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많은 게임들이 출시와 섭종(서비스 종료의 줄임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리얼 리뷰]는 시장에 출시된 게임을 체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쓰는 솔직 후기입니다. 객관적인 분석보다 개인의 생각을 더 많이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모처럼 만에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알람이 왔다. 지난달 예약했던 '리니지W'의 사전 다운로드가 시작됐다는 소식이었다. 출시 이틀 전부터 사전 다운로드가 가능했는데, 마지막 날인 3일이 돼서야 설치를 했다. 

사실 '리니지W'에 조금의 기대감은 있었다. 출시 전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보여준 그래픽의 변화 외에도 김택진 대표가 "마지막 리니지"라고 강조한 것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절박함'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PC 버전 '리니지'부터 '리니지M'과 '리니지2M'까지 플레이했던 경험도 리니지W의 변화를 기대하는 요인이 됐다. 

사전 다운로드로 게임을 설치한 다음날인 지난 4일, 리니지W를 플레이했다. 잦은 대기열에 지쳐갈 때쯤 사전 아이디 선점 계정이 어떤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수 차례의 기다림 끝에 접속에 성공한 이후에도 정작 게임은 하지 못했는데, 엔씨소프트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는데만 수십분을 허비했다. 막상 엔씨소프트 계정을 찾은 이후 아이디 선점을 신청한 계정이 떠올랐다. '한 글자 아이디의 희소성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아이디 선점 계정으로 접속했는데, 머릿속에 물음표가 두둥실 떠올랐다. 

막사 구간이 만든 진입장벽
리니지W를 시작한 지 5일 째인 현재, 34레벨 요정 클래스를 주 캐릭터로 육성하고 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요정 클래스를 키우기로 결심했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사전 아이디 선점으로 한 글자 캐릭터명을 확보했기에 '이대로 포기하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열심히 활질을 하고 있는 캐릭터를 보며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보여준 리니지W는 기존의 리니지M이나 리니지2M과는 확연히 다른 시스템이 있을 줄 알았는데 34레벨까지 캐릭터를 육성하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차별성을 찾지 못했다. 그래픽의 변화는 있지만 카메라 시점이 '기본'과 '원경' 두 가지 뿐이기에 뚜렷한 차별성을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몬스터의 외관이 변화했다는 정도일뿐 사냥터에 빽빽한 유저와 몬스터 사이에 처참하게 두들겨 맞는 요정 캐릭터를 노심초사하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진행하며 느낀 점은 '리니지는 리니지다'라는 것. 정체성을 계승한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실감됐다. 온라인 게임부터 이어져온 무한 사냥, 플레이어 킬링(PK), 장비 강화 실패 후 소멸 시스템, 변신 카드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BM)까지 리니지 생태계는 리니지W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 무한 사냥 모드가 필수적인 게임성은 리니지W에서도 이어진다. (사진=리니지W 플레이 스크린샷, 채성오 기자)
▲ 무한 사냥 모드가 필수적인 게임성은 리니지W에서도 이어진다. (사진=리니지W 플레이 스크린샷, 채성오 기자)
한 마디로 게임 자체가 어렵다. 리니지W에서 퀘스트를 통해 빠르게 레벨업 하는 구간은 넓게 봐도 29레벨까지다. 

29레벨부터 30레벨에 도달하기까지 극한의 인내심을 요구한다. 몬스터 사냥으로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극소량인 데다 한 번에 대량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퀘스트가 없기 때문이다. 각 마을에 위치한 '의뢰 미션'이 있지만 무·소과금(무과금 혹은 상대적으로 소량 과금) 유저가 감당하기에는 몬스터가 강력하거나 퀘스트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 

한 마디로 '막 사냥'(사냥만 몰두하는 행위, 막사)을 해야 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단계별로 계속되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스탯 차이에 한계를 느낀 유저들이 꾸준히 이탈하고 있다. 

첫 번째 진입장벽이라고 할 수 있는 29레벨은 리니지류 게임을 해보지 않은 유저에게는 가혹하리만큼 잔인한 구간이다. 무·소과금 유저들이 한계를 느끼는 지점이기도 한데 이는 복잡한 시스템적 설계가 숨어있다. 

최근 모바일 게임에서 자동 사냥은 필수 기능으로 꼽힌다. 긴 퀘스트나 반복 작업이 길어질 때 모바일 혹은 모니터 화면을 띄워놓고 볼 일을 보는 풍경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그런데 리니지W의 경우, 막사 구간에서도 마음 놓고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선 공격을 감행하는 데다 유저 대부분이 자동 사냥 모드를 켜놓고 플레이하기 때문에 쉴 새 없는 전투를 치른다. 

▲ 카오틱 유저에게 가장 많은 데미지를 입혔지만 막타를 놓쳤기 때문인지 '도움' 판정을 받았다. 리니지W를 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순간이다. 플레이어 킬링을 통해 카오틱 유저가 된 그의 캐릭터는 게임 내 사망 이후 +6크로스보우 등의 아이템을 잃었다. (사진=리니지W 플레이 스크린샷, 채성오 기자)
▲ 카오틱 유저에게 가장 많은 데미지를 입혔지만 막타를 놓쳤기 때문인지 '도움' 판정을 받았다. 리니지W를 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순간이다. 플레이어 킬링을 통해 카오틱 유저가 된 그의 캐릭터는 게임 내 사망 이후 +6크로스보우 등의 아이템을 잃었다. (사진=리니지W 플레이 스크린샷, 채성오 기자)
몬스터 '리젠'(다시 나타나는 현상)이 무작위로 발생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몬스터 대여섯 마리에 둘러싸이는 상황도 발생한다. 초반 지급되는 '귀환주문서'나 '순간 이동 주문서'의 소모가 빠르기 때문에 '체력회복제', '초록 물약', '용기의 물약'까지 챙겨야 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마을에 귀환하는 타이밍에 많은 재화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몬스터 한 마리당 최대 100원대의 아데나를 얻을 수 있는데 동시 접속 환경이다보니 이마저도 공동으로 사냥할 경우 타격 비중에 따라 분배·지급된다. 

