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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은 늘 기대를 품게 하는 이어폰이다. 적어도 지금의 무선 이어폰 시장은 애플이 꽃피웠고 에어팟으로 상징된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무선 이어폰은 애플이 2019년에 출시한 '에어팟 프로'였다. 분기 판매량만 1000만대 이상이며 2위는 그보다 전에 출시된 노멀 에어팟 1, 2세대가 차지했다. 적어도 인기 면에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달 국내 출시된 에어팟3도 이 기세를 이어갈 만한 제품인지 더 궁금했던 이유다.

직접 사용해본 에어팟3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오픈형 에어팟 프로'라 부를 만했다. 음질, 통화, 배터리 모두 나무랄 데 없지만 오픈형 이어폰의 특성상 노이즈캔슬링 기능은 지원되지 않는다. 대신 가격은 프로보다 싸다. 전반적으로 에어팟 2세대와 에어팟 프로가 적절하게 조합된 제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덤으로 안드로이드와 에어팟의 궁합이 좋지 않다는 점도 여전했다.

▲ 애플 아이폰 미니13과 에어팟3 (사진=이건한 기자)
▲ 애플 아이폰 미니13과 에어팟3 (사진=이건한 기자)

음질, 프로 못지않다
좋은 이어폰의 덕목은 역시 좋은 소리다. 에어팟3의 음질은 고급형 모델인 에어팟 프로와 비교해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에어팟2에는 없고 프로 모델에만 있던 '적응형 EQ'와 '공간음향'이 에어팟3에도 적용된 덕분이다. 특히 드럼 소리를 비롯한 저음역대에서 느껴지는 입체적인 타격감이 일품이다.

적응형 EQ는 음악 재생 시 에어팟이 내향 마이크로 반사된 소리를 분석하고, 사람마다 다른 귀 모양에 맞춰 소리를 최적화해주는 기능이다. 덕분에 누가 써도 음원을 균일한 품질로 감상할 수 있다. 공간음향은 일종의 고급형 스테레오 옵션이다. 활성화하면 마치 귀 안에 작은 홀이 생긴 듯 소리가 둥글게 분산돼 들려온다. 공간음향 OFF 상태에서는 소리가 고막을 직접 때리는 듯한 느낌이라 둘의 차이가 분명하다. 

다만 공간음향 사용 중에는 소리 크기가 다소 작아지고 무게감도 일부 희석되므로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신 영화처럼 다채로운 사운드가 조합된 콘텐츠에서는 가급적 공간음향 활성화를 권한다. 체감 몰입도가 훨씬 높아진다.

▲ 공간 음향을 활성화하면 훨씬 입체적인 오디오 감상이 가능하다 (사진=아이폰 갈무리)
▲ 공간 음향을 활성화하면 훨씬 입체적인 오디오 감상이 가능하다 (사진=아이폰 갈무리)

차음은 쿨하게 포기하자
에어팟3는 이어팁이 귀를 막지 않는 오픈형 이어폰이다. 요즘은 차음성 좋고 불필요한 외부 잡음까지 차단해주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이 대세인데, 에어팟3는 구조상 노이즈캔슬링을 지원할 수 없다. 에어팟3 구매 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평소 이어폰의 차음성을 중시했다면 구입을 다시 생각해보자. 

대신 주변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려오기 때문에 보행 중 안정감은 귀를 막는 커널형 대비 확실히 더 높았다. 요즘 일부 커널형 이어폰은 '외부소리 듣기' 기능을 제공하지만 소리가 다소 인위적이고 노이즈 처리도 매끄럽지 않은 편이다. 잘 듣고, 잘 피하기엔 아직 오픈형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착용감은 커널형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에어팟3는 구조상 귀 끝에 살짝 얹어 두는 느낌으로 착용하게 되는데, 뛰거나 머리를 흔드는 정도는 문제없지만 충돌, 스침 등으로 미는 힘이 가해지면 의외로 쉽게 빠진다. 사람이 붐비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는 다소 신경이 쓰였다.

▲ 일상적인 환경에선 문제 없지만 착용 시 단단히 고정되는 느낌은 아니다 (사진=이건한 기자) 
▲ 일상적인 환경에선 문제 없지만 착용 시 단단히 고정되는 느낌은 아니다 (사진=이건한 기자) 

배터리, 통화는 프로보다 낫다
에어팟3가 에어팟 프로보다 나은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배터리 지속 시간이다. 1회 충전에 최대 6시간까지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에어팟 프로는 최대 4.5시간 재생을 지원한다. 충전 케이스를 사용하면 에어팟 3세대는 30시간까지, 에어팟 프로는 24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다. 에어팟 프로만 해도 충분한 배터리 타임을 제공하지만 배터리는 역시 다다익선이다. 또한 5분 충전에 1시간 사용이 가능한 급속충전 기술도 탑재돼 사실상 배터리 걱정은 없는 수준이다.

통화 경험도 에어팟3가 에어팟 프로 대비 낫다. 음질은 좋다고 할 수 없으나 목소리 증폭 효과가 가미된 듯 외부에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전보다 또렷하게 전달된다. 불필요한 바람 소리 등의 잡음도 줄어든 편이다.

주머니에서 혼자 우는 에어팟, 굿바이
또 이어폰 착용 상태를 판단하는 센서가 광학식에서 피부 감지식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주머니 보관이 한결 편해졌다. 이전에는 사용자들이 종종 주머니나 가방에 임시로 에어팟을 보관하는 경우 기기가 어두운 환경을 착용 상태로 인지해 오작동하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피부감지식은 확실히 귀에 꽂았을 때만 작동하므로 이 같은 문제가 없었다.

이 밖에 에어팟 2세대와 비교해 IPX4 방수 등급을 지원한다는 점, 일명 '콩나물 줄기'로 불리던 이어폰 몸체가 다소 짧아진 차이점이 눈에 띈다. 참고로 IPX4 방수는 '물 튀김' 정도를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니 맹신하지 말자.

님아, 그 에어팟 안드로이드에서 쓰지 마오
한편 꼭 이런 사람들도 있다.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가 좋은데, 이어폰은 에어팟을 쓰고 싶은 이들. 마음은 이해하지만 포기하자.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에어팟은 태생부터 좋은 조합이 아니다. 애플이 의도한 것일 가능성이 높지만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에어팟을 쓰면 기능과 성능에서 적잖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혹시나' 했지만 이번 에어팟3에서도 이 점은 마찬가지였다.
▲ '에어팟이 이 기기를 싫어합니다' (사진=이건한 기자)
▲ '에어팟이 이 기기를 싫어합니다' (사진=이건한 기자)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우선 아이폰에서와 달리 케이스를 열고 귀에 착용해도 에어팟이 자동연결 되지 않았다. 착용감지 센서도 작동하지 않아 이어폰을 빼거나 주머니에 넣어도 음원을 직접 일시정지하지 않으면 계속 재생되는 불편이 있다.

에어팟 연결성도 다소 불안하다. 평소엔 괜찮지만 지하철 등 사람이 붐비는 곳에선 종종 좌우 싱크가 맞지 않는 현상이 있었다. 음질은 안드로이드에서도 좋은 편이지만 적응형 EQ, 공간음향이 비활성화 되므로 손해다. 게다가 일각에선 에어팟3에 책정된 24만9000원이란 가격이 '고가'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에어팟3를 안드로이드에서 쓰겠다는 건 여러모로 비합리적인 선택이 분명하다. 에어팟은 그냥 아이폰에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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