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기자들이 체험한 IT 기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해석해봅니다.
2021년 11월, 애플 아이패드 시리즈의 스테디셀러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가 한국 땅을 밟았다. 오리지널 아이패드는 9세대, 미니도 벌써 6세대다. 고급형 모델인 '에어'와 '프로'도 있지만 주변에선 늘 기본형과 미니의 인기가 좋았다. 각각 가성비와 휴대성이라는, 아이패드 라인업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시된 두 모델도 이런 포지션에 충실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무엇'은 없었다. 최신 모델에 걸맞은 성능 개선, 고급형 모델에만 탑재됐던 기능의 일부 이전 정도로 정리된다. 기능과 성능 면에서 중대한 하자나 아쉬움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정품 액세서리들의 비싼 가격은 세대가 지나도 변치 않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이패드 9세대

아이패드 9세대의 강점은 범용성과 가격이다. 가격은 64GB 와이파이 모델 기준 45만원이고 아이패드 라인업 중 가장 싸다. 동시에 '태블릿PC'로의 쓰임은 다양하게 소화해낸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10.2인치 디스플레이, '아이폰11'에 쓰인 A13 바이오닉 칩의 조합은 웬만한 고사양 게임이나 캐주얼 영상 편집에도 무리 없는 수준이다.

▲ 스마트 키보드 커버를 장착한 아이패드 9세대 모델 (사진=이건한 기자)
▲ 스마트 키보드 커버를 장착한 아이패드 9세대 모델 (사진=이건한 기자)

기본형 아이패드는 애플이 생산성 중심의 교육용 시장을 노리고 만든 제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애플펜슬이나 스마트키보드 같은 외부 입력 액세서리를 연동하면 가성비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애플 스마트키보드는 누구나 탐낼 만한 액세서리다. 전용 커넥터에 자석으로 부착되고 접어서 세우면 바로 노트북이 된다. 키감은 가볍고 매끄러운 편이다. 타이핑 소음도 보통의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 애플 홈페이지 기준 정가는 19만9000원. 아이패드 9세대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 아이패드용 스마트 키보드 커버 디테일샷 (사진=이건한 기자)
▲ 아이패드용 스마트 키보드 커버 디테일샷 (사진=이건한 기자)

애플펜슬은 1세대를 지원한다. 아이패드 9세대 디스플레이 재질 상 다소 미끄럽고 톡톡거리는 소음이 나지만 필기 자체는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2세대와 달리 본체에 직접 부착은 안 되지만 위에 언급한 스마트 커버 전면에 붙여 쓸 수는 있다. 생각보다 좋은 조합이었는데, 문제는 역시 가격. 1세대지만 애플펜슬도 11만9000원이나 한다. 그저 작은 펜일 뿐인데 '최대 12개월 신용카드 할부 가능'이란 문구가 진지하게 다가왔다.

아이패드 9세대는 본체의 가격 경쟁력을 액세서리 가격이 까먹는다. 애플 스마트 키보드 커버와 애플펜슬 1세대를 모두 산다고 가정하면 액세서리 값만 약 32만원이다. 본체와 더하면 45만원짜리 제품이 순식간에 77만원으로 뛴다. 물론 시중의 저렴한 스타일러스, 블루투스 키보드를 쓰면 해결될 문제지만 고가를 고집하는 애플의 액세서리 가격 정책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이건 액세서리가 꼭 필요할 때 얘기다. 가볍게 영상, 게임용으로만 활용하겠다면 가격은 여전한 강점이다. 또 이번 세대에는 화면 색상을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설정해주는 트루톤 기능이 탑재돼 디스플레이 체감 품질도 전작보다 개선됐다.

아이패드 미니 6세대

아이패드 미니 6세대는 늘 그렇듯 '작고 강하다'. 10인치 이상의 태블릿PC는 부담스럽고, 성능 때문에 아이패드 프로를 쓰자니 가격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겐 최적의 선택이다. 최신 아이폰13 시리즈에 쓰인 A13 바이오닉 칩이 탑재돼 성능에선 나무랄 데가 없다. 화면 크기에 따른 한계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아이패드 9세대보다 쾌적한 경험을 보였다.

▲ 정품 폴리오 커버와 애플펜슬 2세대를 부착한 아이패드 미니6 (사진=이건한 기자)
▲ 정품 폴리오 커버와 애플펜슬 2세대를 부착한 아이패드 미니6 (사진=이건한 기자)

애플펜슬은 2세대를 지원한다. 기기 측면에 자석식으로 부착 가능하고 페어링과 충전도 자동으로 이뤄져 편리하다. 아이패드 9세대+애플펜슬 1세대와 비교해 6세대는 필기 시 바닥이 더 단단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든다.  

