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왼쪽부터) 권남훈 교수, 이성엽 교수, 김성철 교수, 유병준 교수, 류민호 교수. (사진=블로터)
▲ 30일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왼쪽부터) 권남훈 교수, 이성엽 교수, 김성철 교수, 유병준 교수, 류민호 교수. (사진=블로터)

“플랫폼을 규제하면 오히려 새로운 사업을 하고자 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진입장벽때문에) 신진 사업자들이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하게 돼 보이지 않는 손실이 더 클 것이고, 정부가 보호하고자 하는 약자가 더 보호를 못 받게 될 것이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도대체 이 시점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슈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능정보기술과 사회문제 연구센터, 스마트미디어서비스 연구센터 등이 주최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디지털플랫폼 발전과 이용자보호법(이용자보호법)’,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 등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류민호 동아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도 “플랫폼들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문제로 봐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관련 다각화를 통해 성장하면서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유 교수도 “과거 재벌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안 좋은 경험 때문인데, 카카오 계열사가 90개나 된다고 지적할 게 아니라 후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실질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또 우리나라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런 과정을 거쳐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특히 참석자들은 근본적으로 국내 플랫폼에 대한 규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먼저 글로벌 플랫폼들과 몸집에서 차이가 난다는 주장이다. 현재 미국에서 논의되는 플랫폼 규제는 빅테크인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에 집중돼 있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매출액, 영업이익, 시가총액 등이 30분의 1 또는 4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더불어 국내서는 플랫폼 간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 독점 가능성으로 인한 규제 필요성이 없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커머스를 보면 2017년 기준 (시장 점유율) 1위가 이베이코리아였는데 지난해 네이버가 1위에 올라섰다”면서 “미국에서 아마존이 시장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선 활발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일한 예외가 카카오이지만 메신저가 네트워크효과가 큰 시장이지만 동시에 전환이 쉬운 시장이기도 하다”면서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것이 충분한 시장 방어 능력이 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장 점유율과 관련해선 시장 획정의 문제도 제기됐다. 검색시장이라고 하면 네이버가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문자 검색시장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검색할 때 유튜브에서 비디오를 검색하지 텍스트 검색을 잘 안 한다”면서 “정부 기관들이 잘 모르고 검색은 네이버가 지배적 사업자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 공정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등의 중복 조사·규제, 기존 규제와의 중복 등에 관한 우려도 나왔다. 현재 정부·여당이 방통위, 공정위 등의 법안을 조율해 제시한 수정안에는 과기부까지 협의의 대상으로 포함됐다. 이에 3중 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온플법과 중복되는 규제 관련 내용이 공정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기존 법률에 다수 존재한다.

이 교수는 “법안을 보니까 자료제출이나 실태조사 등이 굉장히 많다”면서 “방통위, 과기부, 공정위 등이 중복 조사한다면 기업들에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싶고 방통위는 축소돼 있으니 플랫폼으로 규제 폭을 넓히려는 것”이라며 “또 산업들이 융합되면서 영역이 부처 간 조금씩 겹치니까 규제 기관들이 조직과 예산을 확대하려는 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 교수도 “이미 공정거래법상으로도 상당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고 촘촘하게 여러 법들이 규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달라진 환경이 되면 기존 규제를 확장할 게 아니라 기존 규제가 더 의미가 있는지 봐야 하는데 그 단계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자율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류민호 동아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모든 규제에서 우선돼야 하는 건 자율규제”라면서 “실제로 플랫폼 사업자들도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수정하며 시장에 반영하고 있는데, 정부는 여기서 방향성만 짚어주고 가이드 해주는 역할에만 그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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