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는 픽코마의 유럽 진출을 두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한국형 웹툰부터 일본 망가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될 뿐만 아니라 완성된 유럽시장에 대입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사진=카카오)
▲ △카카오는 픽코마의 유럽 진출을 두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한국형 웹툰부터 일본 망가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될 뿐만 아니라 완성된 유럽시장에 대입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사진=카카오)

카카오가 카카오재팬 사명을 ‘카카오픽코마’로 바꾸고 프랑스 등 유럽 시장에 발을 뻗는다. 앞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카카오웹툰도 유럽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두 회사의 차별화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유럽 가는 카카오픽코마
지난 4일 카카오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최고투자책임자·CIO)은 “올해 안에 프랑스에서 픽코마를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일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유럽 등지로 활동범위를 넓혀 세계 시장을 잡겠다는 포부다. “초기 픽코마를 중심으로 (유럽에) 진출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K콘텐츠’를 중심으로 협력 또는 경쟁하는 구도로 유럽 시장을 같이 공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배 부사장은 말했다.

2016년 4월 문을 연 픽코마는 일본 디지털 만화(망가)·웹소설, 한국 웹툰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첫해 매출은 15억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 4분기에는 첫 영업이익을 내는 등 반등에 성공했다. 작년부터 일본 모바일 만화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거래액은 2018년 630억원, 2019년 1440억원, 2020년 41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398억원, 당기순이익은 143억원으로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 5월에는 해외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평가받은 픽코마의 기업가치는 8조8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이번 3분기 픽코마의 글로벌 거래액은 197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2% 늘었다. 일 평균 열람자, 인당 결제액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 △3분기 카카오의 콘텐츠 부문 매출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픽코마가 각각 차지하는 비중.(사진=카카오)
▲ △3분기 카카오의 콘텐츠 부문 매출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픽코마가 각각 차지하는 비중.(사진=카카오)
네이버도, 카카오도 프랑스 점 찍은 이유
프랑스는 만화 산업에 있어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만화시장으로 꼽힌다. 세계 만화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 않다. 경쟁사인 네이버도 지난 2019년부터 네이버웹툰 프랑스어 서비스를 선보이며 프랑스 진출에 공을 들였다. 지난 2019년 네이버웹툰 프랑스어 서비스를 내놓은 데 이어 작년 11월에는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했다. 프랑스 구글플레이 만화 부문에서 다운로드·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유럽 진출을 검토 중인 카카오웹툰도 프랑스 진출을 계획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카오웹툰이 지난 7월 ‘프랑스 사업팀’ 채용공고를 내면서 프랑스 진출설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픽코마가 시장에 먼저 진입하면서 카카오웹툰의 일정에 변수가 생긴 것으로 추측된다. 카카오웹툰 관계자는 “유럽·북미 사업 진출은 검토 수준이었고 프랑스 진출을 확정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채용공고에는 카카오웹툰 프랑스 사업 출시·성장을 주도한다는 업무내용과 함께 코로나 상황이 안정화되면 프랑스 체류가 가능한 이를 우대한다고 적혀 있었다.

카카오는 프랑스 시장을 공략하기에는 픽코마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종이만화책’ 선호도가 높다. 웹툰도 성장하고 있지만 비주류에 속하는 반면 일본 만화의 위상은 견조하다. 프랑스 만화 시장 매출의 42%가 일본 만화 판매에서 비롯되고 있을 정도(‘프랑스, 웹툰 시장에 주목하다(2021.2)’, 곽미성 프랑스 파리무역관)다. 픽코마는 △일본 현지 출판만화를 디지털화해 선보이고 있고, 세로 스크롤 형태로 보는 △한국형 웹툰도 서비스 중이다. 숫자는 적지만 성공작도 배출됐다. 카카오페이지 웹툰인 ‘나 혼자만 레벨업’은 픽코마에서 유통되면서 일 매출 5억6000만원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카카오는 픽코마를 통해 유럽인들에게 친숙한 일본 만화를 선보이면서 이용자를 확보하는 동시에 한국 웹툰을 ‘영업’하는 방식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 △웹툰 해외 진출로 인한 투자가 지속되면서 카카오 영업이익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동남아, 북미 진출과 픽코마의 일본, 유럽 사업 확대 등에 따른 글로벌 투자 활동으로 3분기 영업이익률이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한 10%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사진=카카오)
▲ △웹툰 해외 진출로 인한 투자가 지속되면서 카카오 영업이익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동남아, 북미 진출과 픽코마의 일본, 유럽 사업 확대 등에 따른 글로벌 투자 활동으로 3분기 영업이익률이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한 10%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사진=카카오)

배재현 부사장은 “프랑스는 일본 망가에 대한 친화도가 높은 문화권이고 콘텐츠의 디지털화도 매우 초기단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픽코마가 2016년 진출했던 일본 시장과 매우 유사한 구조이기 때문에 프랑스는 픽코마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로 매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도 “픽코마의 성공 방정식을 글로벌 무대로 확장시킬 것”이라면서 “카카오재팬의 유럽진출로 카카오의 전체 스토리 비즈니스는 또 하나의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카카오웹툰으로는 ‘한류’가 자리 잡은 지역을 노린다. 모바일 이용률이 높은 국가도 우선순위다. 현재 카카오웹툰이 태국·대만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이유다. 다만 카카오웹툰도 유럽 진출을 거론하고 있는 만큼 시장이 겹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픽코마 관계자는 “카카오공동체이기 때문에 경쟁보다 서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웹툰 관계자는 “(픽코마와는)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의) 유럽 진출이 이루어지는 형태가 될 수 있다”며 “같은 지역에 진출하더라도 망가 수요와 웹툰 수요는 확실히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인수를 마무리한 북미 타파스·래디쉬 등을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확보하고 있는 오리지널 IP를 제공하고, 픽코마와의 협력도 진행할 예정이다. 웹툰·웹소설 외에 영상 제작에도 속도를 낸다. 4분기 ‘사내맞선’을 시작으로 내년 1분기 ‘승부’, ‘헌트’, ‘종이의 집’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배재현 부사장은 “제작된 영상 콘텐츠를 북미 타파스·래디쉬를 통해 유통할 수 있는 가능성과 사업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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