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만 잘 해도 일잘러(일을 잘 하는 사람)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 오피스 소프트웨어(SW)만으로 일하지 않는다. 비대면 근무가 확산하면서 구성원들을 하나로 이어줄 '협업 툴(도구)'이 필수화하면서다. 업무 연속성이라는 속성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협업 솔루션의 중요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유망한 시장성에 발맞춰 국내외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협업툴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협업툴이 정말 많아졌다. 각자 특장점이 있다보니 딱 집어서 어떤 것이 가장 우월하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사람의 성격과 비슷하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제 수많은 성격을 16가지로 유형화하는 MBTI 검사 덕분에 사람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는다. 그런 것처럼 '우리에게 맞는 툴이 뭔지' 직관적으로 참조할 수 있도록 협업툴도 유형별로 나눠봤다.

기업 규모가 소기업이다/대기업이다
▲ 토스랩의 '잔디(JANDI)'를 활용한 실시간 협업 예시(사진=토스랩)
▲ 토스랩의 '잔디(JANDI)'를 활용한 실시간 협업 예시(사진=토스랩)

스타트업 등 소기업들은 곧장 도입해 쓸 수 있는 솔루션을 선호한다. 토스랩의 협업툴 '잔디(JANDI)'가 제격이다. PC나 모바일에 간단히 설치해 쓸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다. 사내 서버에 협업용 공간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 잔디의 클라우드를 통해 자료를 저장할 수 있다. 이런 특성으로 반나절 만에 전사 재택근무 전환도 가능하다.

잔디는 세심한 실시간 소통 기능이 강점이다. '주제별 대화방'으로 혼선 없이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분명히 할 수 있다. 또 승인, 반려, 확인 요청부터 감사 인사까지 이모티콘으로 표현할 수 있다. 비언어적 표현이 불가능한 메신저 공간에서 오해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조직도' 기능도 지원한다. 이처럼 아시아 문화를 고려한 소통 기능 덕분에 잔디는 국내 협업툴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대만과 일본에서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세일즈포스의 '슬랙(Slack)'이 유명하다. 이메일 방식의 업무를 메신저 기반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원조 협업툴이다. 슬랙의 소통방식은 '이모지(Emoji)'로 대표된다. 메시지에 체크박스, 엄지 손가락과 같은 이모지로 긍·부정을 표현할 수 있다. 안건 찬성을 위해 '넵' 릴레이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직위고하에 상관없는 빠른 의사결정이 스타트업에 어울린다.

대기업은 직원들의 직무가 다양한 만큼 이에 걸맞는 고도화된 기능을 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s)', 네이버클라우드의 '네이버웍스(NAVER WORKS)',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카카오워크(kakaowork)'는 전사적으로 축적한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부가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네이버 클라우드 포 스마트워크'는 업무용 협업 도구인 네이버웍스부터 기업정보시스템, 파일 공유 시스템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업무기능을 하나로 묶었다. OCR(광학문자판독) 기술 적용으로 성, 이름, 회사, 부서, 직책, 전화, 메일 등 다양한 연락처 정보를 하나하나 입력할 필요 없이 명함을 촬영하면 연락처에 바로 저장 가능하다. '파파고' 엔진을 활용해 간단한 아이콘 클릭만으로 자동 번역이 가능하며, 다국어 지원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도 고려했다.

이에 질세라 카카오워크도 AI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별도의 일정 관리 앱이나 종이 플래너 필요 없이 업무 일정을 관리할 수 있는 특장점에 AI 어시스턴트 '캐스퍼'의 역량을 더했다. 예컨대 채팅방에 '/캐스퍼 우리 내일 1시에 미팅 잡아줘'라고 입력하면 해당 채팅방 멤버들의 캘린더에 일정을 자동으로 등록해준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캐스퍼를 영화 아이언맨 속 AI 자비스처럼 '어드바이저(조언자)'로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팀즈는 MS 제품답게 사무직부터 개발자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다. 사무용 SW인 '오피스 365'를 비롯해 통합개발환경(IDE)인 '비주얼 스튜디오'와 소스코드 편집기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까지 연동해 쓸 수 있다. 참가자들에게 공유된 가상 공간에 배치해 함께 있는 느낌을 주는 '팀즈 투게더 모드'까지 다양한 효율성 요소를 부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잔디와 슬랙 등이 메신저 기능에서 탁월한 기능성을 보여준다면, 네이버·카카오·MS의 협업툴은 이메일 연동 기능이 필수적으로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메일은 이들의 핵심 과금요소이기도 하다. 네이버웍스, 카카오워크, 팀즈 모두 무료버전을 지원하지만 이메일 기능을 활용하려면 유료 버전을 써야 한다.

