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먼스케이프는 작년 130억원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면서, 누적 2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사진=카카오)
▲ |휴먼스케이프는 작년 130억원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면서, 누적 2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사진=카카오)

카카오가 블록체인 의료데이터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 최대 주주에 오르면서, 이를 발판으로 카카오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휴먼스케이프는 카카오로부터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기술 협력 차원의 전략적 투자로, 양사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공동 발굴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휴먼스케이프에 기술적 협력 차원의 소수지분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인수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분율 등은 비공개에 부쳤다.

희귀병 환자정보로 만든 ‘윈윈모델’
지난 2016년 설립된 휴먼스케이프는 블록체인 기반 ‘레어노트 2.0’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루게릭, 유전성 혈관부종 등 18개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이 직접 올린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정보를 제공한다. 치료제 개발 소식이나 임상시험 정보 등도 레어노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유전자 정보 등 의료 데이터를 제공하면 환자에게는 보상이 주어진다. 지급된 포인트는 가상화폐로 전환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건강식품을 구입하는 데 쓸 수 있다. 휴먼스케이프는 이같이 모은 환자 데이터를 ‘빅데이터’ 상품으로 만들어 제약사·연구기관 등에 판매해 수익을 낸다. 데이터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투명하게 관리된다. 데이터 위·변조 차단이 가능하고, 환자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환자 입장에선 의료 데이터가 판매되더라도 △경제적 보상 수령 △데이터 이용 확인 △치료 등 신약개발 기여 등이 가능해 호응이 높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레어노트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의 퍼블릭 블록체인 메인넷 ‘클레이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휴먼스케이프는 레어노트 이외에도 임산부 커뮤니티 앱 ‘마미톡’을 출시해 1년8개월 만에 전국 200개 산부인과, 30만 누적 사용자수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 출산한 산모 가운데 마미톡을 이용한 비율은 70%대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했으며, 베트남·태국 등 근접국가로도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휴먼스케이프 안은 카카오...목표는 글로벌?
카카오의 이번 지분 투자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이루어지게 됐다. 지난 2019년 1월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서울아산병원, 현대중공업 지주 등과 함께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같은해 5월에는 연세대의료원과 ‘파이디지털헬스케어’를 설립한 바 있다.

특히 올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려 일부 사업을 접은 대신 의료·우주·인공지능(AI) 등 혁신 분야의 사업은 확장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이번 투자가 결정됐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지난달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글로벌 혁신에 집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양사의 협력 계획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투자만 한 단계라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말 그대로 기술적 협력을 앞으로 해 나갈 것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휴먼스케이프의 기술을 토대로 의료 빅데이터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공동 발굴할 헬스케어 서비스에도 시장의 기대가 모인다.

앞서 휴먼스케이프는 레어노트 등을 통해 일본·대만 등 한국과 의료 시스템이 유사한 국가에 진출, 각국의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 지역의 의료 빅데이터를 확보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하겠다는 구상이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