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이코노미]③성장 키워드?...'취향의 시대·알파세대'

발행일 2021-11-10 08:33:53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를 지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형성되고 있다. 단순히 누구나 손쉽게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에 자신의 창작물을 노출시키며 주목받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지나, 창작물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관련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사진=픽사베이)


현재 국내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주로 팬덤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크리에이터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주는 다이아TV, 샌드박스, 트레져헌터 등 MCN(다중채널네트워크) 기업들이 함께 성장해왔다. 이에 따라 크리에이터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 2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도 1인 미디어 창작자 수입금액 현황’에 따르면 상위 10%에 속하는 277명은 연간 수입이 평균 억대였지만, 하위 50%를 차지하는 1388명은 평균 100만원대, 하위 33%에 속하는 917명은 평균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많은 플랫폼들이 크리에이터 지원 경쟁에도 나서고 있지만, 유명 크리에이터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국내서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활용하는 플랫폼인 유튜브와 틱톡은 각각 크리에이터 지원에 자격 요건을 걸고 있다.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 가입하려면 구독자 수 1000명 이상, 최근 12개월 간 공개된 동영상 유효 시청 시간 4000시간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틱톡 파트너 크리에이터’는 팔로워 수 1만명, 업로드 한 영상 수 5편 이상 등이다.

이에 일반인들이 유명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기회가 과거만큼 주어질지,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계속 커질 수 있을지, 관련 시장이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계에선 다양한 기회 요소가 있다는 분석이다.
콘텐츠 과잉·취향의 시대
먼저 ‘콘텐츠 과잉 시대’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플랫폼, 쏟아지는 정보들. 이 안에서 대중은 누군가가 정보를 골라내 주길 바랄 수밖에 없는데, 이때 대중이 스스로 궁금한 분야와 관련해 가장 직관적으로 이슈를 따라갈 수 있는 대상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 후기를 들려주고 추천해주는 뷰티·패션 분야 크리에이터들이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이 마케터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콘텐츠 분야에서 이를 위한 서비스가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가 만든 ‘카카오뷰’다. 콘텐츠 큐레이션을 통해서도 누구나 영향력 있는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다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성장 가능성은 ‘취향의 시대’에서 발견된다. 저마다 다른 개인의 취향 영역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생태계가 확장될 거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트렌드 키워드로 ‘나노사회’가 언급되는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도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을까 한다”며 “콘텐츠를 생산하는 중심이 되는 크리에이터가 나노 단위로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영역이지만, 각자의 취향에 맞게 사람들이 각각 따르는 유명한 유튜버들이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런 식으로 계속 내가 모르는 영역을 발견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나노사회는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가 2022년 대표 트렌드 키워드로 꼽은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단이 사라지고 모래알처럼 흩어진 개인들이 해시태그를 통해 취향이 같은 사람끼리 뭉치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트렌드보다 ‘나’를 찾고, 취향에 따라 움직일 거란 의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요즘은 취향이 파편화되고 있어 대중적인 커다란 판을 잡고 있지 않고 파편화된 하나를 제대로 잡고 있어도 그 영향력의 강도가 약하지 않다”면서 “이러한 작은 파편 하나하나를 제대로 공략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으면 큰 시장이 형성되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관련해 진성 팬 100명만 있으면 크리에이터가 얼마든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단 말이 나오기도 한다.
성장 주도할 MZ세대·알파세대
앞으로 주력 소비 세대가 될 MZ세대(1980년대 초반 ~ 2000년대 초반 출생) 그리고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KT그룹의 디지털광고대행사 플레이디에 따르면 MZ세대는 깊은 오프라인 관계보다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가벼운 온라인 만남을 선호하고 서로 잘 몰라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연결과 소속감을 느낀다. 특히 Z세대가 크리에이터와 활발하게 소통하며 신뢰를 쌓는 정도가 M세대보다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더불어 Z세대는 본인이 크리에이터가 돼 보고 싶단 의향도 M세대보다 높았다. MZ세대는 또 ‘나’를 중시해 취향과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개인의 행복을 중시해 본업과 부업 등 유연한 고용 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페토)


MZ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라면 알파세대는 ‘유튜브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와 함께 성장했고, 키즈 유튜버 등도 등장한 세대여서다. 특히 이 지점에서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포착된다. 대표적인 것이 ‘메타버스’다. 업계 관계자는 “알파세대들은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만들어 팔고, 제페토에서 아이템을 만들어 팔면서 크리에이터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그리고 또 그러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모든 소셜 계정을 오픈해 스트리밍을 하면서 또 수익이 벌어들인다”고 말했다.

이는 일반인들도 전문가들과 크리에이터로서 창작활동을 겨뤄볼 수 있는 쉬운 제작 도구 제공의 확대에 따른 것인데, 실제로 이러한 크리에이터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는 관련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레드브릭은 쉽게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데, 초등학생들이 이를 통해 게임을 만들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브랜디 자회사 아비드이앤에프는 동대문에 오프라인 쇼룸을 열고 패션 크리에이터에게 의류 대여부터 콘텐츠 제작, 판매를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지원하기도 한다.

이제 콘텐츠 제작과 편집을 쉽게 하는 도구를 제공하거나 전문 촬영 장비 및 공간을 대여하는 서비스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곳들은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지자체 등을 가리지 않는다. 나아가 현재 국내 크리에이터들의 수익 모델은 대부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다각화하기 위한 서비스까지 나오고 있다. 크리에이터에게 조공 등 후원을 하고 크리에이터와 1:1로 소통할 수 있게 한 플랫폼 팬심과 캐스팅이 대표적이다.

(사진=캐스팅)


업계 관계자는 “일반인이 크리에이터가 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렵지만, 쉬운 디지털 툴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디어만 있었던 일반인이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것 맞다”면서 “그게 아니면 아직 많은 사람들이 진입하지 않은 메타버스 등의 분야의 경우 굉장히 희소한 가치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나오면서 또 다른 기회의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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