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알기 쉽게 풀어봅니다.
▲ 코빗타운에 막 접속한 화면(왼쪽)과 코빗타운 파티장에 진입한 모습(오른쪽).(사진=코빗 앱)
▲ 코빗타운에 막 접속한 화면(왼쪽)과 코빗타운 파티장에 진입한 모습(오른쪽).(사진=코빗 앱)

돈 한 푼 안 들이고 비트코인을 주웠습니다. 비트코인이 길바닥에 떨어진 동전도 아니고 어떻게 주웠냐고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의 메타버스 플랫폼 '코빗타운'을 방문했습니다.

코빗타운은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메타버스에 P2E(Play to Earn, 플레이투언) 게임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말 그대로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불로소득이 아니죠. 사용자가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메타버스 플랫폼의 성장에도 기여한 것이니까요.

스마트폰을 통해 코빗 앱에서 지갑을 만들고 코빗타운 안내 버튼을 눌렀습니다. 닉네임을 설정하고, 보유자산을 다른 사용자에게 공개할 것인지 등 여부를 체크한 후 곧바로 코빗타운에 접속이 가능했습니다. 별도의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는 웹게임 방식입니다.

접속에 성공하면 여느 RPG 게임과 같은 광경이 펼쳐집니다. 일단 연두색 필드에 떨어진 제 캐릭터가 보입니다. 맵 구성은 단출했습니다. 일단 위쪽으로 조금 걸으니 보이는 '코빗센터'에 들어가봤습니다. 코빗 고객센터의 연락처, 뉴스레터가 게재돼 있고 무엇보다도 한쪽 벽지를 가득 채운 오세진 코빗 대표의 사진에 시선이 가네요.

▲ 가상자산 투자 경험이 많은 듯한 NPC '블랙말랑카우'(사진=코빗 앱)
▲ 가상자산 투자 경험이 많은 듯한 NPC '블랙말랑카우'(사진=코빗 앱)

그 이외에는 별다른 장소나 기능이 구현된 게 없었습니다. 출석체크 NPC(도우미 캐릭터)가 있었지만 준비 중이라는 메시지만을 표출했습니다. 그래도 곳곳에 재미요소를 넣으려고 한 노력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다른 NPC '블랙말랑카우'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격언 내지는 블랙코미디를 들려주고, NPC '스피드왜건'은 클릭하면 코빗타운 '파티장'에서의 팁을 알려줍니다.

바로 이 코빗타운 파티장이 제가 비트코인을 주운 곳입니다. 파티장에 들어가면 이제 본 게임이 시작되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에이다의 심볼이 아이템처럼 필드에 생성됩니다. 뛰어다니면서 먹으니 제가 가진 코인 점수가 올라가네요. 이 여정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분들이 먼저 드시기도 하고, 코인을 먹고 커진 저에게 붙어 공격스킬을 시전하셨죠.

이렇게 코인을 먹고 뺏기는 과정 속에서 1000코인 이상을 모으면 필드 내 '럭키백' 아이템을 열 수 있게 됩니다. 열었다고 해서 무조건 코인이 나오진 않습니다. 체감상 '꽝' 확률이 상당했죠. 마비노기를 개발한 데브켓은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없습니다"라고 말했던가요. 높은 꽝 확률을 뚫어야 골드, 실버, 브론즈 럭키백 중 하나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여분간 럭키백 획득전을 이어간 끝에 드디어 "축하합니다. 브론즈 럭키박스를 획득하였습니다"라는 희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기쁜 마음을 안고 파티장을 나와 교환소에서 열어봤죠. 두근두근…. 제가 획득한 첫 가상자산은 '폴리곤(MATIC)'이었습니다. '인도의 이더리움'이라고도 불리는 코인이죠. 271원치를 받았습니다. "일당이나 나오겠어?"하는 시각으로 보면 적은 금액이죠. 근데 더 가지고 싶은 이 기분은 뭘까요.

