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우티
▲ △사진=우티

이달 1일 우버·티맵모빌리티가 손잡고 선보인 통합 택시호출 서비스 ‘우티(UT)’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당장은 할인 등 프로모션으로 택시기사와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지속가능 여부가 관건이겠죠.

할인 혜택에 늘어난 ‘우티’ 콜
10일 업계에 따르면 우티가 통합 서비스를 시작한 이달 1일부터 이틀간 다운로드 수는 3만6642건을 기록했습니다. 전달 대비 약 13.7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난달 같은 기간 1만5934명에 불과했던 일일 사용자 수도 한 달 만에 10만986명으로 뛰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분석 결과입니다.

유입자가 늘어난 이유는 할인·프로모션 때문입니다. 우티는 11월 한 달간 20% 상시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를 모아 ‘호출(콜)’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죠. 동시에 ‘콜’을 잡는 택시기사를 대상으로도 추가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마포구에서 만난 우티 택시기사 ㅈ씨는 “장거리나 단거리 상관없이 콜마다 1만원씩 받고 있다. 일 10만원 벌기가 힘든데 지금은 (우티에선) 7번만 콜을 받아도 하루 7만원이 보장돼 편하다”고 귀띔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택시기사도 “콜당 3000원씩 추가로 주고 있는 데다가 빠르게 입금해줘서 우티 콜이 뜨면 바로 잡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택시기사는 가맹택시는 따로 가입하지 않고 우티·카카오 콜을 동시에 받고 있었습니다.

매년 ‘돌아온 우버’...우티에선 존재감 커질까
우버가 한국에 온 지도 8년쯤 됐네요. 2013년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엑스’를 출시했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2015년 결국 사업을 접었죠. 2017년 차선책으로 카풀(우버쉐어)과 음식배달(우버이츠)을 시작했지만 힘도 못 쓰고 사라졌습니다. 재작년 4월부터는 일반 택시호출(우버택시)도 시작했습니다. 개인택시를 3000대까지 확보했다고 하기에 ‘이젠 되려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시장에서 별 조명을 받지 못했죠. 어찌나 존재감이 없었던지 매번 새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돌아온 우버’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습니다. 사실 우버는 한국을 떠난 적이 없는데 말이죠.

그러다 지난해 SK텔레콤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와 손을 잡더니, 합작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가맹택시(우티택시)를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포부였죠.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수년 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에서 SK그룹과 우버가 ‘접선’하면서 JV(조인트벤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당시 전제는 우버가 앱을 제공하고, 나머지를 SK텔레콤이 채우는 그림이었다고 해요. 그렇게 ‘로컬(local·현지)’ 회사로 만들겠다는 목표였죠. 뚜렷한 이유 없이 시장에서 지지부진하던 티맵택시를 생각하면 SK텔레콤이 우버와 손잡는 게 말이 되는 선택이기는 했죠.

통합 작업에는 6개월이 넘게 소요됐습니다. 간판은 우티로 쓰여 있지만, 한국에선 우버가 우티고, 우티가 곧 우버입니다. 지난 기사 <카카오 뒤쫓는 우버·티맵 연합군, 무기는 ‘택시합승’?>에서 한 독자분이 “우버냐, 우티냐? 어플 보고 우버인 줄”이라고 댓글을 남겨 주신 것을 보면, 아직 홍보는 덜 된 것 같네요. 

▲ △우티는 할인이 끝난 이후에도 이용자를 잡을 수 있을까.(사진=우티)
▲ △우티는 할인이 끝난 이후에도 이용자를 잡을 수 있을까.(사진=우티)
글로벌 앱으로 승부수...‘3파전’은 희망사항
우여곡절 끝에 합치는 데는 성공했는데, 잘 될 수 있을까요. 택시호출 서비스는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충성도도 낮은 편이죠. 이용자에겐 금방 오는 택시를 빨리 잡아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려면 ①손님의 호출이 많이 뜨고 ②호출을 수락할 택시도 많아야 합니다.

우티 가맹택시 대수는 1200여대로 적은 편입니다. 이 때문에 우티는 이용자에겐 할인혜택을 내세우고, 중개·가맹택시가 호출을 받을 때마다 추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손님과 택시기사를 모으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에 붙이는 라이언 스티커  같은 외관 비용을 택시기사에게 부담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티는 이 역시 무료로 진행 중입니다. 일단 기사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내년까지 가맹택시를 2만대로 확대하는 게 목표죠.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입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1만대까지도 빨리 확보하긴 어려워 보이는데 2만대는 쉽게 채울 수 없는 숫자”라고 말합니다. 내달 출격 예정인 타다와의 경쟁도 변수입니다. 지난달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에 인수되면서 ‘실탄’을 얻은 타다는 가맹택시로 지원하면 최대 4100만원을 지급한다는 ‘파격 공고’를 내걸었거든요.

서비스도 아리송합니다. 우티는 내년 목적지에 근거해 미리 정한 요금을 결제하는 ‘사전확정요금제’, 목적지가 비슷한 손님끼리 합승하는 대신 요금을 할인해주는 ‘우티 풀(Pool)’ 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사전확정요금제는 미리 확정한 요금보다 미터기 요금이 적게 나와도 무를 수 없다는 게 단점입니다. 또 한국에서 이미 택시합승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반응이 미지근한 것을 보면 우티 풀도 신통치 않을 가능성이 높죠. 관계기관의 허가가 필요한 만큼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딱 하나. 우티가 내세우는 건 ‘우버’ 그 자체입니다. 국내 우티 이용자는 해외 1만여개 도시에서 따로 우버를 내려 받지 않아도 됩니다. 우티로 우버를 호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외국 이용자는 한국에서 우버를 열면 우티 택시를 부를 수 있습니다. 옛날 옛적, 우버 관계자에게 “왜 철수를 안 하는 거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관계자는 “글로벌 앱이라 각국에서 연결될 수 있고 차량을 부를 수 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한국 시장이 작아도 호출이 된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답했는데요. 막혔던 여행길이 뚫리게 된다면 우티의 무게감이 달라질 수는 있겠죠.

택시기사 ㅈ씨는 “위드코로나가 자리 잡으면서 외국인들이 들어오면 공항 콜을 우티 가맹택시들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고 우티택시에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도 “우티의 행보를 보면 마케팅 면에서 기존에 (우버로) 진행하던 규모와 통합된 이후의 크기가 다르다”며 “지금까지 준비 단계였지만 이제는 본게임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해외를 오가는 건 아닌데, 우티로 우버를 쓸 수 있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전략이 없어 보입니다. 우티 입장에선 할인이 끝나기 전 택시기사, 그리고 손님을 최대한 확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따금 카카오·우티·타다를 두고 ‘3파전’으로 묶고는 하는데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8월 택시호출 앱의 월이용자수(MAU)는 △카카오T 1016만명 △우티 86만명 △타다 9만명 수준입니다. 이보다는 숫자가 늘었다고 가정해도 카카오와의 체급 차이가 크죠. 경쟁을 떠나 일단 우티는 몸집을 키우는 게 우선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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