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탑기어가 꼽은 올해의 차 현대차 i20 N(사진=현대차)
▲ 탑기어가 꼽은 올해의 차 현대차 i20 N(사진=현대차)

영국 유력 자동차 전문매체 '탑기어(Top Gear)'가 현대차의 i20 N을 '올해의 차'로 선정했다. 탑기어는 올해의 자동차 회사로 현대차를 꼽았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최근 독일 유력 자동차기자단이 선정한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현대차는 올해 해외에서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호평을 받는 일부 차종은 현대차 노조의 반대로 국내 소비자들이 접근조차 할 수 없다. 해외에서 생산된 차량을 국내에 판매할 경우 국내 생산직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노사 합의에 따라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기차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전환이 불가피한데 불합리한 노사 합의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현대차는 1일 '2021 탑기어 어워드'에서 i20 N이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해의 자동차 회사(Manufacturer of the year)'로 뽑혔다. 탑기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탑기어 어워드'를 열었다.

i20 N은 탑기어 전문 심사위원단의 주행 테스트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i20 N는 주행 역동성과 운전의 재미가 가장 뛰어난데 이 같은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i20 N은 지난달 3일 ‘탑기어 스피드위크(Top Gear Speed Week)’에서 역동적인 핸들링과 고른 주행능력을 앞세워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 △BMW M5 CS △포르쉐 911 GT3 △아우디 RS e-트론 GT 등 총 25종의 강력한 경쟁모델들을 제치고 우승 모델로 선정됐다.

탑기어 관계자는 “레이스 트랙이나 일반 도로 어디서든 안정적이고 재미가 넘치는 주행능력을 선보인 i20 N는 올해의 차에 가장 부합한 차”라며 “3년 전에 이어 현대차를 올해의 자동차회사로 선정한데에는 고성능 차들 외에도 혁신적인 라인업으로 친환경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점이 주요하게 반영됐다”고 밝혔다.

탑기어는 △고성능 해치백 ‘i30 N’과 i20 N의 뛰어난 성능 △고성능 CUV ‘코나 N’의 실용성과 운전 재미를 겸비한 다재다능함 △수소전기차 ‘넥쏘’의 첨단기술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5’의 혁신성 등 상품 라인엄이 다양하고 도전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괄목할 기술적 성장으로 고객에 매력적인 자동차를 제공하고 있는 점도 우수한 평가를 받은 요인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i20 N을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i20는 2008년 출시된 차량으로 유럽과 호주, 인도에서 호평을 받은 모델이다. i20는 현대차의 인도 첸나이 공장과 터키 이즈미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생산 물량은 전부 호주, 인도, 유럽 지역에서만 판매한다.

지난해 i20 3세대 모델이 출시됐으며, N 모델까지 출시되면서 현지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i20와 i30은 현대차의 해치백 시리즈를 대표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i30 모델만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가 되지 않는 이유는 해치백 차량이 국내에서 시장성이 없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해외 생산모델로 노조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는 점이다.

현대차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 42조에 따르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완성차 및 부품은 해외 현지 공장에서 수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국내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를 통해 심의 및 의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생산직 노동자의 근무시간과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내용이다. 만약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차량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 경우 국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및 특근이 일부 줄어들 소지도 있다. 현대차는 해외 전략 차종의 경우 해외에서 생산하는 게 효율적인 점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

▲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텔루라이드(사진=기아)
▲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텔루라이드(사진=기아)

하지만 정작 국내 소비자들은 노사합의로 해외에서 호평받는 차량을 만나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i20 △i20 N △쿠스토 기아의 프로씨드와 텔루라이드 등이 국내 수입이 불가한 차량이다. 특히 기아의 텔루라이드는 미국 시장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앞으로 전동차의 생산과 판매가 늘어날 경우 이 같은 문제는 더욱 도드라질 전망이다. 전기차는 전용 플랫폼(E-GMP)를 통해 다품종 소량 생산된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차세대 전기차 12종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신차 개발에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대량으로 생산해 판매하고, 마진을 남기는 기존 방식은 앞으로 유지할 수 없다.

그런데 국내와 해외의 생산차종이 다르다면 어떨까. 노사합의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모델을 구경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에는 전기차 시대에 적합하지 않는 내용들이 있어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자가용 보급으로 생산인력이 부족해 노조의 힘이 막강하던 1990년대 맺어진 내용으로 일부는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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