있는 연계 발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메타버스 아바타 형태로 행사장에 입장하는 모습이 연출된 박정호 SKT 부회장 (자료=행사 갈무리)
▲ 메타버스 아바타 형태로 행사장에 입장하는 모습이 연출된 박정호 SKT 부회장 (자료=행사 갈무리)

한편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내에서 이뤄졌다. 각 연사는 이프랜드 내 세미나 공간에서 아바타와 제스처, 음성, 발표자료 공유를 이용해 발표를 진행했고 일부 참석자들도 현장에 앉아 이를 관람했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현실의 가상화'가 무엇인지 드러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기존의 평면적인 웨비나보단 흥미로운 구성이었지만 실제 발표자의 모습, 입 모양·음성과 동기화되지 않는 아바타로 인해 몰입도는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다.

오프닝 연설을 맡은 박정호 SKT 부회장도 메타버스 아바타의 형태로 출근, 현장에서 입장하는 모습을 연출해 이목을 끌었다. 박 부회장은 "비대면 사회에 접어들며 발전한 메타버스는 이제 체류 시간이 유튜브에 육박한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모바일이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앞으로 20년 간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새롭게 일하는 공간, 소통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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