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준 한국기계연구원 환경시스템연구본부 환경기계연구실 책임연구원(사진 왼쪽 두 번째)이 이끄는 연구팀은 화력발전소의 환경 설비를 모사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설비는 습식 촉매를 이용해 NOx(질소산화물)와 SOx(황산화물)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사진=한국기계연구원)
▲ 김학준 한국기계연구원 환경시스템연구본부 환경기계연구실 책임연구원(사진 왼쪽 두 번째)이 이끄는 연구팀은 화력발전소의 환경 설비를 모사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설비는 습식 촉매를 이용해 NOx(질소산화물)와 SOx(황산화물)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사진=한국기계연구원)

“석탄발전소에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석탄발전소는 가스·중유 등을 활용하는 곳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많아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죠. 어려운 실증을 마친 만큼 이제는 자신 있게 반도체 제조 공정과 같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 이 기술의 도입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학준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 책임연구원은 18일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습식 촉매 활용한 ‘미세먼지 저감 기술’ 현장 실증 결과를 확인한 순간의 심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김 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은 1년간 한국남부발전 경남 하동 화력발전소에서 고효율 제로 에미션(폐기물 등의 배출이 없는·Zero-emission) 기술을 실증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기존 장비 대비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70% 높았다.

김 연구원은 “실험실 수준에서만 이뤄졌던 연구였던 터라 결과 데이터를 보기 전까진 확신이 없었다”며 “실제 산업 현장은 변수가 많은데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예상대로 높게 나와 범용성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NOx(질소산화물)와 SOx(황산화물)를 동시에 줄일 수 있어 발전소 외에도 폐기물 소각로·제철소 등에 접목이 가능하다. 미세먼지 전구물질(화합물을 만들어 내는 모체가 되는 물질)을 제거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한국남부발전 경남 하동 화력발전소(500㎿급) 시설 중 일부에 미세먼지 제거 장비를 장착했다. 발전 용량 1000분의 1 규모 시설에서 2020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년간 해당 장비의 실증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기존 SOx 저감 설비에 추가로 이번에 개발한 장비를 설치해 운용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장비는 습식 촉매를 이용한다.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연기 속 오염물을 물속 덩어리 형태로 걸러낼 수 있는 이유다. NOx의 비수용성 NO(일산화질소)에 오존을 분사하면 NO2(이산화질소)가 생성된다. 연구진은 습식 촉매가 녹아있는 SOx 환원제를 분무하는 방식으로 이를 잡아냈다. NOx와 SOx를 동시에 녹여 덩어리 형태의 염으로 환원 시켜 미세먼지 전구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세계 최저 배출 규제 농도 수준인 5ppm 이하를 달성했다. NOx 배출량은 설치 이전(15ppm)보다 70% 줄었다. 김 연구원은 “향후 강화되는 규제에 대응이 필요한 일반 산업 분야까지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라며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 기술을 접목한다면 다양한 경제적·산업적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 등을 보면 지방자치단체는 NOx와 SOx의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할 경우 해당 사업장에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지난해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대기관리권역법)도 시행되면서 사업장 오염물질 총량 관리가 의무화됐다.

김 연구원은 이 때문에 이번에 개발된 기술의 적용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발전소를 비롯해 다양한 제조시설이 높아진 환경 규제 때문에 멈출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장비는 기존 설비보다 효과가 높아 이 같은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화력발전소 환경 설비 모사 시스템.(사진=한국기계연구원)
▲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화력발전소 환경 설비 모사 시스템.(사진=한국기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저온에서도 작동돼 높은 범용성을 지녔다. 작동 환경을 비교적 넓게 가져갈 수 있어 다양한 산업현장에 적용이 기능하다. 기계연 측은 “60도 이하의 매우 낮은 가스 온도에서도 NOx를 제거할 수 있다”며 “기존 촉매 방식이 300도 이상의 고온에서만 작동할 수 있는 한계를 보완하는 탁월한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반도체 제조와 같이 배기가스 온도가 낮아 촉매 방식의 저감 장치를 적용할 수 없는 산업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간헐적으로 운용되는 발전소는 300도를 넘는 순간이 그리 많지 않은데, 이 같은 환경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며 “또 질소(N)와 황(S)을 이용하는 다양한 제조공정에서도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기술”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습식 촉매 활용 기술에 더해 ‘정전방식 무필터 집진 기술’을 저감 장비에 추가로 적용했다. NOx와 SOx는 물론 초미세먼지까지 제거가 가능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발전소뿐만 아니라 △폐기물 소각로 시설 △제철소 △IT 제조공정 등 강화된 환경 규제 대응이 시급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을 대상으로 실제 설비 규모의 상용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 국내 산업 전반에 세계적 수준의 환경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향후 제로에미션 기술의 확대 적용으로 국내 대기환경 기술의 선진화가 앞당겨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협력한 오철석 한국남부발전 하동빛드림본부 부장은 “실증 결과 NOx, SOx뿐만 아니라 먼지까지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복합발전소 수준으로 대기 오염물질 배출이 획기적으로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며 “향후 석탄화력 발전설비에 확대 적용하면 환경오염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기계연 기본사업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대응 미래발전·동력시스템 초청정 기계기술 개발’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청정화력 핵심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기계연은 이번 실증과 관련된 기반 기술에 대한 특허와 논문 성과도 확보했다. 해외 특허 출원 ‘배기가스 질소산화물 제거장치 및 방법’ 1건을 비롯해 국내 특허 출원(10건)·국내 특허 등록(5건)을 보유한 상태다. 또 이번 실증과 관련된 SCI(E) 논문 5건도 게재한 바 있다. 이 중 4건이 JCR 상위 30%에 해당한다.

[퓨처클립]김학준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들려주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