물론 빨간 물약으로 불리는 '체력회복제'의 경우 개당 49아데나에 불과하지만 한 번에 수백개씩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나름 목돈이 들어간다. 초록 물약과 용기의 물약은 각각 243아데나와 6060아데나로 책정됐다. 출석 및 푸쉬 보상으로 제공하는 주문서 종류도 대부분 1000아데나(순간 이동 주문서 제외) 이상의 가격이라 사냥 시간이 길어질 수록 소모되는 아데나도 그에 비례한다. 문제는 사냥으로 벌어들이는 아데나 대비 물약 및 주문서 구매에 소비하는 재화의 양이 크다는 것인데, 일반 무기 및 방어구 등급을 착용한 유저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극명한 한계가 온다는 점이다. 

실제로 리니지W를 하면서 29레벨 구간에서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요정' 클래스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몬스터에게 들어가는 데미지가 약하다보니 원거리에서 공격해도 근접전으로 비화돼 한 마디로 '무용지물'이 됐다. 

버티고 또 버텨서 30레벨에 도달한 이후 다시 32레벨부터 막사 구간이 펼쳐졌다. 기본 제공되는 퀘스트가 없다보니 각 마을에 있는 의뢰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많으면 1~2%의 경험치를 제공하는 데다, 각 마을별 난이도 격차가 크기 때문에 몬스터에게 둘러싸여 시체로 변하는 캐릭터와 마주해야 했다. 물약을 들이지 않고 사냥을 할 수 있는 구간을 찾았지만 자동 사냥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그마저도 '득템'(좋은 아이템을 얻는 것)의 기회가 현저히 낮았다. 영상 콘텐츠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찾은 정보를 취합해보면 35레벨까지 닥사 구간이 한 번 더 있고, 그 이후 36~40레벨 구간 역시 인내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인하사드의 축복 사라진 대신…
이른바 '핵과금'(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 유저와 무·소과금 플레이어간의 뷸균형적인 성장 속도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P2W 형태로 설계된 게임이니 '쓰는 만큼 강해진다'고 가정해도, '기회의 평등'이 사라진 비즈니스 모델(BM)은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 쇼케이스에서 유료 BM으로 제공했던 '아인하사드의 축복'을 서비스 종료 때까지 출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펫 개념의 '마법인형'마다 등급별로 무게, 경험치 보너스 등 버프 효과를 다르게 설정했다. 

한 마디로 '아인하사드의 축복'이 마법 인형으로 옮겨간 느낌인데, 경험치를 향상시켜주는 물약이 존재하지만 보상 규모가 일별 1~2개 수준에 그친다. 해당 물약도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험치 추가 획득을 위해서는 마법인형의 차별성에 기대야 했다.  

▲ 전설 등급 마법 인형 '데스나이트'. 이거 하나 들고 다니면 경험치 보너스가 2배다. (사진=리니지W 플레이 스크린샷, 채성오 기자)
▲ 전설 등급 마법 인형 '데스나이트'. 이거 하나 들고 다니면 경험치 보너스가 2배다. (사진=리니지W 플레이 스크린샷, 채성오 기자)
▲ 영웅 등급 질리언 변신 카드. 리니지W를 하면서 구경이나 해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사진=리니지W 플레이 스크린샷, 채성오 기자)
▲ 영웅 등급 질리언 변신 카드. 리니지W를 하면서 구경이나 해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사진=리니지W 플레이 스크린샷, 채성오 기자)
여기에 유명 게임 유튜버들에게 '프로모션' 형태로 광고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 알려지면서 유저들의 박탈감도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는 '우편 보상 이벤트'가 무한 수령 가능한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유저들까지 생겨났다. 엔씨소프트는 이에 대해 지난 6일 "오류로 우편 보상을 중복 수령한 계정에 대해 임시 제한 조치를 진행하는 한편 관련 아이템을 회수할 것"이라며 내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PC 버전부터 시작했던 리니지의 세 번째 모바일 게임(엔씨소프트 기준)은 여전히 원작의 시스템과 온라인 경제를 답습했다. 원작 시절부터 서비스 오픈 초기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가 지쳐 떨어졌던 개인적 경험은 리니지W에서도 재현됐다. 

때문에 리니지W를 계속할 지에 대해선 고민중이다. 물론 무·소과금 형태로 사냥도 가능하고, 던전 등에 참여해 이른바 '득템'에 대한 기회도 존재하지만 게임 본연의 '재미'에 대해선 아직도 물음표 부호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카오틱 유저를 때려 잡거나 혈맹원들과 파티 플레이를 하는 소소한 재미도 느꼈지만, 이미 리니지 시리즈에서 모두 맛 본 경험이기에 일종의 '기대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리니지W는 아직은 오픈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기에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업데이트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리니지류 게임은 여전히 라이트 유저나 관련 IP를 경험해보지 못한 플레이어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리니지W는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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