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만 잘 해도 일잘러(일을 잘 하는 사람)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 오피스 소프트웨어(SW)만으로 일하지 않는다. 비대면 근무가 확산하면서 구성원들을 하나로 이어줄 '협업 툴(도구)'이 필수화하면서다. 업무 연속성이라는 속성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협업 솔루션의 중요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유망한 시장성에 발맞춰 국내외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협업툴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협업툴의 미래는 메신저형이 될까, 올인원(통합)형이 될까? 이들의 관점은 마치 동양철학에서 주리론(主理論)과 주기론(主氣論)의 논쟁을 연상케 할 정도로 대립된다. 전자는 메신저를 협업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으로 본다면, 후자는 메신저가 협업의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잘러의 협업툴' 마지막 꼭지는 NHN두레이, 토스랩의 생각을 들어본다.

합쳐야 산다!
NHN두레이는 '업무관리 도구인 프로젝트, 메신저, 메일, 드라이브, 위키, 전자결재, 근무관리까지 한데 묶어 제공하는 유일무이한 통합 협업툴 서비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차별화하고 있다.

2019년부터 서비스를 본격화해 짧은 시간에 적잖은 성과를 올렸다. 현재 13만 사용자가 활용하며 3000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서울대, KAIST(한국과학기술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IBS(기초과학연구원) 등이 도입하며 공공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 다음 단계로 두레이는 기업이 필요한 모든 기능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기업영역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글과컴퓨터그룹과의 동맹도 강화한다. 두레이에 동시 접속으로 문서 협업이 가능한 '한컴오피스 웹(Web)'을 결합한다.

▲ 두레이의 성장지표 인포그래픽(사진=NHN두레이)
▲ 두레이의 성장지표 인포그래픽(사진=NHN두레이)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굉장히 잘하는 분'을 채용했다는 회사 측 전언이다. 이와 함께 디자인을 전면 개편하고 보안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비기술적 요소도 강화해 내년 '모든 영역에서의 2배 성장'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두레이의 통합 및 기능 확장 전략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구 페이스북)의 합종연횡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MS와 메타는 파트너십을 맺고 각사의 협업툴인 '팀즈(Teams)', '워크플레이스(Workplace)'를 통합하고 있다. 앱을 전환할 필요 없이 팀즈 앱에서 워크플레이스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고, 워크플레이스 앱에서 팀즈를 통한 화상회의를 할 수 있게 된다. 오는 12월에는 메타의 영상통화용 기기인 '포털(Portal)'에서도 팀즈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메타의 워크플레이스가 MS의 기업용 SNS인 '야머'처럼 애매한 위치였다고 평한다. 야머는 2012년 MS에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인수됐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재는 팀즈 환경과 통합돼 명맥을 잇고 있다. 결국 단일 기능으로는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게 백창열 NHN두레이 대표의 시각이다.

백 대표는 "저희 (협업툴 시장)카테고리에서 하나하나씩 하고 있는 사업자는 합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팀즈와 워크플레이스와 붙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백 대표는 잔디가 메신저 기능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다른데랑 뭔가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피력했다.

아니다, 따로 쓰는 게 대세다!
잔디의 개발사 토스랩의 생각은 이와 180도 다르다. 양진호 잔디 COO(최고운영책임자)는 "그룹웨어가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을 오랫동안 차지하다보니까 '하나로 다 통합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들 갖고 계시지만 실제 글로벌 트렌드는 그렇지가 않다"며 "메신저, 캘린더, 화상회의 등 각각 목적에 최적화된 플랫폼들을 따로 쓰는 게 기업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토스랩의 잔디는 최근 누적 사용팀 30만을 돌파하며 국내 협업툴 시장 점유율 1위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잔디 역시 서비스 형태의 소프트웨어로 고객 편의에 맞춘 기능을 모든 사용자에게 즉시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주제별 대화방, 화상회의, 파일 관리, 외부 서비스 연동 등 협업 기능을 탑재해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지원한다.