스타트업은 이메일을 건너뛰기도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이메일 기반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한다. 메신저가 정보전달 기능을 대체할 수 있어도 이메일이 가지는 '형식성'까지는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그에 따른 체계가 잡혀있는 대기업일수록 이런 형식성은 조직 유지를 위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 협업툴 기업별 비교표
▲ 협업툴 기업별 비교표

SaaS로만 가도 상관없다/온프레미스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SaaS 협업툴은 특유의 간편성에 보안성까지 강화해 많은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그렇지만 온프레미스(사내구축형)를 포기할 수 없는 많은 주체들이 있다. 특정 영역은 대외적으로 유출하고 싶지 않은 기업이나, 업무망과 인터넷망(망 분리)이 분리된 공공기관 등이다.

웹케시그룹 사내 벤처로 출발한 마드라스체크는 협업툴 기업 중 드물게 SaaS 방식과 함께 온프레미스를 지원한다. 마드라스체크의 '플로우'는 업무용 메신저에 관리기능을 더한 협업툴이다. 업무를 프로젝트별로 나눠 한 눈에 볼 수 있고 SNS 형태로 관리할 수 있다. 소속과 직급에 관계없이 프로젝트 리더를 지정할 수 있으며, 프로젝트별로 협력사를 초대해 협업도 가능하다. 로그인 한 번이면 모바일, 태블릿, PC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타깃층을 겨냥하면서 온프레미스 영역으로 차별화한 플로우는 다방면에서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DB금융투자, KT, 포스코 등의 대기업들이 도입했으며,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1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지원사업'의 우수 사례 기업으로도 선정됐다.

▲ 마드라스체크의 '플로우'는 온프레미스형 설치를 지원한다.(사진=마드라스체크 홈페이지)
▲ 마드라스체크의 '플로우'는 온프레미스형 설치를 지원한다.(사진=마드라스체크 홈페이지)

텍스트·파일 전달만 해도 된다/실시간 작업이 필요하다
협업툴 내의 파일공유 기능만으로 충분히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기업들도 있지만, AI 스타트업이나 창작가 집단처럼 작업물들에 대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디자이너 및 개발자를 위한 공동 작업툴 '제플린(Zeplin)'이 적합하다. 과거에는 앱을 디자인할 때 디자이너가 파워포인트 파일에 가이드라인을 손수 작업해 개발자에게 넘겨주는 방식의 작업이 이뤄져왔다. 이는 시간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있다. 제플린은 가이드를 만들고 요소의 크기를 확인하는 다양한 과정을 자동화한다.

제플린에서 디자이너가 이미지와 UI를 그려 공유하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바로 수치값을 산출해 개발할 수 있다. 디자인에 변경사항이 발생할 때마다 그 내역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디자이너끼리는 포토샵을 연동해 결과물을 빠르게 산출할 수 있고,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직군의 직원들은 레이아웃 공유를 위해서 디자인 도구를 별도로 구매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로써 비용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협업툴 개발사에 직접 물어보고 최적의 툴 찾자
이렇게 협업툴을 특장점으로 분류해봤지만 각 기업에 가장 핏이 맞는 도구는 다를 수 있다. MBTI가 사람의 속까지 속속들이 파헤칠 수 있는 만능도구가 아닌 것과 같다. 예컨대 잔디는 한샘과 CJ그룹, LG CNS 같은 대기업도 활용하고 있고, 네이버클라우드는 중소기업도 쓸 수 있도록 라이트 버전을 출시했다.

각 기업에 맞는 최적의 툴을 찾기 위해선 개발사에 직접 문의를 해보는 게 좋은 방법이다. 홈페이지 등의 컨택 포인트를 활용해 산업군, 인원수와 함께 필요사항을 문의하면 그에 맞는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는 터전을 마련하는 중요한 과정이니 선호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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