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요약하면?
  • 업무용 협업툴 잔디는 많은 기업들이 이메일·카카오톡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국내 협업툴 시장을 선점했다.
  • 무료 서비스와 유료 구독을 결합한 '프리미움(Freemium)' 비즈니스 모델로 유료 전환율을 끌어올렸다.
  • 잔디의 NRR(순매출유지율)은 현재 110%를 상회한다. 신규 고객 유치 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구조다.


구독경제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매달 구독료를 받고 재화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꾸준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구독경제 시장도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에 진입해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추세로, 차별화된 서비스 없이 유료 구독자들만 겨냥해서는 시선을 잡기 어려워졌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의 협업툴 '잔디'를 개발한 토스랩은 성공적으로 구독경제 시장에 안착했다. 잔디는 최근 누적 사용 팀 30만을 돌파해 국내 협업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무료(Free)와 프리미엄(Premium)을 결합한 '프리미움(Freemium)' 비즈니스 모델로 초기 사용 기업의 허들을 낮춘 게 주효했다. 무료 사용자들을 바깥에 두지 않고, 많은 기능들을 쓸 수 있도록 했다. 각 서비스 단계별로 용량, 검색 제한, 보안, 화상회의 등 기능을 세분화하고,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윗 단계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도록 '밀착 지원'을 했다. 이 덕분에 잔디의 유료 전환율은 40%에 달한다.

잔디는 협업툴이라고 해서 단순히 업무만 아니라 '업무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모든 활동'을 과제로 설정했다. 이에 소셜 기능인 '선물하기'를 도입했다. '일로 만난 사이'에서 가능한 행동을 세밀히 고려한 기능이다.

향후 회의실 예약, 출장 예약, 화환, 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로 진화를 계획하고 있다. 한 번 도입하면 쉽게 뽑을 수 없는 '뿌리 깊은 잔디'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다. 나아가 아시아 지역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대만, 일본을 비롯한 70여 개국에서 사용자를 확보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블로터>가 '테크웨비나'를 통해 양진호 토스랩 사업운영총괄이사와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 양진호 토스랩(잔디) 사업운영총괄이사(사진 가운데)가 30일 진행된 <블로터></div>의 '구독경제: 방문자를 구독자로 만드는 방법' 테크웨비나에서 유명 IT 유튜버 '가전주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블로터)
▲ 양진호 토스랩(잔디) 사업운영총괄이사(사진 가운데)가 30일 진행된 <블로터>의 '구독경제: 방문자를 구독자로 만드는 방법' 테크웨비나에서 유명 IT 유튜버 '가전주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블로터)

Q.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A. 업무용 협업툴 잔디를 서비스하고 있는 토스랩에서 사업 총괄 담당하고 있는 양진호라고 한다.

Q. 자사의 구독서비스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A. 국내와 대만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협업툴 서비스다. 비대면으로 업무를 해야 되는 환경이 오면서 협업도구를 써야 되겠다는 게 첫 번째 요인이고, 소위 말하는 '톡'으로 업무를 대부분 하면서 공과 사의 구분이 요구되는 니즈가 올라오면서 잔디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잔디는 주제별 대화방, 화상회의, 할 일 관리, 업무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물론 코로나 이후부터는 중견기업까지 도입하는 추세다. 확실히 SaaS 영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Q. 협업툴의 시장 규모와 경쟁 업체는?
A. 국내는 5000억원 규모, 글로벌 시장은 5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카카오의 '카카오워크', 네이버의 '네이버웍스'가 주요 경쟁제품이다. 스타트업들도 협업툴에 많이 뛰어들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글로벌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그리고 협업툴 시장의 창시자이자 많은 협업툴에 동기부여를 해준 '슬랙'이 있겠다. 슬랙은 특히 IT, 스타트업이 많이 쓴다.

Q. 그러면 슬랙이 가장 신경쓰이겠다.
A. 오히려 잔디와 가장 경쟁이 없는 게 슬랙이다. 슬랙을 사용하는 타깃이 매우 명확하게 돼 있다. IT 혹은 스타트업을 조금만 벗어나보자. 우리나라의 제조, 유통, 서비스 기업들의 20대부터 60대 임원까지 잘 쓸 수 있는 협업 툴이냐라는 질문을 해본다면 대답이 어려울 것이다. 슬랙은 사용성이 뛰어나지만 UI, UX나 언어적인 부분에서 확실히 좀…. 팀즈 같은 제품은 기능이 너무 많다. 저희는 신입사원부터 임원들까지도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데 주력했다.

Q. 잔디의 주요 타깃층은?
A. 최근 에피소드가 있다. 미국에서 일을 하시다가 오신 분들을 만났는데 "진짜 한국에서는 카톡으로 업무 메시지를 보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아직까지 개인용과 업무용의 구분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재 협업 시장이다. 저희의 타깃은 여전히 카톡으로 일을 하는 회사, 여전히 이메일로 사내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회사들이다. 2014년에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스타트업부터, 16~17년에 중소기업, 18년에 중견기업, 지금은 대기업의 계열사 규모까지 잔디가 도입됐다.