▲ 잔디 설문조사 결과 인포그래픽(사진=토스랩) 
▲ 잔디 설문조사 결과 인포그래픽(사진=토스랩) 

잔디는 업무용 메신저와 클라우드 기반의 파일 공유를 주력으로 시작했다. '업무용 카카오톡'을 떠올리면 된다. 다만 기존 카카오톡을 활용한 업무는 공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난점이 있어 불편함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점차적으로 많아지는 추세다. 잔디의 주제별 대화방은 이런 우려 없이 특정 주제에 집중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도록 돕는다.

회사의 업무체계를 상당폭 전환하는 '스위트(Suite)형'보다는 특정 분야에 특화한 '버티컬(Vertical)'형 협업툴의 수요가 더 많을 수밖에 없고, 확산에도 유리하다는 게 토스랩 측 생각이다. 이에 '카카오톡과 밴드만 쓸 수 있으면 잔디도 쓸 수 있다'는 도입의 간편성과 사용성을 내세우고 있다. 한샘과 CJ ENM, LG CNS, 넥센타이어, 코스맥스, 야나두 등이 잔디를 도입했다.

양 COO는 "집 전체를 리노베이션(개보수)하기에는 코스트(비용)가 너무 크지만 방을 다시 도배한다거나 화장실만 인테리어하는 식으로 '오늘의집' 같은 버티컬 플랫폼들의 수요가 엄청 늘었다"며 "통합형 기능을 계속 붙여가면서 그룹웨어형처럼 되는 것은 저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싸우면서 서로 닮아가는 중
이처럼 통합형과 메신저형 협업툴이 백중지세를 이루는 건 아직 반대영역을 확고히 장악할 '무언가'가 부재하다는 뜻도 된다.

슬랙은 메신저 기반의 협업툴로서 조직 커뮤니케이션을 전환시켰지만 외부 조직들과 이메일로 소통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진 못했었다. 이에 슬랙은 지난해 '슬랙 커넥트'라는 기능을 내놨다. 외부 사람들의 이메일을 입력해 초청한 후 단일한 슬랙 채널 내에서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슬랙 커넥트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슬랙에 따르면 포춘 선정 100대 기업의 약 80%가 슬랙 커넥트를 사용해 디지털 환경을 구축한다고 할 정도다. 고객관계관리(CRM)플랫폼인 세일즈포스가 슬랙을 277억 달러(약 33조원)에 인수했을 때부터 원했던 그림이다. 기세를 올린 슬랙은 내년 초부터 슬랙 커넥트의 단일 채널에서 소통 가능한 외부 조직 수를 20개에서 250개로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채팅과 업무관리가 결합된 협업툴 스윗(Swit)은 중견기업을 위해 메신저, 업무관리와 연동되는 전자결재 기능을 출시했다. 결재라인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환경(UI), 모바일 승인 시스템, 결재 문서를 바로 채팅이나 업무관리로 공유해 직원 간 소통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올인원 종합 업무 플랫폼인 카카오워크의 경우 업무메신저와 전자결재, 근태관리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메신저형 협업툴이 가진 특장점인 '접근성'을 가져오고 있다. 잔디는 구글 캘린더, 트렐로(Trello), 깃허브(Github), RSS 피드 등 외부 기능을 연동할 수 있는 '잔디 커넥트'로 통합성을 보충하고 있다.

이렇게 각 협업툴의 기능이 발전할수록 서로의 영역을 중첩해가며 교집합을 이룰 개연성도 커진다. 그런 과정 속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은 타사와 확연히 구별되는 특장점을 가진 툴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다양한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있었지만 현재는 특정 몇 개사로 주요 플레이어들이 좁혀졌듯이다. 비대면 근무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처럼 필수화된 협업툴 시장에서 어느 회사가 애플처럼 대세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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