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모바일 퍼즐 게임 '애니팡'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지스타 컨퍼런스 강연자로 나선 이현우 선데이토즈 이사는 '한국에서 3매치 퍼즐 게임 만들기'라는 주제를 소개했다.

모바일게임 시장 초기, 애니팡 프로젝트의 변수는 플랫폼이었다. 2007년 프로토타입이 개발됐던 애니팡은 2009년 싸이월드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PC버전을 선보인 바 있다. 이후 2011년 선데이토즈가 애니팡의 모바일 버전을 만들 때 투입됐던 이현우 이사는 플랫폼의 변화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 이현우 선데이토즈 이사가 지스타 콘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 이현우 선데이토즈 이사가 지스타 콘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그는 "애니팡은 처음 네이트 앱스토어(PC버전)에서 서비스 됐는데 모바일 버전 개발 당시에는 카카오톡이 전국민적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며 "3매치 콘셉트를 지향하는 한편 카카오톡의 소셜 기능을 더해 경쟁 및 협력을 통한 바이럴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선데이토즈 개발진의 예상은 적중했다. 5명의 인원으로 4개월 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탄생한 애니팡은 2012년 'for kakao' 브랜드로 서비스 되면서 모바일 유저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카카오톡의 소셜 그래프가 더해진 애니팡은 유저간 스코어 경쟁이 활발해지며 점차 입소문을 탔다. 이는 모바일 플랫폼에 강한 10~30대 뿐 아니라 40~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애니팡은 △최고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 1000만명 돌파 △동시 접속자 수 300만명 △최고 일 매출 2억8000만원 등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애니팡이 약 1년여 만에 매출 1위를 내주자, 개발진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애니팡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지만 3매치 퍼즐 게임에 변화를 줄 타이밍이 필요했다는 판단이다. 당시 유행하는 퍼즐류 게임에서 영감을 얻은 개발진은 2014년 '애니팡2'를 시장에 내놓게 됐다. 

변수는 전작에 없던 '스테이지 경쟁'이다. 기존 애니팡이 소셜 친구들의 개인 기록에 집중했다면 애니팡2의 경우 '개별 스테이지에서 얼마만큼의 점수를 낼 수 있는가'에 주목한 것. '이어하기' 시스템을 통해 개별 스테이지의 경쟁 요소를 부각시켰고, 이는 유저들의 '하트'(게임 기회) 소비를 촉진시켜 과금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블록 크기도 8X8 사이즈로 확대하는 한편 '월드맵'을 도입해 재미 요소를 강조했다. 

이처럼 애니팡2는 전작에 비해 다양한 요소를 추가하면서 또 한 번 흥행 기록을 달성했다.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 400만명을 돌파한 애니팡2는 최대 일 매출 8억8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선데이토즈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한 퍼블리셔가 서비스 중인 두 게임을 제휴시켜 광고를 노출하는 '크로스 프로모션'도 애니팡2 흥행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애니팡과 애니팡2로 모바일 3매치 퍼즐 게임 노하우를 쌓은 이현우 이사는 다음 행보로 '애니팡3'를 기획했다. 애니팡3의 경우 전작보다 신선한 기믹에 주목했다. 실제로 2014년 출시한 '캔디크러쉬 소다'는 '액체를 활용한 블록 중력 교체' 등 퍼즐류 게임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기믹으로 국내 시장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이현우 이사는 2016년 9월 출시한 애니팡3에 상하 좌우로 블록을 움직이거나 대각선 매칭이 가능토록 설계했고 완전히 새로운 특수블록도 도입했다. 특히 원하는 부분을 타격할 수 있는 '회전팡'은 기존 애니팡 시리즈의 틀을 깬 새로운 기믹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당시 모바일게임 시장은 RPG류가 강세를 보였고 퍼즐 수요는 서서히 줄었다. 

이현우 이사는 "(애니팡3는) 전작들에 비해 대박은 아니지만 중박까지는 간 것 같다"며 "소셜 게임 메시지의 피로도가 있었고, 캐주얼 게임 시장 내 경쟁사가 많아 전작에 비해 흥행력은 약화됐다"고 회상했다. 

애니팡 시리즈의 최신작인 '애니팡4'의 경우 '매쉬업'을 키워드로 설계됐다. 매쉬업은 '위베어베어스'나 '디즈니팝'처럼 서사를 강조하거나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게임 장르다. 다만 매쉬업 게임은 개발 리소스가 크기 때문에 신작으로 단시간내 개발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이현우 이사는 애니팡4 개발진을 16명으로 확대하는 한편 1년 6개월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해 6월 새로운 애니팡을 선보였다. 

▲ 아이유를 홍보 모델로 내세웠던 애니팡4. (사진=선데이토즈)
▲ 아이유를 홍보 모델로 내세웠던 애니팡4. (사진=선데이토즈)
애니팡4는 가수 '아이유'를 모델로 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트를 전달 및 요청할 경우 카카오톡 매시지가 발송되는 피로도도 낮추기 위해 소셜 기능을 '클랜' 형태에 내재화했다. 대신 게임 이펙트는 더 화려하게 설계했고, 액션성과 속도를 높여 재미 요소를 강화하는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이현우 이사는 애니팡5 대신 다른 형태의 신작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도입 가능성도 긍정적인 입장을 들었다. 그는 "애니팡 시리즈를 개발하며 게임 기획은 끝없는 문제 해결의 연속임을 깨달았다"며 "정답을 찾기 힘든 만큼 정답에 가까워지려는 고민과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스타 2021은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오는 21일까지 5일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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