Q. 잔디에서는 잔디만으로 일하나?
A. 잔디로 100% 하고 있지만 협업툴을 만드는 기업으로서 우리가 협업을 못하면 맞지 않다는 생각으로 웬만한 협업 툴은 다 쓴다. 프로젝트 관련해선 트렐로도 쓰고, 지라, 노션까지 쓴다. 자신이 원하는 거에 가장 최적화된 것들이 있다. 그룹웨어가 대부분 화상회의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사실 사람들이 줌을 많이 선호하는 이유는 화상회의만큼은 줌보다 더 좋은 제품이 없어서다. 뾰족하게 잘하는 플레이어들을 각자 목적에 최대한 부합해서 쓰는 조직이 더 일을 잘한다. 

Q. 해지 방어는 어떻게 하나?
A. 초기 단계에 유저의 '라이프사이클'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온·오프라인 교육도 제공하고 고객과 유사한 회사가 잔디를 어떻게 쓰는지를 알려드린다. 좋은 협업 툴인데 이걸 어떻게 써야 되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주요 고객사라고 판단이 되는 곳은 내부 용어로 'CPR(심폐소생술) 미팅'을 한다. 재계약 때 '잔디 더 이상 안 쓸게요'라고 하면 이미 심폐소생술이 안 되는 상황인 거다. 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지표는 결국 고객의 피드백이다. 예컨대 고객사가 '백업은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하면 이는 적신호인 것이다. 이런 피드백이 모이면 고객사와 CPR 미팅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의 절반 이상이 살아난다. 초기 진단이 중요하다.

Q. 신규 구독자를 위한 활동이나 이벤트는?
A. 한마디로 '콘텐츠 마케팅'이다. B2B 기업이 콘텐츠 마케팅을 대부분 시도를 안 한 것은 시간이 진짜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저희는 6년째 콘텐츠 마케팅을 하면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협업, 스마트워크, 일잘러로 키워드를 잡고 소비자가 검색을 했을 때 '우리 콘텐츠를 도배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우리 거 되게 좋아요'가 아니라 사람들의 취향이나 특성들을 파악해서 더 넓은 사용자들한테 콘텐츠를 노출시키고자 했다. 지금 비용 집행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벚꽃 연금'처럼 그 콘텐츠들을 통해서 고객이 유입된다. 단일 캠페인으로 사실은 가장 효율이 높았던 거는 JM, 김미경tv, 삼프로tv 등과 진행했던 브랜디드 콘텐츠다.

Q. 잔디는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나?
A. 초반에 투자 유치를 하려고 했을 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거절했다.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이 건당 몇 억, 몇십억원을 받는 대신 1년에 몇 건 안 하는 프로젝트성 비즈니스가 많은데, 잔디는 월 5000원으로 몇 만명이 돈을 내고 쓰기 전까지는 되게 어려운 거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은 초기 5년을 어떻게 버티는 게 너무 어렵다. 그 때문에 SI성 비즈니스를 한 두 개씩 하는데, 거기로 들어가는 순간 굉장히 더 어려워진다. 결국 고객사에 끌려가면서 평생 동안 스케일업을 못하는 비즈니스를 하게 되는 거다.

Q. 보람되거나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면?
A. 결국 구독경제 SaaS 비즈니스 모델이 갖고 있는 어려움은 '티끌을 모아야 된다'라는 거다. 어느 정도 모이면 매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게 결국 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자 가장 매력 포인트다. 잔디는 돈을 내고 사용을 하시는 고객들이 평균적으로 3년 이상을 가고 거기에 신규 고객이 더해져 매출이 블록 구조처럼 쌓이는 구조다. 현재 110% 정도의 NRR(순매출유지율)을 보이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매출이 10% 성장하는 셈이다. 잔디를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프리미엄을 쓰던 고객이 엔터프라이즈를 쓰며 업셀링이 자동적으로 되면서다.

Q. 잔디의 향후 계획은?
A. 업무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모든 활동들이 저희의 과제이자 로드맵이다. 최근에 선물하기 기능을 도입했다. 커피 한 잔, 케이크 한 조각 보내는 트랜젝션(거래)이 많은데, 직원들끼리 다 연락처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잔디를 쓰다가도 카톡으로 가서 선물하기를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생산적이지 않다. 더 나아가면 퀵 서비스, 오피스 용품 구매, 호텔 출장 예약 같은 것들을 비롯해 일을 하면서 '그냥 내 메신저에서 됐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A. 아직도 이제 협업 툴을 경험을 못하신 분들이 너무 많다. 일을 더 잘하고 싶고, 좀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 잔디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협업툴을 한번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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