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알기 쉽게 풀어봅니다.
▲ 이더마인(Ethermine)의 운영사 비트플라이가 '이더리움 2.0 스테이킹' 서비스를 개시했다.(사진=이더마인 홈페이지)
▲ 이더마인(Ethermine)의 운영사 비트플라이가 '이더리움 2.0 스테이킹' 서비스를 개시했다.(사진=이더마인 홈페이지)

그래픽카드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인 이더리움 채굴 수요가 뒷받침된 영향이 큽니다. 그런데 그래픽카드를 활용하는 '채굴러'들의 수익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이달 2일 세계 최대 이더리움 채굴장인 이더마인(Ethermine)이 '이더리움 2.0'의 스테이킹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고성능의 곡괭이(그래픽카드)가 없어도 이더리움을 채굴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죠.

현재 이더리움 재단은 채굴 방식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이더리움 2.0'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업증명 방식은 복잡한 수학문제를 해결한 사람에게 채굴 보상을 줘 고성능 그래픽카드와 막대한 전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이와 달리 지분증명은 많은 지분(코인)을 보유할수록 쉬운 문제를 내는 방식으로 그래픽카드도, 많은 전기도 필요 없습니다.

지금처럼 모든 채굴자에게 이더리움을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많은 지분을 가질수록 보상을 많이 주는 '주주자본주의'로의 전환이라 할 수 있죠. 이에 따라 이더리움의 시세 상승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비트 기준 이달 7일 이더리움 종가는 558만7000원으로 지난달 7일(436만1000원)보다 28.1% 올랐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지분증명 방식으로의 전환을 천명한 건 2010년 초반부터인데요. 시장 참여자들이 이렇게 이더리움 매수로 반응하는 건 지분증명 방식 도입이 머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더리움 2.0 개발자 벤 에징턴(Ben Edgington)은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메인넷 도입 전 테스트킷을 통해 작업증명과 지분증명의 병합(Merge)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유의미한 오류가 없을 경우 내년 1분기 지분증명을 도입한다고 합니다. 단 병합은 일정 비율로 이뤄지기 때문에 곧바로 그래픽카드 채굴 방식의 작업증명이 종료되는 건 아닙니다.

여기에 이어 이더마인은 이달부터 이더리움 2.0 스테이킹 서비스를 시작했죠. 스테이킹이란 고객이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일정기간 맡기고 보상을 받는 서비스, 즉 정기예금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이더마인은 이더리움을 최소 32개부터 스테이킹한 고객에게 연 5.4%의 이자를 줍니다.

이더마인이 본격적으로 이 서비스를 시작하자 채굴러들의 고민도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비싼 돈 주고 구입한 채굴 장비로 소위 '본전'을 뽑아야 하는데, 이더리움에 이어 어느 코인이 가격과 해시레이트(암호화폐 채굴 작업이 이뤄지는 속도)를 받아주면서 채산성이 확보되는 수준까지 갈 것이냐를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스테이킹을 하면 꾸준한 보상과 이더리움의 가치 상승을 함께 기대할 수 있죠. 지분증명이 완전히 도입되면 유통 총량은 제한될 것이고, 희소성은 높아질 테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채굴러들이 많아질수록 채굴장비 즉 그래픽카드의 가격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가능성이 관측됩니다.

다만 내년부터 이더리움 2.0이 도입된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그래픽카드 가격 하락은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전문가는 얘기합니다.

최진영 후오비코리아 애널리스트는 "2.0으로 샤딩(데이터를 분할해 처리하는 기술)이나 롤업(모든 거래 내역을 기존 이더리움에 기록하는 작업)이 성공해서 지분증명으로 바뀌더라도 (이더리움)클래식이나 비트코인 캐시를 채굴할 수 있다"며 "그걸(채굴기) 사용하는 사람들은 당장 처분하기보다 새로운 코인을 또 발굴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더리움 클래식은 '더다오(The DAO)' 해킹 사건을 계기로 갈라져나온 코인인 만큼, 채굴자들이 몰려간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매수에 매력을 느낄지는 미지수로 보입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그래픽카드가 가상자산 시장과의 동조성이 줄어든다면 가장 크게 환영할 사람은 순수 게이머일 것입니다. 요즘 그래픽카드를 정가를 주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죠. 지난해 90만원대에 출시됐던 엔비디아의 RTX 3080이 올해 중순에는 2~300만원대에 팔리면서 "100만원대는 잊어야 한다"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조립PC 가격이 껑충 뛰고, 현실적인 가격으로 타협하자니 고해상도와 고프레임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래픽카드 가격 올라가는 소리 좀 안 나게 하라!" 올해 많은 게이머들의 속마음이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더리움 2.0 전환을 계기로 게이머 수난사도 짧아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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