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는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와 CP(콘텐츠 제작 사업자)와의 해묵은 갈등의 원인이다. 관련해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사례를 기반으로 망 사용료 갈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방향을 모색해본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네이버·카카오와 콘텐츠 기업 등 국내 주요 CP들은'넷플릭스·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CP들과 달리 ISP들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국내 CP들은 표면적으로는 ISP들이 구축한 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출을 내는 만큼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망의 구축과 유지보수는 ISP의 몫'이라는 CP로서 큰 틀의 입장은 해외 CP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국내 사업을 위주로 하다보니 국내 인터넷 망을 운영하는 ISP들에게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CP들은 콘텐츠 파워에서도 해외 CP들에게 밀려 ISP와의 망 사용료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CP들 사이에선 'ISP는 힘이 센 해외 CP에게서 망 사용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 국내 CP들에게는 납부를 강요하는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CP가 더 많은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국내 인터넷망의 트래픽 유발 정도로 따진다면 해외 CP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망의 트래픽의 상당 부분은 유튜브가 잡아먹고 있다"며 "동영상 콘텐츠로 구성돼있고 사용자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ISP들에게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구글코리아도 망 사용료의 납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콘텐츠 관련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에게도 망 사용료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부담으로 작용한다. ISP들은 트래픽과 해당 CP의 영업이익 규모 등을 고려해 망 사용료를 청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고 차지하는 트래픽 비율도 낮아 망 사용료에 대한 부담은 적은편"이라며 "하지만 사업을 키워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향후 ISP들의 요구가 거세진다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CP들을 겨냥한 이른바 '넷플릭스법'도 국내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들에게 미래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통신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2월10일부터 시행됐다. 부가통신사업자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전기 통신 회선 설비를 임차해 기간 통신 역무 이외의 전기 통신 역무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주로 CP들이 해당된다.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의 국내 하루 평균 이용자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일 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가 적용 대상이다.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웨이브 등 6개사다. 당초 앞선 5개사만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합작해 만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도 가입자를 늘리면서 대상 조건을 충족하게 됐다.

넷플릭스법은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이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나 트래픽 양 변동 추이를 고려한 서버 용량과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등에 대한 안정성 확보 등을 부가통신사업자들이 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법의 내용은 이미 대부분의 CP들이 서비스 안정성을 위해 하고 있는 조치들"이라며 "이를 법으로 규정하다보니 특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들에게는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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