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NASA)
▲ (사진=NASA)

"무책임한 처사에 격노(outrage)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러시아를 상대로 매우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공식성명을 냈다.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가 아니라,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전문가 조직이 직접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위성공격(ASAT, Anti-Satellite)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가 우주에 있는 자국의 위성을 ASAT 미사일로 파괴하는 '실험'을 하면서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오늘 아침 파괴적인 ASAT 실험으로 인한 파편 때문에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인들과 우주 비행사들은 안전을 위한 긴급 절차에 착수했다"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처럼 저는 무책임하고 불안정한 행동에 격노했다"고 밝혔다.

넬슨 국장은 "인간의 우주 비행이 오랜 역사를 가졌는데도 러시아가 ISS 내의 미국과 국제 파트너 우주인들뿐만 아니라 러시아 우주비행사까지 위험에 처하도록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들의 행동은 무모하고 위험하며, 중국 우주정거장과 그곳에 탑승한 우주인까지 위협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인 중국까지 언급하면서 비판의 어조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넬슨 국장은 "모든 국가는 ASAT 실험으로 인한 의도적인(purposeful) 우주 쓰레기의 발생을 방지하면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우주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며 "그리고 이후에도 잔해들을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성명을 끝맺었다.

당초 NASA는 이 사건과 관련해 우주에서 파편이 흩어지는 위험한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별도의 논평은 내지 않았었다. 그러나 러시아 연방우주국 로스코스모스는 별 것 아닌 일이라며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이번 실험으로 1500여 개의 우주 파편이 발생했다"며 "ISS뿐 아니라 인류의 우주비행 활동에 대한 위험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질타했다. 대변인은 미국이 러시아 고위관리들에게 ASAT 미사일의 시험발사 위험성에 대해 여러 번 경고했었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국무부 입장이 나온 뒤 NASA 또한 러시아 비판에 입장을 함께하는 성명을 낸다. 넬슨 NASA 국장은 우주왕복선 임무에 참여한 최초의 미 의회 하원의원으로 '우주정치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러시아는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로스코스모스는 ASAT 미사일 시험으로 인한 우주 파편을 ISS 궤도에서 제거했다고 밝혔다. 로스코스모스와 NASA 고위 관계자들은 모스크바에서 회의를 열고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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