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회복? 요통감소?…'VR(가상현실) 의료' 본격화

발행일 2021-11-21 13:00:01
게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개발에 주로 쓰이는 가상현실(VR) 기술로 심신을 치유하는 'VR 의료'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국내외 주요 병원에선 VR 활용 연구가 한창이고 미국에서는 실제 치료를 위한 VR 솔루션이 속속 사용 허가를 받고 있는 추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만성 요통(허리 통증)에 처방 가능한 VR 기기·솔루션 'EasyVRx(이하 이지VRx)'의 사용을 승인했다. 이지VRx가 요통 환자 90여명을 대상으로 8주간 치료 효과를 테스트한 결과 환자의 3분의2 이상이 30% 이상의 요통 감소 효과를 얻었고 치료 효과도 3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는 루미노피아의 어린이 약시 치료용 VR 기기도 FDA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 기기 역시 12주 간 실험한 결과 환자의 62%가 높은 수준의 시력 회복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VRx를 구동하는 어플라이드VR 헤드셋 및 소개 영상 (사진=어플라이드VR, 유튜브 Freethink)

이지VRx는 2~16분 분량의 VR 프로그램 56개로 구성되며 인지행동치료(CBT) 원리를 토대로 사용자가 느끼는 고통과 움직임 사이의 부정적인 믿음을 전환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종의 심리치료를 통해 물리적 회복 효과를 얻는 것인데, 기기에는 심호흡 유도를 위한 호흡 증폭기도 탑재돼 추가적인 안정과 이완을 돕는다.

루미노피아 VR 기기는 물리적 치료법을 VR로 재구성해 효과를 본 케이스다. 약시는 한쪽 눈의 시력이 특별히 약하고 교정도 잘 되지 않는 증상인데, 이는 뇌와 눈이 제대로 신호를 주고받지 못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약시에 대한 일반적인 처방은 '가림치료'로 시력이 좋은 눈에 패치를 붙이고 시력이 낮은 눈을 강제로 훈련시키는 방법이다.

루미노피아는 이 점에 착안, VR로 양쪽 눈에 각기 다른 강도의 영상을 보여주고(VR 기기는 보통 2개의 렌즈를 사용) 뇌가 두 눈을 균형 있게 사용하도록 유도해 유사한 약시 치료 효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특히 어린이들은 패치 착용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VR 기기를 활용해 흥미를 유발하고 사용시간도 하루 1시간 정도로 짧아 어린이 약시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루미노피아 VR 기기로 약시를 치료하는 프로그램 (사진=루미노피아)

VR을 의료 영역에서 사용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었다. 심리 계통의 치료, 혹은 의료 교육을 위한 도구로서의 연구와 임상실험이 대표적이다. 특히 VR 심리 치료는 생각보다 역사가 깊다.

1997년 미국은 베트남전 참전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군인들을 치료하기 위한 VR 솔루션 '버추얼 베트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상현실로 베트남전 환경을 환자에게 노출시키고 적응 치료를 유도한 실험이다. 당시 VR 구현 수준은 지금에 비해 형편없었지만 트라우마 치료에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며 이후 2005년 이라크전 참전 용사 치료를 위한 '버추얼 이라크' 프로젝트로도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 한양대 의대가 고소공포증 환자 치료에 VR을 활용한 기록이 있다.
버추얼 이라크 시연 장면 (사진=미 국방부)

최근 동향은 어떨까? 국가 차원에서 VR 의료 기술 연구가 본격화된 건 2010년대 중반 이후다. 미국은 2015년 환자 및 퇴역 군인 등을 위한 가상의료센터를 열었으며 일본은 2018년 약 8억엔을 들여 VR 기반 자폐증 치료, VR 협동 수술시스템 연구 등을 지원했다. 한국은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의료 분야 지원을 포함한 실감콘텐츠 개발 지원에 303억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법무부는 2018년부터 알코올 중독자 보호관찰 대상자 상대로 VR 기반 치료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 중이다.

또 다른 국내 사례로는 분당 서울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삼성 서울병원 암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고난도 수술 교육, 뇌졸중 재활 평가, 3D 인지재활 치료 등에 VR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를 완화하는 VR 솔루션 'Be Fearless', 시각장애인을 위한 VR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개발한 바 있다.

한편 의료VR 기기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엔마켓에 따르면 2016년 1억4410만달러에 불과했던 의료VR 기기 시장은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4년 12억4850만달러, 의료용 VR 소프트웨어 시장은 같은 기간 연평균 41.61%씩 성장해 17억8520만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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