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앞두고 관련 법인을 신설하고 있다. 인텔이 낸드 사업을 진행하던 지역에 법인을 세우고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도 폴란드와 중국에 3개 법인을 설립, 관련 법인은 15개로 늘었다.

23일 SK하이닉스 3분기 분기보고서 종속기업 현황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관련 15개 법인을 신설했다. 법인 설립 지역은 미국, 대만, 캐나다, 멕시코, 중국, 영국, 이스라엘,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폴란드 11곳이다.

SK하이닉스는 해당 법인들을 두고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관련 법인”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이 낸드사업부를 운영하면서 법인을 두고 있었던 곳들에 SK하이닉스가 법인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인수 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기 위한 방침으로 보인다.

▲ (자료=SK하이닉스 3분기 분기보고서)
▲ (자료=SK하이닉스 3분기 분기보고서)

업계는 지난 8월부터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뒤 미국에 별도 회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버트 크룩 인텔 부사장이 링크드인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와 관련한 각국 심사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것”이라며 ”이 회사의 CEO가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내정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분기보고서에 언급되는 ‘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가 로버트 크룩 인텔 부사장이 언급한 미국 본사로 보인다. 해당 법인은 미국에 위치했다고 안내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안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경영지원 담당 부사장은 올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낸드 사업부 인수는 중국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계획대로 연내 클로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중국 사이에 낀 SK하이닉스, 풀어나갈 해법은

다만 일각에선 미중 갈등이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미국 측 행보에 불만을 가진 중국 정부가 SK하이닉스에 화풀이 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미중 갈등은 최근 반도체 업계로 옮겨붙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상 위협을 근거로 인텔의 중국 내 생산시설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또 SK하이닉스가 중국 D램 메모리 반도체 공장에 EUV를 도입하려던 계획이 미국 측 반대로 틀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태다.

미중 갈등 사이에 낀 SK하이닉스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중국 모두 회사에게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요청한 반도체 자료를 제출하면서 여러 차례 ‘미국 시장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개된 논평 파일을 보면 SK하이닉스는 “본사가 위치한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은 SK하이닉스 운영과 비용 지출의 핵심이 되는 지역”이라며 “미국에 본사를 둔 공급업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IHS 마킷 자료를 인용해 SK하이닉스가 미국 일자리 생산에 기여한다는 등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 IHS 마킷 인용 자료. (자료=regulations.gov)
▲ IHS 마킷 인용 자료. (자료=regulations.gov)

중국 시장에선 투자를 통해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말까지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중국 우시로 완전 이전할 계획이다. 또 올해 3분기에는 중국에 위치한 ‘강소KVTS반도체과학기술유한회사’ 지분을 취득했다. 지분율은 33.0%다. 해당 법인은 반도체 부품 제조 업체로 등록돼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강소KVTS반도체과학기술유한회사는 중국 우시 법인이 투자한 회사다. SK하이닉스 측은 스타트업 등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2일 ‘제14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절차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재차 밝혔다. 이 사장은 “(중국 경쟁당국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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