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우명균 컬처MD, 하태희 마케팅 팀장.
▲ (왼쪽부터) 우명균 컬처MD, 하태희 마케팅 팀장.

지난 9월 ‘살바도르 달리’ 전시 선착순 1000명 티켓 오픈 6분만에 매진, 얼리버드 티켓 총 판매량 가운데 65% 판매. 지난 4월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티켓 단독 선판매 흥행으로 올 2분기 티켓 거래액만 5억5000만원 돌파.

티켓 예매 사이트가 아닌 온라인 패션 플랫폼 ‘29CM’의 컬처 부문 성과다. 29CM가 전시 티켓 등 컬처 상품을 판매한 건 2011년 29CM가 설립됐을 때부터지만, 관련 카테고리가 정식으로 만들어진 건 2018년 말이다. 그리고 최근 성과는 컬처 부문에 본격적으로 힘을 준 데 따른 것이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29CM 사무실에서 콘텐츠 마케팅팀 하태희 팀장과 우명균 컬처MD(상품기획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 MD는 “이제 옷의 원단이나 박음질 이런 걸 보고 소비한다기보다 ‘의미를 소비하는 시대’라고 본다”면서 “29CM가 그런 식으로 브랜드 큐레이션과 스토리텔링을 잘해왔는데, 문화 상품도 그렇게 소개했을 때 고객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29CM는 매달 문화행사 일정을 담은 ‘컬처 캘린더’를 앱과 SNS(소셜미디어) 등에 제공 중이다. 캘린더 구독자에겐 다양한 이벤트로 혜택도 주고 있다. 이번엔 피카소전 티켓 단독 판매라는 공격적 시도를 했는데, 주효했다. 신규 회원 유입 효과가 컸다. 현재 대략 티켓 구매자 10명 가운데 5명이 신규 고객이다. 기본적으로 29CM 자체를 통한 신규 고객 유입은 10명 중 2~3명이다. 연이은 성공에 다른 전시 티켓 판매 제안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사실 젊은 세대의 티켓 구매 방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스토리텔링에 강한 29CM가 전통적인 티켓 예매 사이트들과 비교해 가지고 있는 강점은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를 SNS 등에 담아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우 MD는 “예전엔 공연이나 전시를 보려고 할 때, 다음 주에 보러 가자고 딱 정해 놓고 유명한 사이트에 들어가 랭킹을 보고 티켓을 예매하는 패턴이었다면 MZ세대들은 다른 것 같다”며 “SNS에서 워낙 많은 정보가 쏟아지니까 거기서 추천받아 바로 가입하고 티켓을 구매하고, 이후 결이 맞으면 남아 있고 아니면 앱 지우고 탈퇴하고 이러한 패턴이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29CM 앱 화면)
▲ (사진=29CM 앱 화면)

컬처 부문에서도 빛을 보게 된 스토리텔링과 마케팅 역량은 그간 29CM가 쌓아온 자산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10년 간 29CM가 추구해온 핵심 미션은 ‘고객의 더 나은 선택을 돕는다’이다. 이를 위해 제안과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29CM만의 스토리텔링이 녹아 있다. 29CM의 이름에서 ‘CM’도 콘텐츠 미디어를 뜻한다.

예를 들면 무엇일까. 휴대전화 케이스 하나를 팔더라도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설명한다. 하 팀장은 “예컨대 ‘출퇴근을 할 때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 휴대전화 케이스를 보면 힐링이 될 거야’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에서 다른 커머스 채널과 차이가 있다”면서 “이게 저희가 잘하는 큐레이션 전략이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이나 다양성 등에 대한 고민도 계속 갖고 있고, 좀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꾸릴 수 있는 것들로 셀렉션할 수 있게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큐레이션 경쟁력은 29CM가 상품을 보여주는 단순한 방식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커머스 앱들이 작은 공간에 많은 상품과 정보, 거기에 프로모션과 신제품 등을 가득 채우는 모습과 다르다. 29CM는 엄선한 소수의 상품들을 메인에 노출해 고객들에게 ‘정말 좋은 상품을 잘 큐레이션 해주는 구나’하고 느끼게 해준다. 이 때문에 노출 방식은 단순하지만 오히려 ‘어떤 브랜드를 소개해야 할까’ 하고 내부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는 29CM가 지키려고 하는 차별성이고, 그 덕에 지금까지 29CM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쌓이지 않았나 하는 것이 우 MD의 생각이다.

글로벌 브랜드들로부터도 신뢰를 받고 있다. 테슬라는 29CM PT와 함께 국내서 처음으로 시승 이벤트를 진행했다. 29CM는 ‘PT’라는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는데 브랜드 가치와 철학 등을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29CM만의 스토리텔링에 빠져든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볼보 등 다양하다.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프라이탁은 자사몰을 제외하고 단독 온라인 판매를 29CM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프라이탁의 경우 하나도 같은 디자인의 제품이 없는 것이 특징인데, 29CM는 이를 하나하나 회사 내 스튜디오에서 다 찍어 올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엔 3분 정도 되는 ‘브랜드 코멘터리’ 영상 콘텐츠가 인기다. 브랜드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코너다. 하 팀장은 “29CM 공식 유튜브 채널에 있는 영상 조회수는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인데, 코멘터리 유튜브 채널 영상 조회수는 높은 편”이라며 “댓글을 보면 ‘덕분에 이런 브랜드에 대해 알게 됐다’, ‘너무 좋다. 역시 29CM 콘텐츠다’ 이런 반응이 있다”고 했다.

▲ (왼쪽부터) 컬처 캘린더, 브랜드 PT, 브랜드 코멘터리. (사진=29CM 앱 화면)
▲ (왼쪽부터) 컬처 캘린더, 브랜드 PT, 브랜드 코멘터리. (사진=29CM 앱 화면)

그렇게 29CM는 콘텐츠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고 2018년을 기점으론 3년 연속 거래액이 2배씩 성장했다. 지난해 처음 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지난해엔 홈&아웃도어 카테고리가 100% 성장하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하 팀장은 “원래도 29CM는 패션뿐 아니라 홈, 테크 등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커머스 플랫폼으로 발전해왔는데 코로나19로 더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제 좀 더 사람들이 옷보다는 삶에 대한 가치,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된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29CM는 이러한 콘텐츠적 강점이 컬처 부문과 특히 더 잘 맞을 거란 생각에 컬처 부문 비즈니스 확장을 계획 중이다. MD의 경우 다 커머스 조직에 있지만 컬처 MD만 유일하게 마케팅 조직에 있을 정도로 29CM는 컬처 부문에 진심이다. 컬처MD가 마케팅팀에 있는 건 매출같은 데이터보다 콘텐츠적 측면에서 고객들에게 마케팅하고 브랜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MD는 “티켓뿐 아니라 여행, 숙박, 영화, 레저 등 다양하게 확장해보고 싶다”면서 “29CM가 하면 똑같은 숙박 상품이라도 스토리텔링으로 차별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하 팀장은 “큰 목표는 컬처와 관련된 유무형 상품들을 구성해 고객들이 모든 컬처 콘텐츠들을 한번에 다 확인할 수 있는 정도까지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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