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40대 초반의 해외파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내정한 것은 글로벌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의 젊은 경영진 내정의 의미와 최근 글로벌 시장 성적을 짚어보고 향후 과제를 점검해본다.
▲ 올 3분기 네이버 실적 요약. (사진=네이버)
▲ 올 3분기 네이버 실적 요약. (사진=네이버)

올 3분기 네이버의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0.2% 증가한 184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각각 16.2%(서치플랫폼), 33.2%(커머스), 38.9%(핀테크), 26.2%(클라우드) 성장한 네이버의 다른 사업부문과 비교할 때 놀라운 성과다.

네이버는 △글로벌 웹툰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콘텐츠 지속 확장으로 거래액 대비 빠른 매출 성장세를 시작했고 △스노우 카메라, 제페토 수익화 등으로 스노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북미 웹툰 월간 이용자 수가 역대 최대치인 1400만명을 달성했고, 전체적으로 웹툰 월 거래액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3분기 실적엔 네이버가 지난 5월 인수를 완료한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의 매출도 반영됐다. 스노우 카메라 앱은 월 이용자 2억명,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전세계 누적 가입자 2억4000만명을 각각 달성했다.

밸류체인 완성하고 글로벌 '웹툰' 시장 공략 본격화
웹툰 부문 성과는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100여개국에서 다운로드 및 수익 랭킹 수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왓패드까지 합세하며 네이버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의 글로벌 월 활성 이용자 수는 총 1억6000만명에 달하게 됐다. 이용자 트래픽 증가뿐 아니라 크리에이터 풀 확보 또한 웹툰 부문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각각 국내외에 구축해 크리에이터 발굴 및 육성을 도모하고 있다. 올 2분기 기준으로 전세계 75만명이 이 플랫폼을 통해 누적 작품 수 130만편을 선보였는데, 특히 글로벌 크리에이터 플랫폼인 ‘캔버스(CANVAS)’ 출신 작품들이 미국 웹툰 매출의 상위권을 유지하며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이를 통해 연재 작품 상당 부분을 수급하고 있는데, 하루 1000개 이상의 에피소드가 올라오고 있다고 전해진다. 

▲ (사진=글로벌 크리에이터 플랫폼 캔버스)
▲ (사진=글로벌 크리에이터 플랫폼 캔버스)

다만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제가 남아 있다. 웹툰의 경우 3분기 발생한 월 거래액 1000억원의 국가별 비중이 한국과 일본, 미국 각각 50%, 40%, 10%로 추정되고 있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네이버는 “3분기 기준으론 국내 거래액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해외 거래액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왓패드 매출 규모가 아직 크지 않지만 점진적으로 수익화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의 자신감엔 웹툰과 웹소설 부문에서 흥행성이 검증된 작품의 IP(지적재산권)를 활용, 수익을 창출하는 선순환 효과를 한국 등에서 이미 경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지난해 미국 법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전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웹툰 자회사들을 모아 구조재편 작업을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와 함께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웹툰·웹소설 플랫폼, 크리에이터 플랫폼뿐만 아니라 IP 영상화를 위한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현재 15개 국가에서 8개 언어로 110여개가 넘는 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밸류체인이 잘 순환되면 질 좋은 원천 IP를 기반으로 2차 판권을 판매하고, 저작물의 흥행과 함께 다시 원작에 대한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경험이 시스템화해 글로벌에서도 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성공 사례가 지난해 9개 언어로 서비스되며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스위트홈’이다.