또 파티장에 들어가서 달렸습니다. 저는 둥글게 살고싶기 때문에 다른 유저분들과 충돌은 최소화했고, 코인을 줍고 럭키백을 여는데만 집중했죠. 누군가 이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요? 이번엔 5분만에 럭키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열어봤죠. 이번에는 'BTC'라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 알파벳이 보였습니다. 비트코인을 획득한 것입니다. 액수는 106원어치였지만,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 이 비트코인은 이제 제 것입니다.(사진=코빗 앱)
▲ 이 비트코인은 이제 제 것입니다.(사진=코빗 앱)

이렇게 효용감을 느낀 분들이 저만은 아니었는지 코빗타운 파티장에는 점심, 오후를 가리지 않고 상주하는 유저분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새벽에도 들어가봤는데, 적잖은 수의 유저분들이 계속 달리고 계셨죠. 저도 새벽에 한 번 더 뛴 결과 카르다노(ADA) 코인을 103원어치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즐겨보니 P2E 게임은 낯선 개념이 아니라, 평소에 즐기던 게임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코빗타운 파티장은 제가 경험해본 게임에 비유하면 사방팔방 뛰어다녀 캐릭터끼리 치고받는 건 '겟엠프드', 많은 수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경쟁하는 건 '폴가이즈', 캐릭터 생김새는 '마인크래프트'와 비슷했습니다.

모든 게임은 서버 상태나 최적화 등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는데, 제가 코빗타운에 접속했을 때는 프레임 드랍으로 게임이 멈추거나 그래픽이 깨지는 등 이슈 없이 매끄러운 게임 경험을 제공했죠. 게임회사 넥슨의 지주사인 NXC의 자회사라는 점이 여실하군요. 체감상 앱보다 웹에서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총평하자면 '또 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P2E 게임에 매력을 느낀 플레이어가 저뿐만은 아닙니다. 코빗타운은 물론이고, 위메이드의 모바일 MMORPG '미르4' 글로벌 버전은 지난 11일 동시접속자 130만명을 기록했다고 하죠. 미르4 글로벌은 게임 내 재화인 흑철을 가상화폐 '위믹스(WEMIX)'로 전환해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게임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는 '현질'이라는 용어만 봐도 알 수 있듯 예로부터 지속돼왔습니다. 유저끼리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교환하고, 아이템매니아 같은 업체가 수수료를 수취해왔죠. 게임사는 이런 현질을 제재했습니다.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으로 자신들이 직접 아이템을 현금으로 팔아왔죠.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이 게임사에 있기 때문에 이뤄지는 메커니즘이었습니다.

P2E는 게임 내 아이템의 소유권을 유저에게 부여함으로써 소득창출에 대한 욕구를 공식적으로 인정합니다. 그리고 게임사가 자체 발행한 토큰을 통해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죠. 즉 과거의 현질 유저가 P2E 체제에선 유동성 공급자가 되는 것입니다. 토큰 가격이 상승할수록 유저도 이익이고, 게임사가 거래 과정에서 얻는 수수료도 커질테고요. 

코빗의 경우는 자사 자본으로 럭키백에 포함되는 각종 코인을 구매해 유저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게임사의 P2E 비즈니스 모델과는 조금 다른데요. P2E 게임으로 하여금 거래소 점유율 확대를 꾀할 수 있고 이는 코빗타운의 고도화에도 상당한 추진력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붙였다고 P2E 게임이 갑자기 뜨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해온 욕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근데 게임사들이 알아야 할 점은, P2E가 무조건적인 성공보증수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유지되기 위해선 매수자와 매도자의 구성이 균형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성이 낮다고 하면 소위 '오픈발'로 유입된 유저들도 어느 순간부터 빠져나갈 것이고, 그러면 아이템을 파는 매도자의 비중이 점차적으로 커지겠죠. 파는 사람만 가득한 종목을 증권시장에서는 소외주라고 부릅니다. 대형 게임사들이 P2E 모델에만 꽂혀 게임성을 뒤로 하는,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성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대형작이면 대형작대로 소형작이면 소형작대로 특장점을 잘 살리면 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저에게 코빗타운은 단순명료한 구조와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갖췄다는 점에서 높은 게임성을 가진 게임입니다. 일 끝나고 또 달리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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