다만 휴대성이 강조된 모델인 탓일까. 아이패드 9세대처럼 호환되는 정품 스마트 키보드 커버는 없다. 정품 케이스는 사진에 보이는 폴리오 커버가 있는데 가격은 7만5000원. 역시 체감 품질보단 비싸다는 인상이 남았다.

▲ 애플펜슬 1세대로 필기한 아이패드 9세대(위), 2세대로 필기한 미니6(아래) (사진=이건한 기자)
▲ 애플펜슬 1세대로 필기한 아이패드 9세대(위), 2세대로 필기한 미니6(아래) (사진=이건한 기자)

아이패드 미니 6세대 본체 가격은 64GB 와이파이 모델 기준 65만원이 최저가다. 아이패드 9세대보다 20만원 비싸지만 더 나은 디스플레이, A15 프로세서 탑재를 고려하면 적정한 수준으로 보인다. 10.9인치 아이패드 에어는 최소 78만원부터,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는 138만원부터 살 수 있다. 대화면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성능, 가격에서 가장 안정적인 라인업이 바로 아이패드 미니다.

추가로 아이패드 미니 6세대에는 새롭게 '퍼플(Purple, 보라)' 컬러가 추가됐다. 본 리뷰에 등장하는 제품도 퍼플이다. 다만 사진에 보이듯 일반적인 보라색을 생각하면 실망할 수 있다. 대체로 실버에 가까운 톤이다. 밝은 곳에서는 보라색을 느끼기 어렵고 조금 어두운 곳에서는 보는 방향에 따라 약간의 보랏빛이 감돈다. 스페이스그레이 컬러와의 차이는 아래 비교 컷으로 확인해보자.

▲ (왼쪽) 밝은 곳에서 비춘 아이패드 미니6 뒷면, 밝은 회색에 가깝다. (오른쪽) 약간 어두운 곳에서 아이패드 9세대(스페이스그레이)와 비교한 사진, 상대적으로 보랏빛이 감돈다 (사진=이건한 기자)
▲ (왼쪽) 밝은 곳에서 비춘 아이패드 미니6 뒷면, 밝은 회색에 가깝다. (오른쪽) 약간 어두운 곳에서 아이패드 9세대(스페이스그레이)와 비교한 사진, 상대적으로 보랏빛이 감돈다 (사진=이건한 기자)

한편 아이패드 프로만 지원하던 '센터스테이지' 기능은 이번에 두 모델에 모두 적용됐다. 페이스타임과 같은 영상통화 앱을 사용할 때 인공지능(AI)이 초광각 카메라를 이용해 피사체가 화면 중심에 머물도록 조절해주는 기능이다.

위 사진처럼 화각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사용자가 이동하면 화면도 자동으로 이동해 사용자가 화면 중앙에 안정적으로 표시되도록 한다. 움직임이 적은 실내 1:1 통화보다는 야외에서 다수와 함께 통화할 때 사용하면 보다 역동적인 카메라 효과를 느낄 수 있다.

▲ 아이패드 9세대로 시연한 센터스테이지. 기기는 고정돼 있지만 피사체 움직임에 따라 배경이 자동으로 이동한다 (사진=이건한 기자)
▲ 아이패드 9세대로 시연한 센터스테이지. 기기는 고정돼 있지만 피사체 움직임에 따라 배경이 자동으로 이동한다 (사진=이건한 기자)

이 밖에 두 기기의 도드라지는 차이점은 포트 타입과 스피커다. 아이패드 9세대는 애플 전용 라이트닝 포트를, 미니 6세대는 호환성 높은 USB-C 포트를 탑재했다. 최근 대부분의 전자기기가 USB-C 타입으로 통일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아이패드 9세대의 라이트닝 포트 선택은 다소 아쉽다. 라이트닝 단자를 쓰는 애플펜슬 1세대와 호환을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아이패드 9세대는 스피커가 한 면에만 있다. 주로 가로로 쓰는 태블릿 PC의 특성상 영상, 음악 감상 중 소리가 한쪽에서만 들리는 건 몰입감을 저해하는 요소다. 반면 미니 6세대는 위아래에 각각 스피커가 있기 때문에 세로, 가로에 관계없이 고른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 또한 생산성을 강조한 아이패드 9세대와 콘텐츠 소비를 강조한 미니 6세대의 차이를 부각하기 위한 애플의 의도가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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