다만 네이버는 그간 해외 현지 콘텐츠 확보와 대대적인 마케팅 등을 위해 비용을 지출하면서 손실을 봐왔다. 이번 3분기 실적에서도 콘텐츠 소싱 비용이 영업비용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카카오와 달리 웹툰 부문에서 지속적인 적자를 내오면서 선순환 생태계 구축에 투자를 해온 셈인데, 실제로 네이버는 작가와의 직접 계약을 통해 IP를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가 주요 CP(콘텐츠공급사)사에 대한 투자를 통해 IP를 확보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네이버가 구축한 선순환 생태계 구조가 지속가능해야 한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웹툰의 경우 향후 600만 창작자의 콘텐츠 생산에 기반한 영상사업 등 2차 판권 확장이 글로벌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영상화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게임, 오디오 드라마,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 형태로 IP가 활용된다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용자 참여형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하는 '제페토'
스노우의 경우 해외 이용자 비중이 80~90%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서비스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스노우는 AR(증강현실) 카메라 콘텐츠 플랫폼인 스노우, B612, 푸디 등과 AR 버추얼 소셜 플랫폼인 제페토를 서비스하고 있다. 카메라 앱은 지난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제페토는 지난 2018년 출시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글로벌 가입자 수 1억명을 돌파한 바 있다. 특히 AR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노우 서비스들은 글로벌 Z세대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카메라 앱은 다양한 유형의 광고 서비스, 제페토는 인앱결제를 통해 각각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제페토 역시 성장은 하고 있지만 가입자 수 외 지표를 아직 공개할 수준은 아니다. 네이버는 미국의 최대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를 제페토의 잠재적 경쟁자로 보고 있다. 스노우 카메라 앱은 인스타그램, 스냅챗, 메이투(Meitu) 등 쟁쟁한 서비스들과 해외서 경쟁하고 있다.

이에 스노우는 기술 부문에 힘을 주는 모양새다.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기술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2월 AI(인공지능) 영상인식 기업 알체라와 조인트벤처(합작회사) ‘플레이스에이’를 설립한 바 있다. 모두의 일상을 더 쉽고 즐겁게 변화시킬 사람다운 AI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신체·사물 인식 기술을 고도화하고, 빠른 움직임까지 정교하게 실시간으로 가상환경에 복제하는 실시간 전신 인식 기술을 제페토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재 플레이스에이는 3D 얼굴, 손, 바디 모델링 기술 등을 제페토에서 구현하고 있다.

▲ (사진=제페토)
▲ (사진=제페토)

다만 제페토 역시 이용자 참여 생태계 확장이 관건이다. 현재 제페토 이용자들은 제페토 월드와 포토부스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메타버스 플랫폼이 이용자들의 지속 가능한 참여를 이끌어 내려면 이용자들이 직접 창작하며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트래픽 증가와 함께 매출 확대도 이끌 수 있다. 로블록스는 UGC(사용자제작콘텐츠) 생태계가 가장 활성화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공했고, 현재 월 활성 이용자 수만 1억5000만명에 달한다.

네이버도 3분기 실적 발표 때 제페토를 이용자 참여형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 이용자들도 게임 기능을 넣어서 맵을 만들 수 있게 하려는 계획은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일단 게임 플랫폼보다는 라이브방송, 콘서트 등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제작 툴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형태의 서비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3분기 매출 증가는 랄프로렌, 디올 등 패션 브랜드들과의 협업이 영향을 미쳤는데 이러한 제휴를 확대하고 정기구독 상품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며 매출을 증대할 예정이다. 향후 제페토에 웹툰 IP를 활용해 메타버스 사업을 할 수 있단 청사진도 밝혔는데, 이는 웹툰 부문 밸류체인의 성공적인 순환과 맞물린다.

▲ (사진=브이라이브)
▲ (사진=브이라이브)

한편 콘텐츠 부문에서 현재 웹툰과 스노우의 매출 성장세가 돋보이지만, ‘브이라이브(V LIVE)’의 글로벌 시장 확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브이라이브는 네이버의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인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위해 올 초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 자회사 BeNX의 지분 49%를 확보했다. BeNX가 운영하는 K팝 플랫폼 위버스와 통합 플랫폼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내년 상반기 론칭 예정이다. 생동감 있는 팬 경험을 위한 라이브 기능과 이커머스, 커뮤니케이션 등의 기능이 담긴 종합 팬커뮤니티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료 멤버십과 유료 라이브 진행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웹툰엔터테인먼트(-254억원), 네이버웹툰컴퍼니(-768억원), 스노우(-744억원) 등이 각각 순손실을 봤지만 브이라이브(226억원)는 흑자전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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