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사이드 아메리카(Inside America)‘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미주사업‘ 조직을 별도 신설한다. 중국 시장에 이어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하이닉스) 우시 사업장은 SK그룹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의 전초기지”라고 표현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2일 2022년 조직개편 방안과 임원인사 내용을 발표했다. 조직개편 부문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연 ‘미주사업’ 조직 신설이다. 미주사업 조직 산하에는 미주 R&D(연구개발) 팀도 만들어진다. 미주사업은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챙길 예정이다.

미주사업 조직은 낸드플래시 사업 위주로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미주 신설조직을 통해 낸드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유수의 ICT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미주사업 조직 신설 이유로 낸드 사업을 특정했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완료 이후 별도 회사를 통해 관리할 전망이다.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법인 15개도 신설한 상태다.

▲ (자료=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
▲ (자료=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

법인들의 본사 격인 ‘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는 미국에 위치했다. 다만 미주조직과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연관 관계를 두고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하나 때문에 설치한 조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인사이드 아메리카’를 미국 측 압박과 연관 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9월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 해소를 위한 현황 파악 명목으로 반도체 제조 기업들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미국 정부가 편 가르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9일 미 상무부 요청 자료를 제출하면서 여러 차례 ‘미국 시장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에는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우시 공장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하려는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EUV 장비 중국 반입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 2012년 당시 우시 사업장 방문한 최태원 회장.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 2012년 당시 우시 사업장 방문한 최태원 회장.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SK하이닉스는 그간 중국 시장 집중도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이끈다고 자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우시 사업장을 찾아 “SK 차이나 인사이더 전초기지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 청주 공장 설비를 우시로 이전했다.

반면 미국 내에는 별도 생산법인을 두고 있지 않다. 하이닉스반도체 시절 생산법인을 갖고 있었지만 2008년 공정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이후 생산라인은 국내 이천, 청주와 중국 우시 및 충칭으로 재편됐다. 올해 9월 기준, 미국 내에는 인텔 낸드 관련 법인을 제외하면 판매 법인·벤처 투자 법인·연구개발 법인만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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