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고착화된 멤버십 구조에 개인화 요소를 확대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할인 중심, 제휴처 중복 등 비슷했던 멤버십 구성이 다채로워지고 포인트도 지급보다 활용을 유도하는 형태로 변모할 전망이다. 또 업계 선두인 SKT가 최근 대규모 멤버십 개편을 단행한 만큼 향후 업체 간 추가 경쟁도 예상된다.

▲ (왼쪽부터) SKT, KT, LG유플러스 사옥 전경 (사진=각사)
▲ (왼쪽부터) SKT, KT, LG유플러스 사옥 전경 (사진=각사)

이통 3사의 멤버십은 과거부터 폭넓은 사용처,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다. 보통 기업이 제공하는 포인트는 해당 기업 내 제품 구매, 서비스 이용으로 사용처가 제한된 경우가 많다. 반면 이통사 포인트는 식사, 레저, 쇼핑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제휴사도 평균 100여곳에 달한다. 일부 음식은 할인 폭이 20~30%를 넘나들기도 해 체감 효용 또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통 3사의 멤버십 혜택은 그동안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고객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멤버십 포인트 규모, 제휴사 구성, 할인 폭까지 대체로 유사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멤버십 운영 목적은 수익의 일부를 고객 혜택으로 환원하고 고객을 자사 생태계에 락인(Rock-in, 고정효과)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사 간 혜택이 비슷한 상황에선 투자 대비 해당 효과가 반감된다. 이에 최근 각종 디지털 서비스에 '개인화' 바람이 불어온 것과 발맞춰 이통사들은 자사 멤버십 프로그램도 고객 취향별 이용이 가능하도록 구조적 변화를 주고 있는 모습이다.

▲ LG유플러스가 제공 중인 구독콕 멤버십 일부 (자료=LG유플러스)
▲ LG유플러스가 제공 중인 구독콕 멤버십 일부 (자료=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지난 6월 U+멤버십 대상 '나만의 콕' 서비스에 '구독콕'을 추가했다. 나만의 콕은 기본 혜택 외에 VIP 이상 등급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추가 혜택이다. 식음료, 데이터 선물 등 일상 관련 제휴 혜택 이용이 가능한 '라이프콕'과 월 1회 무료 영화 관람이 가능한 '영화콕' 등이 있다.

새로 추가된 '구독콕'은 △쇼핑 △독서 △편의점 등 일상에서 널리 이용하는 서비스 혜택을 매달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 멤버십 활용처와 개인화 요소를 확대했다. 예컨대 '구독콕'에서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 구독을 선택할 경우 월 구독권이 매달 제공되는 식이다. 통신 서비스 외에 평소 전자책 이용을 즐기는 사용자라면 매달 이용료를 아낄 수 있는 해당 혜택이 멤버십 효용을 한층 높일 수 있다.

▲ KT 멤버십 '취향을 담다' 소개 이미지 (자료=KT)
▲ KT 멤버십 '취향을 담다' 소개 이미지 (자료=KT)

같은 달 KT는 멤버십 앱에 사용자 취향과 기념일을 저장해두면 걸맞은 혜택을 맞춤 추천해주는 '취향을 담다' 서비스를 론칭했다. △푸드 △쇼핑 △여가 △편의 및 문화 4가지의 카테고리별로 최대 4개씩 16가지 취향을 선택할 수 있으며 기념일은 5개까지 설정 가능하다.

이를테면 취향으로 여가 영역의 '캠핑'을, 기념일에 '부모님 생신'을 설정해두면 캠핑 상품 프로모션, 인기 생일선물 특가 이벤트 등에 우선 초대받을 수 있다. 평소 멤버십 활용에 약한 사용자라면 이 같은 맞춤형 혜택 제안이 더 많은 가용 포인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KT는 취향을 담다 외에도 향후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 및 프랜차이즈 카페를 연계한 새로운 방식의 제휴 구독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 12월 1일 오픈 예정인 T 멤버십 2.0 홍보 이미지 (사진=SKT)
▲ 12월 1일 오픈 예정인 T 멤버십 2.0 홍보 이미지 (사진=SKT)

24일 공개된 SKT의 새 멤버십은 이 같은 트렌드 변화를 한층 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SKT는 오는 12월 1일 수정 개편한 'T 멤버십 2.0'을 정식 오픈한다. 새 멤버십은 할인→적립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지난 7월 발표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의식한 듯 할인형을 유지하되 적립형도 선택 가능하도록 했다. 또 '포인트 쌓기'를 통해 구매 행위 없이 미션을 수행하고 포인트를 추가로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를 교환하듯 가족·친구간 잔여 포인트 선물도 가능해 버리는 포인트를 줄일 수 있다.

할인은 최종 가격이 아닌, 정가 기준의 할인율이 적용되며 적립, 할인 중복 사용도 허용되므로 결제액 대비 포인트 기여 비중도 높아지게 된다. 만약 15% 적립 제휴사인 아웃백에서 식비 10만원을 사용했다면 결제 시 15%인 1만5000원을 우선 적립한 뒤, 기존에 보유한 1만 포인트를 사용해 9만원만 결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SKT의 새 멤버십은 '할인'이 강조되던 기존 이통사 멤버십 이용 구조에 적립을 추가함으로써 이용자가 소비 패턴, 가계 상황을 고려한 포인트 활용을 가능케 했다. 예컨대 잔고가 여유로운 달은 적립 위주로 포인트를 쌓고, 필요한 시기에 할인으로 전환해 소비 부담을 줄이는 식이다. 이 같은 적립·할인의 적절한 전환을 통해 기존에 지급받던 포인트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현재 KT, LG유플러스는 T 멤버십 2.0에 대응한 추가 멤버십 개편은 논의 단계가 아니란 입장이다. 양사는 비교적 최근에 신규 멤버십 서비스를 추가한 만큼 SKT의 새 멤버십 모델이 얼마 만큼의 시장 반향을 얻는지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와 달리 멤버십 경쟁은 3사 입장에서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 부담이 따른다. 다만 SKT 관계자는 "새 멤버십 구조에서 영업 비용이 다소간 증가할 순 있지만 기업 이미지와 사용자 신뢰 제고 측면에서 투자 가치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향후 이통 3사간 멤버십 경쟁이 불붙게 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이익이다. 기존 통신비 지출 범위 내에서 추가되는 소비 혜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최근 선·후불 도합 6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알뜰폰 업체들의 경우 이통 3사와 경쟁에 또다른 부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알뜰폰은 특별한 멤버십 혜택이 없는 대신 저렴한 요금제로 경쟁하는 사업자다. 이통사 멤버십이 강화될수록 이 같은 경쟁력은 일부 희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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