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 사업을 구체화했다. 최근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포괄적인 제휴를 맺고 관련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을 때만 해도 '정해진 것이 없다'던 하이브는 4일 설명회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하이브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와 NFT 사업 협력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퍼졌다. 양사가 디지털 자산화 사업을 위해 약 5000억~9000억원 규모의 주식 교환을 진행하는 한편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하이브는 "두나무와 투자 및 전략적 제휴, 전환사채(CB) 발행과 관련해 당사는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으며 이와 관련해 추후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NFT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설명회 영상 갈무리)
▲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NFT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설명회 영상 갈무리)
하이브는 입장을 밝힌 지 10일 만인 이 날 오전, 공시를 통해 두나무와의 협업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는 두나무가 하이브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7000억원을 투자하고 동시에 하이브도 같은 방식으로 두나무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는 파트너십이다. 이번 지분 투자로 하이브는 두나무 주식 2.48%를 취득하게 된다. 

사업 방향은 이 날 진행된 '2021 공동체와 함께 하는 하이브 회사 설명회'를 통해 공개됐다. 

설명회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음악 산업과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시너지로 곧 다가올 미래를 팬분들이 먼저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하이브의 비전,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지해 줄 파트너사를 찾았고 전략적 파트너십 하에 합작법인을 설립한 후 곧 현실이 될 사업들을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방시혁 의장의 설명이 끝난 이후 등장한 새로운 파트너는 '두나무'였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이 날 설명회에 참석해 하이브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하이브와 두나무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합작법인을 통해 아티스트IP 기반의 콘텐츠와 상품이 팬들의 디지털 자산이 될 수 있는 NFT 사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 (사진=두나무 홈페이지 갈무리)
▲ (사진=두나무 홈페이지 갈무리)
NFT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일종의 '디지털 인증서'다. 콘텐츠 소유자, 거래 정보, 저작물 내용 등이 시간 정보와 함께 블록체인에 각인되기 때문에 NFT에 기록된 데이터는 삭제나 무단 변조할 수 없다. 디지털 기반 예술품, 굿즈 등이 NFT 기술과 결합해 희소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엔터테인먼트, 예술, 게임업계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양사의 사업적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두나무는 업비트 외에도 맵플러스, 증권플러스 등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등을 기반으로 쌓은 블록체인 기술 역량과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지닌 두나무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와 '상품'이 절실하다. 

송치형 의장은 이 지점에서 두나무와 하이브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NFT는 단 하나뿐인 것을 믿을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인데, 무형적 가치가 중요한 게임·예술·엔터테인먼트 산업 영역과 융합할 떄 진가를 발휘한다"며 "하이브가 선보인 아티스트 IP 기반 콘텐츠와 상품들도 이제는 디지털 자산화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의 경우 BTS 외에 엔하이픈,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K팝 영향력이 높은 아티스트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의 매출액에서 '공식상품(MD) 및 라이선싱' 부문은 매년 25%가 넘는 비중을 차지할 만큼 하이브의 주요 사업분야로 꼽힌다. 올 상반기에도 MD 및 라이선싱 사업 매출은 전체의 25.14%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팬클럽 등 기타' 사업 분야 매출도 182억4600만원에 달했다. '글로벌 아티스트 기반 팬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하이브가 '디지털 자산' 기술을 더한다면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다양한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 (사진=설명회 영상 갈무리)
▲ (사진=설명회 영상 갈무리)
다만 양사의 합작법인이 실행할 사업이나 상품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기획 단계인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시혁 의장은 '포토카드'를 NFT 사업에 대한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포토카드는 아티스트 굿즈의 대표 상품이자 팬들이 수집을 목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양사는 NFT 사업이 구체화 되면 실물 포토카드의 디지털 고유성을 인정받아 영구적으로 소장할 수 있고, 위버스 등의 플랫폼에서 팬들간 교환·전시도 가능토록 개발할 예정이다. 영상과 사운드를 더한 '디지털 포토카드'의 개발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날 방시혁 의장은 "보다 다양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팬 경험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난다면 어떨지 두나무와 함께 구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치형 의장도 "카드를 클릭하면 해당 이미지와 연계된 아티스트의 영상, 음악, 목소리 등 보다 공감각적인 경험이 가능한 방식을 고민해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NFT와 연계된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가능성도 찾아볼 수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은 가상공간에서 팬들이 모여 카드를 교환하거나 나만의 아바타가 가상공간을 꾸미는 방식이 언급됐다. 팬들끼리 의견을 교류하거나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방식도 가상공간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송치형 의장은 "두나무의 핀테크 기술과 하이브가 만나 전 세계 팬분들이 가치의 공유와 가치의 교환이라는 확장된 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고민해서 완성도 높은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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