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형지주사로 '환골탈태'한 SK㈜...그룹 경영에 득될까

발행일 2021-11-30 13:14:39
최태원 SK 회장.(사진=SK)

투자형지주사를 표방했던 SK㈜가 반도체 및 배터리 소재 업체로 재출범한다. SK㈜는 시가총액 2조3000억 규모의 SK머티리얼즈와 합병을 통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첨단소재 1위 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

내달 1일 출범하는 합병법인은 SK㈜은 △배터리 소재 △전력·화합물 반도체 △반도체 소재 △디스플레이 소재 등 4가지 영역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2025년까지 5조1000억원을 투자하는 자금 조달 계획도 마련했다.

SK㈜의 올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607억원이다. 피합병법인인 SK머티리얼즈의 현금성 자산은 1171억원이다. SK㈜는 첨단소재 업체 도약을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하는 계획을 짰다.

사업계획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탄소중립에 따라 뒤바뀔 모빌리티 시장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앞으로 시장이 전동차(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로 바뀜에 따라 이 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 분야에서는 실리콘 음극재를 직접 생산하고, 양극재 진출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SK머티리얼즈는 합병에 앞서 미국의 '그룹14(Group 14 Technologies)'와 함께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합작 공장은 2023년 양산 예정이다.

SK㈜는 중국의 '베이징 이스프링(Beijing Easpring Material Technology'와 함께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 중이다. 베이징 이스프링은 중국의 양극재 업체다.

SK㈜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직접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5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이다. 배터리의 성능과도 직결돼 있어 고성능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음극재와 양극재의 성능을 높여야 한다. SK㈜는 배터리 소재를 직접 생산해 내재화 비율을 높이고, 배터리 사업을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이 배터리 소재의 원천기술이 없는 만큼 해외그룹과 합작사를 추진한다. 특히 그룹14와 함께 추진 중인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소재다. 실리콘 음극재의 용량은 기존 흑연 소재 음극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10배 이상 크다.   
 
실리콘의 에너지 용량은 4200mAh/g으로 흑연은 372mAh/g이다. 에너지 밀도가 큰 만큼 더 많은 양의 리튬이온을 저장할 수 있고, 더 많은 양을 양극으로 보낼 수 있다. 최근 전기차 업계에서는 실리콘계 음극재의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충전 시간 등이 중요해지면서 하이니켈 (양극재 내 니켈 비중이 80%인 배터리)배터리가 대세다. 기존의 배터리는 흑연 음극 소재를 사용해 전기차에 필요한 높은에너지 밀도를 충족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고성능 배터리로 소비자의 수요가 옮겨가면서 흑연 음극재보다 실리콘 음극재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충방전시 부피 팽창으로 인해 용량 저하가 빠르게 발생해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배터리 가격이 kWh당 100달러 미만으로 하락해야 한다.

현재 전기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가격 하락을 전지업체들에게 요구하고 있어 업체들은 원가 절감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니켈 등 핵심 원료 가격이 수급 불균형으로 오르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의 원가는 대중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리콘 음극재 시장은 지난해 4억 달러 규모였는데, 2025년 29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제조사 위주인 전기차 시장의 변화와 배터리 단가에 따라 전망치는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SK㈜와 양극재 합작사를 논의 중인 베이징 이스프링은 토다 후난 산산 뉴 머티리얼(Toda Hunan Shanshan New Material)과 롱바이(Ronbay)와 함께 중국의 주요 양극재 제조사다. 중국의 소재 업체들은 자국의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벨기에의 유미코어(Umicore), 일본의 스미토모 금속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또 국내 양극재 업체들은 제품 생산을 위해 필수 원료인 전구체의 90% 이상을 중국에 수입하고 있다.

SK㈜와 베이징 이스프링은 최근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LFP(리튬 인산 철) 배터리에 필요한 양극재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중국의 EVE에너지와 BTR과 함께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했는데, 지주사까지 양극재 직접 생산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SK㈜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 차량에 필요한 전력·화합물 반도체에도 투자한다. 이 반도체는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등 화합물을 이용하며 높은 전압과 온도에 견딜 수 있어 차량용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특히 SiC 반도체는 앞으로 전기차의 60% 가량에 탑재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소재 영역에서는 OLED 블루 발광층 핵심기술 기반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후 고난이도 소재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발광효율이 개선된 차세대 OLED 소재, 반도체 소재기술을 활용한 고성능 회로 소재 및 미세광학 소재를 개발 중이다.


이렇듯 SK㈜는 합병 이후 모빌리티 분야 첨단소재에서 '확장욕'을 보이고 있다. 5조원의 투자금을 조달해 모빌리티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분야에 쓰일 핵심 첨단소재를 개발한다. 그럼에도 계열사 간 사업이 중복됨에 따라 혼선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양극재 사업을 중국과 추진 중에 있으며, SKC도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가 사업형 지주사로 바뀌면서 계열회사와 유사한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최근 SK그룹 내에서 계열사 간 사업 영역이 겹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SK E&S는 지난 10월 미국 플러그 파워(Plug Power)와 함께 수소 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SK E&S는 그룹 수소사업의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는데 수소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연료전지를 통해 활용하는 사업까지 나선 것이다.

그런데 수소 연료전지 사업은 지난해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과 미국 블룸에너지가 합작사를 설립해 먼저 진출했었다. 양사는 블룸SK퓨얼셀을 만들어 지난해 6월 국내에 생산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1년 후 SK E&S가 수소 연료전지 사업에 나서면서 계열사 간 중복사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SK E&S의 연료전지는 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PEMFC), 블룸SK퓨얼셀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로 연료전지의 종류는 다르다. 하지만 수소 에너지를 활용해 발전을 한다는 차원에서 유사하다.

SK그룹은 계열사 간 독립적인 의사 결정과 경영을 존중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두고 계열사 간 중복사업으로 인해 시장의 혼선을 주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 9월 SKC는 영국의 기술 스타트업 넥시온과 함께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진출하려고 했는데, 이사회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이 안건은 지난 1일 이사회를 통과했다.   

최근 계열사 간 중복사업이 늘어나면서 그룹의 '콘트롤타워'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SK㈜가 사업형 지주사의 성격을 띠면서 이 같은 사례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계열사의 전문경영인 등이 주축을 이룬 '수펙스(SUPEX) 추구협의회'는 그룹 경영의 최고 협의 기구로 불리고 있다.

한편 SK㈜는 2015년부터 기존 순수 지주회사, 사업형 지주회사가 아닌 투자형 지주회사를 표방했다. 그런데 산업구조가 '탈탄소'와 '모빌리티' 위주로 재편되면서 사업형 지주사로 정체성을 완전히 탈바꿈했다.

댓글

(1)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최신순 과거순 공감순
  • nextworld
    nextworld 2021-11-30 15:53:35
    SK이노베이션 주가 보이냐? 배터리 산업에 투자한 주주들 가슴엔 피멍이 든다. 주가가 이런꼬라지를 하는데 46만주나 자사주 처분해서 직원 상여금을 준다? 어떻게 생각해야 해? 경쟁사에 2조합의금을 줘서 크나큰 손실을 입혔으면 경영진 문책해야 하는거 아님? 어째 30만원 하던 주가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자사주 매수는 안할지언정 매도를 해? 그러곤 기존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아니고 거물펀드들에게 투자를 받아? 무슨 약정을 해서 걔들 수익 보전할거냐고.. 주주들은 진정 안보이냐?
뉴스레터
최신 IT 소식을 가장 빠르게 받아보세요.
(광고성 정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