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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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환경 변화로 여러 금융서비스가 융합되고, 핀테크·빅테크의 금융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금융업 내에서는 전업주의 원칙이 고수되고 있어 금융사 주도의 비금융 융합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의 전업주의 규제 개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에 대한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적용할 경우 한 번에 방향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업권간 규제 회색지대를 파고드는 행위에 대해서는 많은 검토와 규제 차이부터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디지털시대의 금융 겸업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학계에서는 빅테크 금융업자의 등장으로 플랫폼을 통한 사실상의 '유니버설 뱅킹' 구현에 따라 전업주의 원칙의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 나왔다.

여은정 중앙대학교 교수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빅테크 행위도 동일 규제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접근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 교수는 "비대면 환경의 소비자 접점 측면에서 전업주의가 형해화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금융지주회사제도 개선을 통한 계열사간 외부 겸업을 고도화해야 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유럽식 유니버설뱅킹 제도 논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EU 집행위원회의 '동일영업행위-동일규제 대원칙'은 동일 리스크를 창출하는 동일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원칙을 지난 2019년 설정했다. 비금융 IT기업들이 기존 금융기관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별도의 다른 규정이 적용될 경우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은행과 유사행위는 은행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따는 의견을 지난 2019년 내놓은 바 있다. 빅테크가 은행 업무(banking activities)를 수행할 경우 은행에 적용되는 규제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지주사 대표로 참석한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활발한 정보공유를 통해 데이터를 집적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부사장은 "데이터 플랫폼은 트렌디한 고객맞춤형 상품 공급을 가능케 한다"면서 "데이터 유관 금융 신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엔진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 개방을 통해 사회적 효율성을 높이는 ESG 첨병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조영서 KB경영연구소 소장은 "은행이 디지털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해 고객의 생애주기 자산관리와 금융·비금융 데이터 결합을 통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투자일임업 및 부동산 이외의 투자자문업을 은행 겸영업무에 포함하고, 은행이 부동산·헬스·자동차·통신·유통관련 기업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산분리'에 가장 보수적이었던 일본도 ’16년 이후 은행법을 지속 개정해 은행 업무범위를 디지털·물류·유통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부연이다.

금융권에 진출한 국내 빅테크 기업의 성장세가 기존 금융사들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는 분석은 주식시장에서도 숫자로 나타나고 있었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기존 금융그룹과 빅테크의 핀테크 자회사에 부여하고 있는 기업가치(시가총액)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4대 상장 금융그룹 합산시가총액보다 카카오의 핀테크 자회사 시총이 더 커져있는 상태고 현재로서는 특이한 경우"라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상장 초기 효과도 분명히 있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규제불균형 상황이있는걸로 판단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핀테크 그룹이 금융그룹보다 시가총액이 큰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규제 차이와 겸업주의로 전환하는 방향성에 대한 분석도 제시됐다. 단기간 내 금융사의 전업주의를 겸업이 가능한 상황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실장은 "은행의 부수업무 확대라든지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면서 "동일기능 동일규제는 시스템적인 측면에서의 규제다. 구현하는 방법론으로 들어가보면 많은 부분이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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