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SIM(이심) 도입이 2022년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 가입자 수가 급증한 알뜰폰(MVNO) 사업자들은 e-SIM 도입이 이 같은 추세를 더욱 가속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최근 국내 알뜰폰 가입자 1000만명 돌파를 기념하며 휴대폰 e-SIM 도입 방안을 연내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유심은 위 사진처럼 탈부착 가능한 가입자 식별모듈이며, 이심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가입자 식별 모듈이다 (사진=LG헬로비전 홈페이지 갈무리)
▲ 유심은 위 사진처럼 탈부착 가능한 가입자 식별모듈이며, 이심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가입자 식별 모듈이다 (사진=LG헬로비전 홈페이지 갈무리)

e-SIM은 내장형(Embeded) 가입자 식별 모듈(SIM)의 약자다. USIM(유심, 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과 달리 카드 탈부착 없이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가입자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 유심과 함께 사용하면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2개의 번호, 2개의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도 가능해진다. 두 심에 각기 다른 가입자 정보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e-SIM 도입을 반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뜰폰이 기존 이동통신(MNO, SKT·KT·LG유플러스) 3사 대비 경쟁력을 지닌 점은 저렴한 요금과 더 많은 음성·데이터 제공이다. e-SIM이 활성화되면 사용자들은 MNO 혹은 MVNO 요금제를 필요에 따라 전략적으로 조합해 쓸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MNO만 쓰던 사용자들이 자연스레 MVNO 생태계에 스며들 것이란 기대다.

e-SIM은 알뜰폰 서비스 접근성도 개선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e-SIM이 활성화되면 기존 온라인 개통 중심의 알뜰폰 개통 과정이 간소화될 것으로 봤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알뜰폰은 온라인 서비스 신청 시 유심을 택배로 수령하고, 콜센터 연결을 거쳐야 하는 등 신청부터 개통까지 수일이 걸리기도 해 서비스 접근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 헬로모바일, KT엠모바일 등 일부 알뜰폰이 편의점 유심판매, 셀프개통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e-SIM이 도입되면 이런 비대면 개통 절차가 더욱 간소화될 수 있다.

▲ 국내 알뜰폰 회선 수는 현재도 매년 증가 중이다 (자료=과기정통부) 
▲ 국내 알뜰폰 회선 수는 현재도 매년 증가 중이다 (자료=과기정통부) 

알뜰폰 사업자들은 e-SIM 도입을 환영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카카오의 알뜰폰 계열사인 스테이지파이브는 "독자적인 e-SIM 인프라 구축안을 포함한 여러 사업방향성을 검토 중이란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MNO, MVNO 모두 e-SIM을 사용 중인 일본의 사례를 들며 "다가올 시장 변화에 발맞춰 구체적인 대비책을 준비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국내 e-SIM 활성화 시기는 이르면 2022년 상반기 중으로 예상된다. 조기 안착을 위해선 이통3사의 적극적인 협력도 요구된다. e-SIM 서비스 개시에는 전용 설비 구축 및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이통사가 선제적으로 e-SIM 인프라를 구축해야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도 이를 이용한 e-SIM 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선 이통사가 e-SIM 활성화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e-SIM 활성화 여파로 알뜰폰에 가입자가 분산되면 ARPU(가입자당매출)가 줄고, 실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심카드 판매 매출도 줄어들 수 있다. 이통사들은 e-SIM 도입에 관해 대체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며 "정부 기조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가격이 매년 높아지고 고가의 5G 요금제가 주류로 떠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점차 저렴한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알뜰폰 후불 가입자는 전년 대비 약 90만명 늘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증가세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