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포드와의 ‘전기차 동맹’이 파기된 후폭풍으로 읽힌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BC는 “시장 데뷔 이후 포드·제너럴모터스(GM)의 시가총액을 뛰어 넘으면서 테슬라 경쟁자로 여겨졌던 리비안의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업계 안팎에선 포드가 리비안의 급성장에 위기를 느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10일 나스닥 상장한 리비안은 하루 만에 포드· GM 시총을 넘긴 데 이어 엿새 만에 폭스바겐그룹을 뛰어넘었다.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포드가 리비안의 손을 놓는 계기가 됐다. 리비안은 지난 9월 전기 픽업트럭 ‘R1T’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는데, 포드는 내년 첫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리비안에 투자하고 싶고 그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2년 안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생산업체가 될 계획이다.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리비안의 도움이 필요하진 않다”고 발언했다.
포드가 자신감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F-150 라이트닝의 사전계약은 현재 20만대가 넘는다. 반면 리비안의 R1T는 출시 예정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와 합쳐 5만5000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리비안은 성명을 통해 “포드가 자체 전기차 전략을 확장하고 리비안 차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는 자체 프로젝트와 납품에 집중하기로 상호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배런즈>는 니콜라스 콜라스 데이터 트렉 리서치 공동창업자의 분석을 인용, “리비안이 연간 수십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리비안 상장 직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라며 “리비안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현금흐름을 달성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적었다.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 대량생산과 긍정적인 현금흐름을 모두 달성한 회사는 테슬라뿐”이라고도 덧붙였다.
기존 플레이어들의 등판으로 전기 픽업트럭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리비안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포드의 F-150 라이트닝,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등이 내년부터 잇따라 출시될 예정이다. 최대 주주인 아마존에 대한 의존도 역시 숙제다. 아마존은 리비안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추후 자사의 배달차량을 리비안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으로, 이미 10만대 배달용 전기 밴을 사전주문한 바 있다. 이에 리비안은 투자설명서를 통해 “초기 수익의 상당 부분이 주요 주주(아마존)에게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예상보다 구매 물량이 훨씬 적거나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 사업에 중대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