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지구에 진 빚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로 갚는다

발행일 2021-11-28 16:03:29
영국의 스타트업인 '펄사 퓨전(Pulsar Fusion)'이 개발한 폐플라스틱으로 동력을 공급받는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의 실험 현장.(사진=펄사 퓨전 유튜브 채널)


올해 7월 29일은 마냥 더운 날만이 아닌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이었다. 인간의 자원 사용량과 폐기물 규모가 지구의 생산력과 자정력을 초과하는 날을 국제 환경단체인 '세계 생태발자국 네트워크'가 측정해 발표한다. 올 7월 30일부터는 미래 세대가 쓸 자원을 당겨쓰고 있는 셈이다. 시점도 지난해 8월 22일보다 한 달가량 빨라졌다.

폐플라스틱은 인간이 지구에 진 '빚'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 부채를 자본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면 인류의 '생태자본잠식'을 막을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미국 과학기술 전문매체 <뉴 아틀라스(New Atlas)>는 영국의 스타트업인 '펄사 퓨전(Pulsar Fusion)'이 최근 영국 솔즈베리 소재 국방부 군사기지에서 폐플라스틱으로 동력을 공급받는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의 첫 정적 시험(static test, 재료 시험 방법의 일종)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펄사 퓨전에 따르면 이 로켓 엔진은 '쇼크 다이아몬드'(제트 엔진, 로켓 등 초음속 비행체 추진기관의 배기가스에서 나타나는 정상파의 모양, 마하 디스크로도 불림)를 만들어냈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아산화질소 산화제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연료를 통해서다. HDPE는 병, 배관, 도마 등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에 활용되는 물질로, 수급이 어렵지 않다.

리처드 디난 펄서 퓨전 최고경영자(CEO)는 "펄사는 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한 전 세계의 극소수의 회사들 중 하나"라며 "우리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엄청난 과학자들로 구성된 팀을 가진 덕분에 이와 같은 이정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하이브리드 로켓 연료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영국 버진그룹의 우주기업 '버진 갤럭틱'이 열경화성 플라스틱으로 연료를 공급받는 로켓을 시험 비행했지만 실패했고, 이 구상은 즉각 폐기됐다. 스코틀랜드의 '스카이로라'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들어진 대체연료 '에코신(Ecosene)'을 성공적으로 실험한 또다른 기술분야 업체다.

펄서 퓨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화성까지의 여행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정도로 핵융합 기술을 이용한 초고속 추진 엔진을 만들어 행성간 여행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펄사 퓨전은 지난 25일 스위스에서 우주산업 고객들을 위한 국제 시연회를 열고, 자사 인스타그램에 테스트 영상을 게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학 전문매체 <퓨처리즘(Futurism)>은 "적절하게 재활용하기 어렵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오염원인 플라스틱을 사용해 로켓을 발사하는 것은 강력한 피치(자금 유치를 위해 회사를 짧은 시간에 명료하게 소개하는 것)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한 로켓 연료 생산이 세계에 넘치는 플라스틱을 대부분 흡수하지는 못할 테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황보다는 낫다"고 평했다.

국내에서도 주목할 만한 재활용 플라스틱 활용 기술이 도출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김지환 박사 연구팀은 재활용 플라스틱과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산업 부산물인 제강 슬래그를 이용해서 침목(철도 레일을 지지하는 막대)을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목재 침목은 수명이 평균 12~15년으로 짧고, 유지보수 및 개량 비용이 2016년 대비 약 3배 정도 증가하고 있다. 해외 전량 수입에 의존해 수급 불안정에 취약한 난점이 있다. 목재 침목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 중인 콘트리트 침목은 다양한 길이의 침목이 필요한 지점에서는 쓰기 어렵다.

김 박사팀이 개발한 친환경 플라스틱 침목은 콘트리트와 달리 가공하기 쉬워 여러가지 길이로 만들 수 있다. 수명도 50년에 달한다. 가벼운 플라스틱의 특징으로 기차 운행 시 소음과 진동을 저감할 수 있고, 철도 교량도 경량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만든 열분해유를 정유·석유화학 공정의 원료유로 활용하고 있다. 버려지는 폐가전과 정수기 필터를 회수하기 위해 SK매직과도 협력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연간 90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세계 최대 '도시 유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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